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7 10:26 | 수정 : 2020.07.07 13:51
[땅집고] 6·17 대책 이후 인천 검단·송도 등 수도권 지역 은행 지점들에 잔금 대출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대책에 따라 이들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편입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갑자기 하향하면서 잔금 대출 한도가 줄어 입주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긴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규 투기과열지구인 검단·송도·용인·수지·수원·동탄 등의 지점에 이 지역 아파트를 분양 받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해 입주를 앞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검단 지점 등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 LTV 70%를 염두에 두고 자금계획을 세웠지만, LTV 40% 적용으로 입주 자금이 부족해졌다며 해결 방법을 묻는 분들이 많다. 이사, 인테리어 등 부대 비용까지 고려해 자금계획을 짠 고객들은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천 송도 쪽 영업점들에선 분양 관련 집단대출을 취급했던 영업점들에 문의가 특히 많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잔금 대출 뿐 아니라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입주하겠다’는 ‘추가 약정’을 은행과 새로 체결해야 하는 경우에 대한 문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1주택자의 경우 자신의 집을 처분해야 하고, 2주택자의 경우 아예 잔금 대출이 막히는 바람에 인천이나 청주 아파트에 투자한 분들의 질의가 많다”라고 전했다.
■ “갑작스런 LTV 축소로 자금계획 틀어졌다” 민원 쏟아져… ‘기존 주택 처분’ 추가약정도 부담
6·17 대책 전에는 검단·송도 등 비규제지역 LTV 한도가 70%였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은 보통 시공사들이 대출 한도로 설정하는 LTV 60%까지 가능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이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고 LTV가 40%(9억원 이하)로 낮아지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들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보통 계약금·중도금·잔금 비율은 분양가의 각각 10%·60%·30% 수준이다. 입주예정자 대부분은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의 60%(LTV 60%)까지 꽉 채워 받은 후, 잔금 대출로 LTV 70%만큼 다시 돈을 빌려 중도금을 갚는다. 잔금 대출의 경우 분양가 또는 시세 중 하나를 골라 70%를 적용하기 때문에 분양가보다 시세가 더 비싸졌을 경우 대출을 넉넉하게 받아 중도금을 갚고도 잔금·이사비용·인테리어 비용 등까지 낼 수 있다.
그런데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잔금 대출 LTV가 40%로 낮아지면서 입주예정자들의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소급 적용의 경우 잔금 대출을 최대 ‘중도금 범위’에서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더라도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분양가 4억원인 아파트를 분양받아 LTV 60%로 중도금 2억4000만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잔금을 치를 시점의 아파트 시세가 6억까지 올랐을 경우 원래는 잔금으로 4억2000만원(6억X0.7, 은행에 따라 분양가 4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갚고, 잔금(30% 1억2000만원)과 부대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중도금 대출 범위 내’ 또는 ‘LTV 40%’ 어느 쪽을 적용해도 잔금 대출 한도는 2억4000만원에 그친다.
그나마 시세가 분양가보다 올라 중도금 대출을 최대한 받아 놓은 사람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만약 검단 등처럼 시세가 분양가와 별 차이 없거나, 애초에 중도금 대출을 적게 받은 사람들이라면 자금계획이 더 크게 틀어질 수 있다. 또 비규제지역이라 부담 없이 1주택 상태에서 해당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이라도, 추후 잔금 대출을 받을 때 매매 시점에 따라 ‘6개월~2년 안에 기존 집을 팔겠다’는 내용의 추가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다.
■"중도금-잔금 대출 전환 막히면 대출부실도 우려"
대출 관련 혼란이 커지자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발표가 먼저 나와 버리는 바람에, 지침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창구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전달·대행자 입장이기 때문에 고객 민원이 들어와도 마음대로 사정을 봐줄 수 없다. 정부 지침이 좀 더 세부적이고 명확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중도금 대출이 잔금 대출로 원활하게 전환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이 우려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현장에서 새 규정에 따른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말 검단신도시 근처 5개 은행 영업점에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