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16 04:53 | 수정 : 2020.07.20 07:59
땅집고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올해 하반기 시장 전망을 싣는다. 네번째로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연구위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2020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④이광수 연구위원 “지금 무리해서 영끌했다간 빚만 불어난다”
[2020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④이광수 연구위원 “지금 무리해서 영끌했다간 빚만 불어난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자면 상당히 ‘비 이성적’이다. 비 이성적이라 함은 반(反) 시장적이라는 뜻이다. 정책을 중장기가 아닌 단기 조절 수단으로 쓰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 의도와는 정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정부가 아무리 ‘각종 규제로 집값을 안정시킬테니 그 때 사라’는 시그널을 보내도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집을 사야겠다’고 해석한다. 결국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발표된 정책은 휘발되지 않고 계속 쌓인다.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들은 ‘핀셋 규제’ 형태로 워낙 국지적이다보니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규제가 좀 더 광범위해지고 이중 삼중으로 쌓이다 보면 집값 상승에도 한계점이 올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3년을 넘긴 올해 하반기부터 슬슬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 “집값·매매량은 감소, 전세금은 상승할 것”
하반기 집값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서울 강남 중심으로 상승폭이 다소 줄어드는 약보합세가 될 것이다. 그동안 서울 집값과 매매거래량을 높이는 데 기여했던 건 6억~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다. 중저가 아파트가 이제는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아파트가 돼버려 수요자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정부 규제로 아파트를 쉽게 사고 팔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하반기 매매거래량도 확 줄어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로(0) 금리’ 시대가 되면서 집값이 더 폭등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시중 현금이 죄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다소 무리한 해석이다. 정부가 대출을 묶어 자금 유통 속도는 되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유동성이 증가한다고 모든 자산이 오르기는 힘들다.
전세금은 상승 가능성이 크다. 그 동안 매매가격이 큰 폭 오른 데 비해 전세금은 이에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른바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됐다고 본다. 한국의 임대차계약 문화 상 새 세입자를 들이려면 중개수수료 등 집주인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집주인 대부분은 연장계약을 선호한다. ‘임대차 3법’을 시행해도 모두가 걱정하는 것처럼 전세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 “부동산은 안전자산 아니야…‘영끌’했다가 망할 수도”
그 동안 정부의 공급 정책에 대해 ‘효력이 없다’는 비판이 수두룩했다. 서울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기도 외곽 신도시 아파트를 공급해봐야 소용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서울 수요자들이 선호할만한 입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모습을 슬슬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서울 관악구 남태령·동작구 수방사 등 알짜 군부대 땅에 신혼희망타운과 행복주택 1314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아직 내집 마련을 못한 수요자라면 앞으로 정부가 마지막 카드 격으로 내놓는 알짜 공급지를 눈여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면 재건축·재개발을 노린 투자는 적어도 이번 정부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 지을 땅이 한정된 서울에서 주택공급 방은 크게 두 가지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그린벨트·군부대 등 유휴토지 개발이다. 정부는 후자를 택했다. 재건축·재개발은 사업 과정에서 멸실주택이 발생해 공급 총량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 특성상 정비사업이 개발 호재로 작용하면서 집값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이유다. 정부 방침을 거스르면서까지 정비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주택 매수자들을 보면 ‘오늘만 살고 있는’ 모습이다. 언제 또 집값이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원금과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휜다. 비 규제지역 아파트라고 급하게 매입하면 다음 정책에서 규제지역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많다. 통계상 평균 주택 보유기간은 7년 정도이며 거주 연한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긴 호흡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요동치는 시장에서 불안한 마음가짐으로 무리하게 주택 매입에 나섰다가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부동산은 절대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은 ‘핀셋 규제’ 형태였다. 규제를 피한 지역에선 어김없이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정부가 정말 집값을 잡고 싶다면 투자 수요나 투기 수요가 지역에 관계없이 규제받는 형태로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