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3 05:06
[최광석의 법률톡톡] '해운대 아이파크' 빛 반사 사건, 손해배상액은 얼마?
[궁금합니다]
초고층 건축물 대부분은 외벽을 ‘커튼월(curtain wall)’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벽면을 얇은 유리 패널로 덮는 소위 통유리 건물이다. 콘크리트 등 다른 자재로 외벽을 장식하는 것보다 건물 하중이 적고, 해풍이나 염분에 의한 부식이 덜하며, 외관이 화려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심 랜드마크 건물이나 강, 바다 등을 끼고 있는 초고층 건물에서 커튼월 구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고 72층 규모인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아이파크(2011년 입주)’ 역시 커튼월 방식을 적용한 초고층 주상복합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 약 300m 떨어진 ‘경남마리나아파트’ 주민들이 ‘해운대아이파크’ 유리 외벽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입주민 60명은 “유리 외벽에 반사된 햇빛이 거실로 그대로 들어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 “빛 반사 현상으로 건물가치가 하락하는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라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대상으로 총 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부산고등법원 2013.6.25.선고 2011나474호 판결). 아파트 빛 반사 문제가 소송으로 불거진 국내 최초 사례다.
[이렇게 해결하세요]
‘경남마리나아파트’ 입주민들이 제기한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주거생활권 침해다. ‘해운대아이파크’ 외벽에 햇빛이 반사되는 현상, 이른바 경면반사(鏡面反射)로 입주민들이 너무 밝은 빛에 노출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고, 시력까지 저하됐다는 것. 둘째는 주택 가치 하락이다. 빛 반사로 일사량이 증가하면서 실내 온도가 높아지고 냉방비 부담이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일어나는 경면반사는 일조권 침해와 달리 적절한 수단을 통해 방지할 수 있고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반박했다. 실내에서 사물을 구별할 수 없는 ‘불능현휘(不能眩揮)’ 시간이 하지를 기준으로 최소 1시간 30분을 초과하거나 하루 평균 1시간을 초과해야 침해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웃 건물의 경면반사가 법적인 가해행위로 평가받으려면 빛 반사로 인한 생활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해운대아이파크’ 외장재로 로이 복층유리를 썼다. 일반적인 복층유리(가시광선 반사율 16.8%, 전체적인 태양광선 반사율 13%)에 비해 가시광선 반사율이 29.6%, 자외선·적외선을 포함한 전체적인 태양광선 반사율이 37.8%로 비교적 반사율이 높은 자재다. 그런데 이 건물 외관이 북·서측 유리면이 큰 타원형으로 완만한 곡선 형태를 이루고 있어 저녁 무렵 서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을 지속적으로 일치시켜 ‘경남마리나아파트’ 일대에 경면반사를 상당 시간 지속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예를 들면 106동 △△△호의 경우 한 해에 겪는 불능현휘 현상이 187일, 총 73시간에 달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시간의 중간 시간대에는 휘도가 65,088,561cd/㎡로, 최소 기준치(25,000cd/㎡)의 2600배나 됐다. 피해가 가장 적은 101동 △△△호도 연간 31일, 총 1시간 21분 동안 불능현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근처 건물 외장재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주거생활에 불편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편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경남마리나아파트’ 입주민의 경우 빛 반사로 인한 불편을 가구마다 연간 최소 31일에서 최대 187일 동안 겪고 있고, 집안으로 유입하는 빛의 휘도 역시 최소 기준치의 2800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통념상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건물 가치 하락 ▲냉방비 증가 ▲위자료 등 3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현대산업개발이 ‘경남마리나아파트’ 입주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이 ‘해운대아이파크’를 신축할 때 건축법 등 규제를 어긴 것은 아닌 점을 참작해 손해의 범위를 80%로 제한했다. 손해배상금은 입주민 1인당 132만~687만원씩, 총 2억10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