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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길바닥 나앉는다" 빌라로까지 번진 '패닉바잉'

    입력 : 2020.08.05 05:02

    [땅집고]지난 달 21일 서울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새절역. 전철역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는 역출구부터 빌라들이 대로변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빌라촌 한복판 공인중개사무소도 주로 빌라 매물을 중개한다고 했다. 은평구 불광동에서 지난6월 이후(계약일기준)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세대·연립 주택은 157건에 달한다. 연신내역 인근 대성공인중개사무소 문일승 대표는 “지난6~7월 사이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나서, 은평구 내 빌라 매입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땅집고]6호선 새절역 출구 바로 앞부터 늘어선 빌라들./전현희 기자

    지난 3년간 이어진 정부의 실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난장판이 된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서울 외곽의 빌라·다세대 밀집 지역까지 혼란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 정부 말을 믿고 집값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무주택자와 젊은층들이 “연립·다세대 주택이라도 사놓지 않으면 평생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불안감에 휩싸인 결과다.

    연립·다세대 주택 거래도 활발하다. 3일 기준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6209건이었다. 작년 6월(3489건)보다 두 배나 증가했다. 12년 만에 가장 많은 거래 건수였다. 이중에서도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외곽 지역이 은평구 거래량이 744건으로 서울 25개 구 중에 가장 많았다.

    ■ 빌라로 번진 ‘무주택 패닉바잉’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직장이 있는 A씨는 최근 결혼하면서 6호선 응암역 근처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삼성캐슬 빌라를 매입했다. 지난 달 20일 계약을 마치고 7월 입주했다. 그는 애초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결혼 초기에는 전셋집에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계획이 바뀌었다. A씨는 “막상 전셋집을 찾아 보니 마련해 둔 돈으로는 아파트 전세는 꿈도 못꿀 정도로 비싸고, 빌라도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더라”며 “확률 낮은 청약에 목을 매느니 일단 빌라라도 사자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A씨가 매입한 삼성캐슬 빌라 전용면적 59㎡는 3억7000만원 안팎이다. 이 빌라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응암역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의 동일 면적과 비교하면 3억원 정도 저렴하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 인근 솔로몬공인중개사 김재택 대표는 “정부의 규제 나온 이후 빌라를 사겠다며 걸려오는 전화 문의가 50~70% 정도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금까지 급등하면서 “이러다가는 평생 내집마련을 불가능 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느낀 20~30대 젊은층을 비롯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빌라를 포함한 다세대 주택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집값 안정과 전월세 시장 안정”을 말하고 있지만, 주택 시장에선 어느누구도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심지어 여당 의원도 “집값이 잡힐 리가 있겠냐”고 말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신뢰가 완벽하게 무너져 무주택자들이 “일단 뭐라도 사고 보자”식의 ‘패닉 바잉’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땅집고]삼성캐슬 빌라와 응암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 59㎡ 매매가 비교./전현희 기자


    ■ 규제 풍선효과로 빌라 투자수요 몰리고 매매가도 올라

    빌라 시장이 활발해진 이유 중 하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하면서 빌라 시장은 대출 등에서 그나마 규제를 덜 받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6·17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단독주택과 빌라는 이런 규제는 받지 않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빌라의 미래 가치는 아파트보다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자금이 부족해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입장에선 현재로썬 빌라가 최적의 대안 상품인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은평구 빌라는 전세 수요가 많아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2000만~3000만원 정도 뿐이어서 과거에는 2억원으로 빌라 10채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파트 값 상승기에 빌라 매매 가격도 올라 3억~4억원 빌라를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7000만~8000만원씩 남긴 사례도 적지 않다고 이 지역 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말했다.

    [땅집고]빌라 밀집 지역 이면도로에 있는 중개사무소들./전현희 기자

    재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이나 재개발 사업 초기 단계의 낡은 단독주택이나 빌라 시장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용산구 후암동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빌라·단독주택 거래가 부쩍 늘었다. 대지 면적 10평 안팎의 빌라가 8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 지역의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낡은 동네지만 교통이 편리해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들이 투자 겸 실거주 목적으로 대출을 최대한 받아 빌라를 사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부동산 공부를 좀 한 젊은 층들이 멀쩡한 아파트 전세 구할 돈이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빌라를 사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말했다.

    [땅집고]중개사무소에서는 주로 빌라 매물을 중개한다./전현희 기자


    ■“당분간 수요 계속 몰릴 것, 장기 관점에서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빌라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심형석 미국SWCU 교수는“고가 아파트 규제가 더해지면서 노·도·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난 것처럼 빌라도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요가 이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빌라도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빌라 시세는 단기급등한 면이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은 “빌라는 전세금과 매매가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실거주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주택상품”이라며 “실거주가 아닌 경우라면 운영 수익(월세)을 올리면서 장기 보유하는 플랜으로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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