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18 15:29 | 수정 : 2020.08.18 16:54
[땅집고] 세종시 30평대 아파트 실거래가가 줄줄이 ‘10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2016년 이후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세종 천도론’이 나오면서 이 곳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집값은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31.58% 상승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상승률 2위인 대전(10.56%)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으며, 올해 들어 집값 급등으로 주목받았던 오른 경기도 구리(16.74%)나 수원(15.96%) 상승률의 2배 수준이다. 세종시 집값은 특히 6·17 대책 이후 매주 1% 안팎씩 오르다 지난 7월 27일에는 2.95%로 감정원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이후 지금까지 상승률이 3주 연속 2%다.
실제로 세종시 새롬동 ‘새뜸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84.97㎡는 지난달 7일 9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같은 주택형이 6억7500만~6억9000만원에 거래한 것과 비교하면 2억5000만원 정도 높은 금액이다. 근처 ‘새뜸마을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 84.78㎡도 지난달 실거래가 9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호가는 이미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소위 ‘RR(로열층 로열동)’이라 불리는 84㎡ 아파트 매물들 호가는 12억~13억원 수준이다.
중대형 아파트값은 이미 1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대평동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99㎡가 지난달 27일 10억500만원, 같은 시기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110㎡가 11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들 아파트 호가는 최고 16억원 까지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세종시 집값에 불을 지핀 첫 번째 원인으로 입주 물량 감소를 꼽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입주량은 2015년(1만8826가구) 최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세다. ▲2019년 8738가구 ▲2020년 4062가구 ▲2021년 7668가구 ▲2022년 2157가구 등이다. 업계에선 최근 세종시 아파트 인허가나 착공 실적이 딱히 없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폭탄’을 우려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 ‘세종 천도론’이 나온 것도 세종 집값을 올린 원인이 됐다. 지난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라고 말한 데 이어 정부도 “국회에서 여야 공감대를 만들면 추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 수도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투자자들 움직임이 포착되는 분위기다. 세종시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투자자들이 대전과 세종을 오가면서 수익을 올리곤 하는데, 최근 대전으로 넘어갔던 투자자들이 다시 세종으로 돌아오고 있다”라며 “행정 수도가 이전하면 매머드급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에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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