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27 05:49
[최광석의 법률톡톡] 조망권 믿고 분양받은 오피스텔, 바로 옆에 22층 콘도가…

[궁금합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롯데갤러리움 센텀(2008년 입주)’ 오피스텔 분양광고를 접한 A씨. 전단에는 ‘롯데갤러리움 센텀’이 드리는 전망 특권, 바다에서 미래까지 내다보십시오’, ‘눈 아래 펼쳐지는 센텀시티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가 그려내는 웅장한 절경, 부산 최고의 전망을 누리세요’ 등 조망권을 언급하는 문구가 수두룩했다. A씨는 “부산 최고 수준의 ‘평생 조망권’을 갖는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홍보 직원 말을 믿고 오피스텔 한 채를 분양받기로 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피스텔 건물 남동쪽으로 9m 정도 떨어진 부지에 지상 22층 규모 고층 콘도미니엄(롯데펜트하임 콘도, 현 센텀프리미어 호텔)이 들어서게 된 것. 당초 분양홍보 내용과는 달리 조망권은 물론이고 일조권도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와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대상으로 ‘명백한 사기분양’이라며 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과연 수분양자들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해결하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원은 시행사에게 “분양대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당초 수분양자들이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요소가 ‘조망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에 계약 취소와 분양대금 반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행사는 ‘롯데갤러리움 센텀’을 분양할 때 바다·산 등 단지 주변 환경 조망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홍보 전단을 작성, 배포했다. 분양가도 조망 정도에 따라 다르게 책정했다. 실제로 S동의 경우 요트경기장과 광안대교가 더 잘 보이는 남동향 6호라인 분양가가 서향으로 짓는 3호라인보다9800만원 비쌌다.

그런데 코 닿을 거리에 ‘롯데펜트하임’ 콘도가 지어지면서 일부 가구는 조망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분양 직원들이 ‘주변 콘도 부지가 넓지 않아 4층 이상 고층 빌딩이 건축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S동 1706호의 경우 거실과 안방에서 수영강이 약간 보이는 걸 제외하면 외부 조망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S동 606호는 낮에 불을 켜지 않으면 사람 식별이 어려울 정도였다. 콘도에서 오피스텔 안방과 거실이 훤히 보여 입주자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
법원은 민법 제109조에서 정한 ‘착오에 의한 취소’로 분양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일정한 조망과 일조를 확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맺은 계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같은 층이라도 위치에 따라 분양가가 달랐던 점, 전체 분양가에서 이런 분양가 차액이 차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하면 계약 내용에 일조권에 대한 합의가 포함된 것이라고 봤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수분양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결국 법원은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시행사는 분양대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시공사가 대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을 맹신해 의심없이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번 판례에서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뿐 아니라 시공사인 롯데기공도 분양대금 반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피스텔 명칭에 대기업 ‘롯데’가 포함된 점, 분양 카탈로그에 ‘대한민국 기업 자금력 1위 롯데는 흔들림 없는 믿음직한 기업입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던 점 ▲롯데기공도 분양계약서에 날인한 점 ▲분양계약서에 따라 분양대금은 롯데기공 계좌로 납부하고, 납부한 분양대금은 시행사 대표와 롯데기공이 공동 관리하도록 규정한 점 등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롯데기공이 시공사로서 시행사의 분양사무 대리업무를 맡은 것일 뿐이지 분양계약 당사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