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24 10:07 | 수정 : 2020.08.24 11:17
[땅집고] 지난달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갭(gap) 투자 비율이 전달 대비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지역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대책이 시행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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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실이 입수한 국토교통부 갭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에서 이뤄진 갭 투자는 총 860건으로 6월 건수(1885건) 대비 54.4% 감소했다. 갭투자 건수는 3억원 이상 주택을 사면서 구매자가 낸 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보증금 승계 후 임대 목적’으로 기재한 경우를 집계했다.
자치구별로 ▲강남구는 500건에서 229건, ▲서초구는 368건에서 224건, ▲송파구는 624건에서 211건, ▲강동구는 393건에서 196건으로 줄었다. 서울 전체 갭투자 역시 6월 6940건에서 3638건으로 33% 줄어들었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 거래에서 갭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6.1%로 집계됐다. 올해 3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해 6월에 40.8%로 치솟았다가 하락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체 계약 건수는 전달보다 37% 늘었지만 갭투자는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 6월 17일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의 규제 지역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 매수 시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기로 하고 지난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갭투자 감소는 이러한 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치·삼성·청담동과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가 원천 봉쇄되면서 강남구와 송파구의 갭투자 비율이 급락했다.
서울뿐 아니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인 세종은 434건에서 279건으로, 6·17 대책에서 연수·남동·서구가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된 인천은 253건에서 200건으로 갭투자가 감소했다. 대전과 대구도 각각 189건, 297건에서 148건, 260건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3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갭투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뛰는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1단지 전용면적 53.16㎡는 6·17 대책 발표 전인 6월 11일 최고가인 2억8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27일 3억5500만원까지 상승했다.
김상훈 의원은 “수십 차례의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서민과 사회초년생이 접근 가능했던 중저가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이마저도 갭투자에 따른 매물 부족으로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억원 이하의 아파트에서 갭투자가 늘어나고,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최윤정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