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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투하에도 강남은 "안 내놔" 지방은 "나 죽네"

    입력 : 2020.07.30 05:58

    [땅집고] “강남 잡겠다고 대놓은 대책 때문에 지방 사람들이 죽게 생겼습니다. 집을 3000만원이나 낮춰서 내놨는데도 팔리지가 않습니다.”(청주시 40대 A씨)

    양도세를 계산해보니까 세금이 대폭 오른게 실감나니까 ‘못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수요자들의 문의는 끊이지가 않고 매물 잠김이 더 심해질 텐데 과연 집값이 잡힐까요? (강남구 개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땅집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지부 비상대책위원회가 24일 충북도청 앞에서 청주시를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7·10 부동산 대책이 잠잠한 지방 도시 부동산 시장까지 혼란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다주택자를 겨냥해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을 ‘벌금형’에 가깝게 만들고, 이 규제를 전국적으로 일괄 적용하면서 지방 다주택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7·10대책의 영향으로 보유하고 있던 집을 팔기 위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주택을 매물로 대거 내놓을 경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던 지방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6% 올랐지만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7.2%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다주택자들이 징벌적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주택부터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예상치 않은 하락세에 접어들 수도 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규제가 지방의 1주택 소유자들의 자산가치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무주택자 입장에선 서울이든 지방이든 집값이 떨어지면 환영하겠지만, 가득이나 어려운 지방 경제상황에서 자산가치 하락은 또다른 부작용을 가져오게 될 전망이다.

    ■징벌 과세, 서울 강남 아닌 지방이 타격 받았다

    [땅집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 인상 방안. /조선DB

    7·10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세금 규제 중 상당 부분은 규제지역뿐 아니라 지방 비규제지역에게도 일괄 적용된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물리는 취득세율(8∼12%)과 2년 미만 보유 주택(분양권 포함)을 팔 때 적용하는 양도세율 60∼70%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수도권 외곽지역의 분양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10 대책 발표 이후,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없던 수도권 외곽지역부터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SK건설이 인천 중구 운남동에 짓는 ‘운서 2차 SK뷰 스카이시티’는 미달 성적을 받아들였다. 특별공급분을 다 채우지 못했고, 1순위에서는 814가구를 모집하는데 602명만이 신청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공급된 '용인 세영리첼'도 미달이 났다. 처인구는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 아파트가 분양한 곳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도 받지 않고 LTV(주택담보대출) 비율도 규제지역보다 더 높은 비규제지역 임에도 수요자들이 외면했다.

    [땅집고] 지난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 고운호 기자

    지방 중소도시는 타격이 더 크다. 7·10 대책으로 규제와 관계없이 분양권 보유기간 1년 미만은 70%, 1년 이상은 60%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되면서 지방 도시의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한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권은 웃돈(프리미엄)이 올해 상반기에는 7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다 지금은 3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수도권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외지인들의 투자가 늘면서 가격 상승세를 보였으나 6·10 대책으로 규제지역에 포함된 이후부터 매수세가 위축돼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분양 시장은 최근 미달 사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동시에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경북 경산 ‘사동 팰리스 부영 2단지’와 충남 당진 ‘호반 써밋시그니처’는 각각 1순위에서 90가구, 312가구가 미분양돼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최근 광주시 초월읍에서 분양한 '쌍용 더 플래티넘 광주'는 1순위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됐지만, 당해지역에서는 미달이 나왔고 예비청약자들을 못채웠다. 주택 건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에서 이제 막 벗어난 지역까지 규제를 적용 받게 돼 실수요자들까지 매수 심리가 많이 위축돼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 고위 관료, 여권 의원들도 ‘서울의 똘똘한 한 채 지키기’ 나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투기꾼들이 모인 곳’으로 규정하고 있는 강남 주택시장은 7·10대책이 나왔지만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세부담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이미 오를대로 오른 양도세를 정부에 헌납할 의사는 없다는게 강남권 주택 소유자들의 심리 상태다. 게다가 세금도 오르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헛발질’ 대책을 계속 내놓는 사이 집값은 세금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경. /조선DB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의 ‘똘똘한 한채’로 몰리는 경향은 짙어져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강남 사수, 지방 매도’ 메시지는 청와대 고위 참모진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보여줬다”면서 “청와대와 국토부에서 정책을 만들 때 자기 편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이 오히려 정책을 불신하게 만들었다”며 “증여세가 양도세만큼 높아지더라도 정부의 바람과 달리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보다 증여에 나서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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