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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세입자 갈등 수면 위로…공인중개사도 "미치겠네"

    입력 : 2020.08.02 17:16 | 수정 : 2020.08.02 21:52

    [땅집고]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조선DB

    [땅집고] 전월세 거주를 최대 4년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전월세 임대차 시장은 대혼란이다.

    재산권 침해·시장혼란 지적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 상정 사흘 만에 법을 통과시키면서 전세 계약 갱신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현실화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은 법 시행을 반기고 있지만, 신혼부부 등 신규 세입자들은 전세금이 급등한데다 전세가 소멸하고 월세가 대세가 돼 임차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일 서울 곳곳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전세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전세 유형과 관련해 다양한 사례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지만, 공인중개사들도 충분한 대답을 내놓지 못해 임대인·임차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용산구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오늘 받은 문의만 해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게 많다”며 “계약갱신을 하면 2년 다 채울 필요 없이 세입자가 언제든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는 건지, 계약을 1년만 하는 경우 1년 후 또 1년에 대해서만 갱신 청구가 가능한지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새 법이 기존 계약까지 소급 적용돼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과 갈등도 커지고 있다.

    강남구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전세는 보통 계약 만기 2∼3개월 전에 갱신 계약서를 쓰는데, 얼마 전 계약서를 썼던 세입자들이 임대차법 통과 이후 계약상 만기가 지나지 않았으니 다시 계약서를 쓰자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증금을 5%만 올리는 거로 다시 쓰자는 건데, 집주인들은 당연히 안된다고 버티고 있어 분위기가 서늘하다”고 말했다.

    S 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은 이제 어떻게 해서든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하면서 직접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는데, 세입자 입장에선 계약서까지 쓴 상황에서 집주인이 갑자기 들어온다고 하면 쉽게 믿겠냐”며 “이런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땅집고]지난 1년간 서울 전세가격 지수 변화. / 한국감정원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이번에 새로 도입된 2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마포구 R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10월에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세입자가 법 통과 후 다른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며 더 살게 해달라고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집주인의 문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지만, 법 시행으로 계획대로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하고 보증금도 시세만큼 올려 받지 못하는 집주인은 크게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임차인은 비교적 법 시행은 반기는 분위기다.

    서초구 한 아파트 전셋집에 사는 김모(43)씨는 “재계약 시즌이 되면 이번엔 집주인이 보증금을 얼마나 올려달라고 할지, 또 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밤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며 “누가 뭐래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4년간 쫓겨나거나 전세금이 크게 오를 걱정 없이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규 세입자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급등하고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이모(34)씨는 “지난주 봤던 집은 전세 보증금이 며칠 새 5000만원 올랐다고 하고, 전세로 봤던 집들은 반전세나 월세로 돌렸다고 한다”며 “대출을 생각한 예산을 크게 넘는 수준이어서 새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할까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성동구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기존 임차인들이 이제 웬만하면 2년 더 거주하려 하고, 보유세 강화로 실거주를 생각하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전세가 씨가 마르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없다보니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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