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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도, 손님도 "거긴 안 가요"…무너진 원조 카페 골목

    입력 : 2020.08.27 04:52

    [땅집고]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마을 버스를 타고 ‘카페골목 입구’ 정류장에 내려 200m쯤 걸어가자 ‘방배 카페골목’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러나 골목 안으로 200m쯤 더 들어갈 때까지 프랜차이즈 카페가 하나 보일 뿐 골목 이름이 무색하게 카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치킨집이나 고기집만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도 곳곳에 폐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아예 빈 점포도 많았다.

    [땅집고]방배카페골목 입구. 식당 건물에는 폐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현희 기자

    방배동 카페골목은 우리나라 카페 거리의 원조격이다. 1978년 서울 사당동 이수교차로 인근에 ‘장미의 숲’이 들어서면서 방배 카페골목의 유명세가 시작됐다. 인근에 연예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방배동 카페골목은 지역 주민들이 오가는 평범한 먹자 골목으로 바뀐지 오래다. 카페골목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마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 인근 상권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어 남은 점포도 버티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 곳곳에 텅빈 상가…동네 주민도 찾지 않아

    이날 찾아간 방배동 카페 골목은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2~3년 간 경기 침체가 지속된데다 가까운 지하철 7호선 내방역 일대에 경쟁 상권이 생기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 건물에 빈 점포가 2개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았고, 폐점 안내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임대료 역시 2년여만에 반토막났다. 한국창업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2년 전만 해도 카페골목 대로변 점포 평균 시세는1층 기준33~40㎡가 월세200만∼250만원, 권리금4000만∼5000만원이었다. 현재는 같은 면적 상가가 월세100만~150만원, 권리금이3000만원 쯤된다.

    [땅집고]10년 전부터 방배카페골목에 카페 외 다른 업종이 들어섰다. /전현희 기자

    방배동 카페거리 주요 소비층은 방배동 일대 아파트 1125가구와 다세대·연립주택 거주자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동네 주민들마저 상가를 찾지 않는다. 최근엔 지하철 7호선 내방역 인근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동네 주민들도 이곳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임대료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젊은 창업자들이 찾기에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편이다. 최근2~3년 간 주목받던 을지로 상권의 33㎡(10평) 기준 월세는40만~50만원으로 방배카페골목의 절반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젊은 창업자들은 자금이 부족한데 굳이 월 100만원 넘는 임대료를 내고 방배 상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땅집고]방배동 카페골목 위치. /전현희 기자

    ■ ‘집 토끼’부터 잡고 새 콘텐츠로 고객 끌어와야

    방배동 카페 거리의 몰락은 아무리 잘 나가던 상권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상권은 초기에 잘 형성돼도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가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린다. 방배동 카페거리는 초기에는 단단한 상권을 형성했지만, 트렌드를 따라 가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교수는 “메뉴, 디자인, 마케팅 모두 5년 전과 같으니 연남동이나 성수동 같은 새로운 상권에 수요를 뺏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배동 카페거리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이탈하는 수요부터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주택가 인근 상권이 오히려 살아나는 추세인만큼 지역 주민 대상으로 한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지역 주민 대상으로 식당 방문 할인 이벤트, 쿠폰 이벤트 등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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