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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기다렸다" 재개발 기회에 성북1구역 들썩들썩

    입력 : 2020.08.17 03:00

    [땅집고]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7번 출구를 빠져 나와 대로변을 따라 걷다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4층짜리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골목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폭 1m가 채 되지 않아 한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 양 옆으로 플라스틱 판자로 지붕이 덮인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성북동의 동네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빈 집, 화장실 없는 집, 이번 장마에 지붕 무너진 집이 넘쳐난다”며 “집주인들은 오래 전부터 재개발될 날만 목을 빼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땅집고] 성북1구역의 경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골목에는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전현희 기자

    [땅집고]성북1구역에는 골목마다 노후 단독주택,빌라 등이 밀집해 있다./전현희 기자

    낡은 빌라와 쪽방이 밀집한 이곳은 ‘성북1구역’으로 불리는 재개발 추진 지역이다. 2001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반대하는 주민이 많고 사업성도 떨어져 아직 구역지정도 되지 않을만큼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그런데 이곳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재개발’ 사업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곳이 15 곳이라고 밝혔다. 그 중 한 곳이 성북 1구역이다. 현장에서 만난 집주인들은 재개발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고, 투자자 발길도 늘어나고 있었다.

    [땅집고]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이 가까운 성북1구역. /전현희 기자

    ■ “공공재개발이 희망…용적률 오르면 수익성 개선”

    오병천 성북1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성북 1구역은 정부가 선정하는 공공재개발 시범구역으로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라며 “현재 슬럼화가 심각해 공공재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추진위가 최근 집주인 13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0명이 응답해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성북1구역은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30~4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주로 낡은 저층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다. 사업대상지(12만㎡)가 1·2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현재 용적률은 145~170%에 불과하다. 당초 추진위는 기존 주택을 헐고 아파트 1890가구 규모 재개발을 추진 중이었다. 공공재개발을 통한 용적률 혜택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익성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골목 곳곳에 들어선 신축 빌라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개발을 진행하려면 구역 전체 건물 중 60% 이상이 준공 20년 이상인 노후·불량 건축물이어야 한다. 성북1구역의 경우 2001년부터 재개발 논의를 시작했지만 서울시 반대로 구역지정이 되지 않아 건축 행위를 제한받지 않았다. 그래서 추후 재개발될 때를 대비해 입주권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신축 건물을 대거 지었다. 오병천 위원장은 “지난 2년 간 성북1구역에 들어선 신축 빌라만 150채에 달한다”면서 “이 빌라들을 재개발에 포함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땅집고] 성북1구역 주민들은 신축 빌라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 /전현희 기자

    ■ 오래된 빌라 매물 없어…4억~5억대 신축 빌라도 인기

    현재 성북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오래된 다세대주택 매물은 구하기 어렵다. 지난 2월부터 재개발 추진 가능성을 보고 들어 온 투자자들이 대거 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보통 지은지 5~10년된 신축 빌라는 건물 가격이 반영되면서 매매가격도 높아져 인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성북1구역에서는 신축 빌라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전용면적 15~18평 다세대주택이 4억~5억원 정도에 팔린다. 추가분담금 2억~3억원이면 추후 중소형 아파트 1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성북1구역 인근 삼선동 ‘삼선SK뷰’(2012년 입주)는 현재 전용 59㎡ 매매가격이 8억원 정도다. 성북동 한솔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4일 이후 1억원대 매물을 찾는 투자 문의가 쏟아진다”며 “공공 재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매 가격이 5000만~1억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재개발 정책이 공공재건축보다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좀 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개발 사업은 대체로 재건축 사업보다 임대아파트 거부감이 덜해 주민 동의를 끌어내기 쉬울 것”이라며 “사업 추진을 망설이는 사업장이 나설 수 있도록 지금보다 용적률을 더 높여주는 등의 확실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투기와 조합원 갈등을 막으려면 공공재개발 선정일 이전에 집을 소유한 이들에게만 입주권을 부여한다든가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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