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21 03:59
[땅집고] 아파트 분양가격은 현재 가격이 아닌 2년 후 입주 시점에 구매하는 가격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격은 주변 시세의 110% 내외에서 높게 정해지는 게 정상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분양 제도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인해 분양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오히려 30% 이상 낮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시세는 ㎡ 당 1065만1000원이다. HUG가 발표하는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아파트 분양가격은 ㎡ 당 832만원이었다. 서울 강남 인기 단지에서는 당첨만 된다면 앉은 자리에서 5억~10억원대 차익을 보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 때문에 아파트 청약 시장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16.8대1에서 올 상반기 74.6대1로 1년 만에 4배 넘게 치솟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6월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639만명에 이른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기 위해선 가점이 높아야 하는데, 경쟁자가 많은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은 평균 58점이다. 서울의 경우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당첨되려면 당연히 더 많은 가점이 필요하다. 문제는 가점이 높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뿐이지 당첨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되겠지”…무작정 기다리면 위험
당첨만 되면 ‘로또’가 따로없으니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청약 가점을 높여 향후 청약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품 가치가 높은 새 아파트를 시세보다 30~50%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운에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왜 그럴까. 첫째, 당첨을 위해 무주택 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좋은 매물이 나와도 하염없이 청약을 기다리며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다가 결국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시간이 지나면 가점이 높아져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당첨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다. 내 가점이 올라가면 경쟁자들의 가점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셋째, 아파트 분양 물량은 점차 급격히 감소한다. 올 상반기 서울 주택인허가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31.4% 감소했다.
■가점 50점 미만이라면…‘급매물’ 노려라
이렇게 볼 때 위험을 무릅쓰고 ‘청약 로또’를 기다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특히 청약 가점이 현재 50점 미만이라면 과감히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7·10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른바 ‘서울 아파트의 요새화’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청약 이외에도 다양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인상한 부동산 세금 중 취득세 등 거래세, 재산세 등 보유세는 공표 이후 바로 시행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은 2021년 5월까지 유예된다. 이로 인해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세금 폭탄을 버티기 힘든 다주택자들의 보유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