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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치곤 분양가 참 싼데…귀갓길이 등산길

    입력 : 2020.08.06 07:57

    땅집고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분양 광고가 말하지 않는 사실과 정보’만을 모아 집중 분석하는 ‘디스(This) 아파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분양 상품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땅집고 디스아파트] 서울 대치동 구마을1지구 재건축 ‘대치 푸르지오 써밋’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1지구를 재건축하는 '대치 푸르지오 써밋' 조감도. /대우건설

    우리나라 학군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올해 첫 아파트가 분양한다. 오는 8월 11일 1순위 청약을 받는 ‘대치 푸르지오 써밋’이다. 이 아파트는 대치동 963 일대 구마을1지구를 지하 3층~지상 18층 9개동 489가구로 재건축한다. 이 중 10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구마을 1~3지구 모두 재건축을 진행 중인데 1지구가 가장 크다. 2023년 5월 입주 예정이다.

    ‘대치 푸르지오 써밋’은 분양가상한제는 적용받지 않았지만 분양가는 비교적 저렴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가 통제를 받아 주변 시세보다 25% 정도 낮게 나왔다. 이른바 로또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인만큼 분양가는 전 가구가 9억원을 초과한다.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결국 현금 동원력이 있어야 청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입지적 단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파트가 가파른 언덕에 지어져 “집을 살 때 학군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들이라야 매일 ‘등산’을 감당할 수 있겠다”는 우스개도 나온다.

    ■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5분…아파트 언덕 심해

    [땅집고] 단지에서 2호선 삼성역과 3호선 대치역까지 걸어서 각각 15분 이상 걸린다. /대우건설

    이 아파트 분양 홍보 자료에는 ‘2·3호선 더블역세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2호선과 3호선은 서울 지하철 중 도심 핵심 입지를 지나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이 아파트에서 2개역까지 걸어가려면 15분 이상 걸린다. 역세권 단지라고 부르기엔 다소 애매한 셈이다.

    [땅집고]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가 '대치 푸르지오 써밋' 현장에 직접 방문해 찍은 사진. 아파트를 짓는 구마을1지구 대지가 우물이 푹 파인 것처럼 낮아, 근처 '대치현대'가 높은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을 첨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땅집고] 한 예비청약자가 '대치 푸르지오 써밋'이 지어지는 구마을1지구를 현장답사한 후 청약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구마을1지구는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역에서 아파트까지 가려면 경사진 언덕을 넘은 후 또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는 사업지를 직접 다녀온 후 “너무 경사지고 주변도 다 언덕이라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가기에는 도저히 무리가 있다. 여름에는 땀으로 목욕할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도 “대치팰리스·도곡렉슬·선경·미도 등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성 대치동’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아예 다른 입지”라는 답사기를 올리기도 했다.

    학군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강남8학군 중에서도 ‘톱’으로 꼽히는 휘문고가 걸어서 5분쯤 걸린다. 경기고·단대부고·중대부고·진선여고 등 8학군 학교와 유명 입시 학원이 몰려있는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자녀 교육 환경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청약자라면 ‘대치 푸르지오 써밋’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시세보다 25% 저렴…시세차익 10억원은 무리”

    [땅집고] '대치 푸르지오 써밋' 평당 분양가. 대치동 시세 대비 25% 가량 저렴하다. /이지은 기자

    ‘대치 푸르지오 써밋’ 3.3㎡(1평)당 분양가는 4751만원이다. 올해 7월 말 기준 대치동 아파트 시세가 638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25% 정도 저렴하다. 지난해 근처에 분양한 ‘르엘 대치(4772만원)’,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4911만원)’와 비교해도 분양가가 낮다.

    [땅집고] '대치 푸르지오 써밋' 주택형별 분양가. /이지은 기자

    하지만 전 가구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은 불가능하다. 주택형별 분양가는 ▲51㎡ 9억8240만~10억3110만원 ▲53㎡ 10억1570만~10억6549만원 ▲59㎡ 11억1370만~11억4580만원 ▲102㎡ 17억9310만~18억8570만원 ▲117㎡ 20억6770만~20억8770만원이다. 펜트하우스도 있는데 101~155㎡ 총 5개 주택형에서 각각 1가구이며 분양가는 20억1070만~30억7610만원이다.

    [땅집고] '대치 푸르지오 써밋'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올해 최고 실거래가 비교. /이지은 기자

    예비청약자들은 59㎡ 기준으로 당첨되면 시세차익이 최소 1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6월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60㎡가 25억원에 팔린 것을 기준으로 삼은 금액이다. 하지만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대치 푸르지오 써밋’과 달리 초역세권에 1000가구 이상 대단지라는 점에서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비슷한 조건의 주변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를 보면 ‘대치현대’ 60㎡가 15억500만원(2020년 6월), ‘개나리푸르지오’ 60㎡가 18억4500만원(2019년 11월) 등이다. 이를 감안하면 시세차익은 최소 3억50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 저층 물량 많아도 청약경쟁률 높을 듯

    ‘대치 푸르지오 써밋’은 총 489가구로 구마을 2지구(270여가구)나 3지구(280여가구)보다 크지만 ‘래미안대치팰리스(1278가구)’, ‘대치동부센트레빌(805가구)’ 등 주변 기존 아파트와 비교하면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써밋)를 적용했지만 대치동 랜드마크 단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땅집고] '대치 푸르지오 써밋' 일반분양 물량 동호수 배치도. 각 동별로 꼭대기 펜트하우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저층이다. /대우건설

    단지 규모가 적어 일반 분양 물량도 전체의 20% 수준인106가구로 적은 편이다. 이마저도 저층 주택 위주로 나온다. 예를 들면 59㎡는 모두 1~4층이다. 84㎡는 모두 조합원에게 배정됐다. 청약 가능한 10층 이상 고층은 102㎡ 30가구와 펜트하우스 5가구 등이다. 분양가가 20억~30억원 정도로 비싼 대형평수 밖에 없다.

    [땅집고] '대치 푸르지오 써밋' 102㎡ 주택형 거실 모델하우스. /대우건설 유튜브 채널 캡쳐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치 푸르지오 써밋’ 청약 수요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11월 바로 옆 ‘르엘 대치’가 평균 212대 1로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치동 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항상 넘치는데 최근 자사고 폐지 영향으로 강남 8학군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상황”이라며 ”대치동에는 새 아파트 공급이 워낙 드물어 이번 분양에도 청약 수요가 많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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