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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오히려 더 비싸네?"…정부가 뒤집은 전셋값 법칙

    입력 : 2020.08.20 04:21

    [땅집고] 서울시내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땅집고]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던 A씨. 얼마 전 계약 만료에 맞춰 인근에서 올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새 아파트여서 조금 싸게 전셋집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매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84㎡(이하 전용면적) 보증금이 7억원에 달할 만큼 시세도 높았던 것. 2018년 입주한 ‘힐스테이트 녹번’ 84㎡(6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이나 비쌌다. 한 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새 아파트라고 입주 시점에 저렴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했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새 아파트는 전세가 저렴하고 매물도 많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대출과 세금 분야에서 실거주 의무가 늘어난 데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까지 시행하면서 새 아파트 전세 매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매물이 줄어들자 새 아파트 전세금은 주변 시세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일부에서 새 아파트가 주변 전세금을 끌어올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새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일주일 새 2억원 ‘껑충’

    이달 21일 입주를 앞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114㎡ 전세 매물은 현재 17억원에 나와있다. 2007년 8월 준공한 ‘용산시티파크1단지’ 116㎡가 11억원, 2009년 5월 입주한 ‘용산파크타워1단지’ 118㎡가 11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6억원이나 높다. 김용채 용산일등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새 아파트이면서 입지도 좋아 주변 전세금 시세보다 비싸게 출발했다”면서 “최근엔 1주일 새 2억원이나 뛰었다”고 했다.

    [땅집고]이달 21일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아파트. /최윤정 기자

    지난 5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신촌’도 비슷하다. 84㎡ 전세금이 6억5000만원~7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마주보는 ‘신촌푸르지오1단지(2015년 10월 입주)’와 별 차이가 없다. 북아현동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시점에는 주변 아파트보다 적어도 전세금이 1억원 정도 저렴한 게 상식이었는데 매물이 워낙 부족해 인근 단지 전세금까지 동반 상승하는 느낌”이라며 “그나마 있던 매물도 호가를 5000만원 정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주변 아파트 전세금. /최윤정 기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데는 작년 말 이후 도입한 정부 정책이 새 아파트 전세 매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작년 12·16부동산 대책에 따라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은 2년간 실 거주해야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올 6·17 대책에서는 무주택자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 시행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최소 4년 동안 보증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됨으로써, 낮은 전세금을 받느니 집을 비워두더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세입자를 들이겠다는 집주인마저 생겨났다.

    ■ ‘새 아파트 입주=전세금 하락’ 공식이 안 통한다

    [땅집고] 2018년 12월 입주한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조선DB

    더 큰 문제는 새 아파트에서 촉발된 전세금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축 아파트는 저렴하고 질 좋은 전셋집을 대량으로 공급해 인근 전세금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입주한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2019년 초 84㎡ 전세금이 5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시 주변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낮았다.

    정부는 “올 하반기 이후 서울·수도권 입주 아파트가 늘어나면 전세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약 11만 가구로 예년 대비 17% 많다. 서울은 하반기에 2만3000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그러나 새 아파트 입주로 전세금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부의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다.

    더구나 내년 2월 이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당첨자의 경우 2~3년간 거주 의무가 생김에 따라 서울에서 입주하는 새 아파트의 경우 전셋집이 거의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전세 시장의 단기적 충격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시적 물량 감소가 해소되더라도 복합적인 부동산 규제로 전세 수익성이 나빠지면 2~3년 뒤엔 전세 매물 자체가 상당부분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최윤정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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