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06 07:56
[땅집고] 올 6월 초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평내호평역 대명루첸 포레스티움’ 아파트. 평내동 일대 신축 아파트 중 유일하게 1000가구가 넘는 1008가구 대단지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생기는 경춘선 평내호평역과 가장 가까워 수요자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 시행사 임원 A씨가 남양주시 고발로 경찰에 구속됐다.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도로법을 위반하고 재물을 손괴했다는 이유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현행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사업자가 아파트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폭 6m 이상 단지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 보행자와 자동차 통행을 돕고, 화재 등을 대비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평내호평역 대명루첸 포레스티움’의 경우 아파트 정문과 왕복 6차로인 경춘로를 잇는 가감속차선을 신설하는 조건으로 2012년 사업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시행사가 진입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된다며 인근 육교를 무단 철거했던 것. 육교는 1985년 경춘로에 횡단보도 대신 설치한 것으로 높이 5.6m, 길이 30m, 폭 3m다. 철거 공사는 올 5월 16~17일 이틀에 걸쳐 진행했다.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육교 철거 협의를 위해 남양주시청과 경찰서에 몇 번 방문했지만, 입주일 후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입주하기 전에 준공허가를 받기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육교를 철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남양주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을 당시 육교를 없애고 도로를 확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A씨의 조치가 위법이라고 봤다. 육교를 철거하기 전 먼저 경찰서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보행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익을 위해 도로시설물을 무단으로 없앤 것이 되기 때문에 재물손괴죄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문제는 육교 무단 철거 문제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이 아파트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흔히 시행사가 아파트를 준공해도 사업계획승인 조건으로 부과된 사항을 미이행하면 아파트 전체에 대한 사용검사 대신 동별사용승인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평내호평역 대명루첸 포레스티움’은 육교 철거 문제 등으로 사용검사가 어렵게 되자, 올 6월 3일 동별사용승인을 받았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이 입주 지연에 따른 불편을 겪을 것을 우려해 일단 동별사용검사를 승인했다”며 “하지만 문제가 된 진입도로 뿐 아니라 단지 내 수변공원·소공원도 조성되지 않아 당분간 준공승인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가 준공허가를 받기 전까지 대지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한다. 건물 소유권 등기만 가능하다. 이처럼 아파트 사업주체가 동별사용승인이나 임시사용승인만 받은 상태에서 입주가 진행될 경우,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잔금은 준공승인 이후 납부해도 된다(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 60조 4항). 하지만 건물 소유권이 없을 경우 담보대출이나 전월세 임대 등에서 제대로 된 재산권 행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남양주시가 육교 철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사가 육교 철거 일정을 적어둔 현수막을 미리 걸어뒀다는 것이다. 남양주시는 육교가 있던 자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권을 뒷전으로 한 채 위법을 자행한 해당 시행사에게 행정·사법 조치를 다해 이 같은 행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