입력 : 2020.08.30 17:57
[땅집고] 서울에 살면서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4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에 비해 1.5년이 더 길어진 것이다.
3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의 KB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 지수는 11.4로 집계됐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한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KB아파트 PIR 지수는 국민은행의 아파트 부동산담보대출 대출자의 연 소득 중윗값을 가구소득으로, 대출 당시 담보 평가 가격 중윗값을 주택가격으로 계산해 산출한다.
서울의 PIR 지수는 측정을 시작한 2008년 1분기(7.4)부터 2015년 4분기(8.5)까지 9.0 아래서 오르내리다가 2016년 1분기 처음 9.0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 3분기 10.1로 10.0 선을 돌파했으며, 2019년 1분기(10.5)부터 올해 1분기(11.7)까지 5분기 연속 상승하며 11.0을 뛰어넘었다.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올해 1분기(11.7)에 비해 2분기(11.4)는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동기(10.8) 대비 0.6 높아졌으며 2년 전과 비교하면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구소득보다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2년 전과 비교해 가구소득은 4624만원에서 5443만원으로 11.7%(820만원) 올랐고, 주택가격은 4억5584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36.0%(1억6417만원)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2분기 아파트 PIR은 8.0으로 2년 전(7.8)보다 0.2 상승했다. 인천 역시 7.5로 2년 전(7.4)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실제 소득과 아파트 값을 비교해 봐도 경기의 가구소득은 2분기 4264만원으로 2년 전보다 9.9% 증가했으며, 주택가격은 12.2% 올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인천 역시 올 2분기 가구소득이 3849만원으로 14.3% 증가하는 동안 주택가격도 16.0%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는 경기·인천 거주 가구보다 소득 상승 속도가 빠르지만 아파트 값이 뛰는 속도가 더 빨라 내 집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분석이다./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