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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3억 뛰는 건 기본…은평·관악, 경전철 하나에 들썩들썩

    입력 : 2020.07.10 05:40

    [발품리포트] 서부선 호재로 들썩이는 은평·관악 집값

    [땅집고] 서부선 노선을 포함하는 새절역 근처 아파트 '힐스테이트백련산4차'. 서부선 호재 발표 이후로 기존 최고 실거래가 대비 1억원 이상 높은 매물들이 등장했다. /이지은 기자

    “서부선 소식 나오자마자 평소보다 문의가 2~3배 정도 늘었습니다.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하거나, 호가를 5000만~7000만원 정도 올려야겠다는 집주인들 연락이 쏟아졌어요. (서울 은평구 응암동 한명화 탑자이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그동안 저평가됐던 봉천동 집값이 최근 상승세였거든요. 이번 서부선 발표 덕분에 앞으로 호가는 더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T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지난 3년간 이어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수도권 전역의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그나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은평구와 관악구의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30일 땅집고 취재진이 만난 서울 은평구 응암동, 관악구 봉천동 공인중개사들은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2일 서부선이 20년만에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호재가 발표되면서 매수자·집주인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땅집고] 서울 서부선 경전철 노선도. /조선DB

    서부선은 은평구 새절역(6호선)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잇는 총 16개 정거장, 총연장 16.15km로 서울 북서부(은평구)와 남동부(관악구)를 대각선으로 잇는 제법 긴 경전철 노선이다. 두 지역은 서울 도심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역인만큼 서부선 신설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3년 착공, 2028년 개통이 목표다. 총 사업비 1조6191억원을 투입한다.

    보통 경전철은 지하철에 비해 수송능력이 떨어져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적은 편이다. 그런데 서부선은 유독 ‘대형 호재’로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이달 2일 한국감정원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발표하면서 6월 다섯째 주(6월 29일 기준) 서울 집값이 0.06% 상승한 가운데, 서부선 종착역을 끼고있는 은평구와 관악구가 각각 0.07% 오르면서 평균을 웃돌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서부선, 경전철이지만 중전철 못지 않은 효과 낼 것
    [땅집고] 사업 추진 중인 서울시내 경전철 노선. 서울 강남북을 관통하는 노선은 서부선이 유일하다. /조선DB

    전문가들은 “서부선은 서울 강남·북을 연결하는 최초의 경전철로, 중전철 못지 않은 교통 개선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서부선 수송량이 1편성 당 3량으로 일반 전철에 비해 수송량이 훨씬 적다. 하지만, 서부선 노선이 여의도와 신촌을 지나기 때문에 은평구와 관악구 주민들의 도심 접근성이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지하철 노선인 1·2·6·7·9호선으로 환승도 가능하다. 현재 운영 중인 우이신설선과 용인에버라인 등 다른 경전철 노선들이 서울 외곽만을 지나면서 기존 지하철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서부선이 개통하면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기존 36분(1회 환승)에서 22분(직통)으로 줄어든다.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까지는 기존 30분(1회 환승)에서 16분(직통)으로,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다.

    ■새절역·서울대입구역 근처 아파트 호가 1억원 넘게 올라

    [땅집고] 서부선 민자적격성 조사 통과 발표 이후 은평·관악구 84㎡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 대비 최고 호가 비교. /이지은 기자

    먼저 은평구에선 새절역(6호선) 인근 아파트 호가 상승이 두드러진다. 역에서 가장 가까운 ‘힐스테이트백련산4차’ 59㎡가 지난달 7억8500만(4층)~8억원(12층)에 팔렸는데, 서부선 발표 후에는 호가가 8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최고 실거래가가 9억2000만원이던 84㎡는 현재 최고 12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바로 옆 ‘백련산SK뷰아이파크’ 84㎡도 가장 최근 실거래가 지난 3월 7억6000만원인데 현재 대부분 매물이 10억5000만~11억원 선이다.

    조휘순 백련산별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은평구 일대에는 아직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남아 있어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슬슬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서부선 호재가 발표된 뒤로는 집주인들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넘게 호가를 올리면서 저가 매물은 싹 사라지고 거래는 끊긴 상태”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유일한 신축 단지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84㎡ 호가가 최고 1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기존 최고 실거래가 11억8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이지은 기자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낀 관악구 봉천동 일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봉천동에서 유일한 신축 단지로 꼽히는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019년 6월 입주)’ 84㎡ 최고 호가가 13억5000만원이다. 지난 3월 최고 11억8000만원에 팔린 것보다 1억7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2018년부터 약 2년 동안 매매가가 6억원대에 머물던 ‘대우디오슈페리움2단지’ 84㎡는 현재 8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봉천동 T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원래 신축 단지들 위주로만 집값이 오르고 있었는데, 서부선 영향으로 입주한지 20년 가까이 된 ‘관악드림타운’ 등 나머지 단지들도 대부분 호가가 올랐다’라고 말했다.

    서부선 급행역 신설 여부는 미정…수송량 떨어지는만큼 교통혼잡은 감수해야

    [땅집고]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서부선 호재와 관련한 전단이 걸려있다. /이지은 기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서부선이 지나는 지역들 중에서도 은평구 새절역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호가 상승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종점인 두 역이 급행역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이 같은 주장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서울시 도시철도계획부 관계자는 “2019년 발표한 제 2차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는 서부선 일부 역이 급행역으로 적혀 있긴 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것은 2017년 계획했던 노선으로, 급행역 없는 평노선이다. 추후 급행역 계획이 추가될지 여부는 아직 미정으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부선은 주거밀집지였던 은평·관악구와 서울 도심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노선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그만큼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 개선 효과도 크고, 집값 상승 효과도 지하철 개통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경전철은 수송량이 적어 출퇴근시간 교통 혼잡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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