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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몰려드는 꼬마빌딩? 강남·대기업에 목매지 마라"

    입력 : 2020.07.22 05:06

    [땅집고] 강정임 ERA코리아 대표는 "지금같은 불황에서 꼬마빌딩 건물주가 살아남으려면 건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ERA코리아

    [땅집고] “올 상반기 꼬마빌딩 매매시장은 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어 활기를 띠었습니다. 반면 임대차시장은 재앙 수준이었죠. 앞으로 빌딩 매니지먼트(관리)를 소홀히 하면 지금같은 불황에서 건물주로서 살아남기가 힘들 겁니다.”

    국내 빌딩 매매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강정임 ERA코리아 대표.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겪었던 그는 빌딩 공실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강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건물주들이 빌딩을 샀다가 팔아서 차익을 올리는 데만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건물 임대차관리에도 신경쓰면서 자산 가치를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빌딩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남들과 차별화한 건물 관리 노하우가 없으면 목표로 삼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땅집고] ERA코리아 주요 사업 영역. /ERA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그는 2006년부터 ERA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ERA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36개국에 지사를 보유한 글로벌 종합 부동산컨설팅 회사다. 주로 500억원 이하 비주거용(상업·오피스·산업) 건물을 취급한다. 건물 매입·매각, 임대차·운영관리 등 빌딩 투자 관련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

    강 대표에게 최근 꼬마빌딩 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 투자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상반기 꼬마빌딩 시장은 어땠나.
    “거래량도 크게 늘고, 매매가격도 급등했다. 워낙 금리가 낮아 투자자들이 대출받아 꼬마빌딩을 사는데 망설임이 없어졌다. 수익률은 하락세다. 2~3년 전만 해도 임대수익률이 연 3~5% 정도 됐다. 지금은 연 2~3%대다. 그래도 1% 미만인 예금 금리 높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입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ERA코리아도 올 상반기에 작년 전체 매출액을 벌써 달성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조선DB

    투자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어디인가.
    “단연 서울 강남이다. 꼬마빌딩 시장에서도 ‘강남 불패’ 공식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6·17 대책과 7·10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선 앞으로 꼬마빌딩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계약 체결을 앞두고 파기하거나 매매가를 확 올리는 건물주도 많았다. 그런데도 사겠다는 대기수요가 풍부하다.”

    강남은 너무 비싸지 않나. 다른 유망지역은 없을까.
    “사실 강남은 꼬마빌딩 수익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매매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시세도 계속 올라 사기가 힘들고, 매물도 귀하다. 강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전국적으로 보면 특색을 갖춘 곳이 제법 많다, 이런 지역을 선점하는 것도 좋다. 요즘엔 전국 어디든 4시간이면 도착하는 ‘반나절 생활권’ 아닌가. 얼마전 강원도 고성 아야진을 방문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카페 건물들이 성업 중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카페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던 곳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알아봤더니 ‘서울 투자자들이 상업 건물 지을만한 땅을 싹쓸이했다’고 하더라.

    [땅집고] 최근 1년여 사이에 강원도 고성 아야진 해안가를 따라 카페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네이버 지도 캡쳐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아도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고 좋아하는 입지라면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 요즘엔 골목상권이나 지역상권이 주목받고 있다. 이태원이나 가로수길처럼 유명 상권만 볼 필요가 없다. 다만 전철역에서 가깝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탄탄한 배후수요를 끼고 있는 꼬마빌딩을 골라야 한다.”

    ―건물 임대차관리도 중요하지 않나.
    “올 상반기 꼬마빌딩 임대차시장은 사상 최악이었다. 지난 3월부터 임대차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세입자들이 6개월 정도 버티다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줄줄이 점포를 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임대차관리에 더 신경써야 건물을 차별화할 수 있다.

    [땅집고] 수도권의 한 상가에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조선DB

    건물주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기업이 가장 높은 임대료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오히려 임대료를 더 낮추거나 각종 혜택을 요구한다. 오히려 ‘신생 브랜드 입점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한다. 해외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한국에 초기 매장을 내려는 브랜드를 겨냥하면 좋다. 실제로 서울 가로수길 한 건물의 경우 2층에 상해에서 들여온 버블티 매장을 입점시켰는데, 이전 대기업 음료 매장보다 매출이 5~6배로 뛰었다.”

    ―꼬마빌딩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낮추라고 하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불경기에는 원하는 임대료를 못 맞춰도 점포를 비워놓기보다 어떤 세입자라도 들여 건물을 활성화하는 것이 낫다. 잘 나가는 임차인이라면 파격적인 헤택을 줘서라도 입점시켜야 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임대료는 올릴 수 있지 않나.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내 건물은 침체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각인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건물주 평판 관리도 필요하다. 대형 오피스 시장에선 세입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 제공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반면, 중소형 빌딩에는 아직 도입이 안됐다. 이 때문에 세입자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임대료를 지나치게 올리거나 건물 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건물주가 많다. 이런 마인드는 바꿔야 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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