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2 04:25
[땅집고] “잠실하면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인데 파크리오가 주목 받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러다 파크리오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거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김회주 송파구 신천동 태양파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6월 29일 오전,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을 나와 파크리오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파크리오는 6·17 부동산대책에서 절묘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하면서 최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단지다. 가격도 상승세다. 파크리오 84㎡는 상반기부터 6월 중순까지 16억~17억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9억~20억원에 형성돼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동일한 면적의 주택이 19억원 안팎에 실거래가 됐다. 잠실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가 꽉 막히자 투자자들이 신천동 파크리오로 몰리면서 일주일새 가격이 2억원이나 뛴 것이다.
6월 29일 오전,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을 나와 파크리오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파크리오는 6·17 부동산대책에서 절묘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하면서 최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단지다. 가격도 상승세다. 파크리오 84㎡는 상반기부터 6월 중순까지 16억~17억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9억~20억원에 형성돼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동일한 면적의 주택이 19억원 안팎에 실거래가 됐다. 잠실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가 꽉 막히자 투자자들이 신천동 파크리오로 몰리면서 일주일새 가격이 2억원이나 뛴 것이다.
■규제가 풍선을 만들고, 풍선이 규제를 만드는 악순환
김회주 송파구 신천동 태양파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이 아파트에 투자하라고 콕 찍어준 셈”이라며 “투자 문의는 크게 늘었지만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집주인들 사이에선 불안감도 있다. 파크리오에 거주하는 50대 최모씨는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타깃이 될까봐 겁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가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23일부터 시행하면서 규제를 비껴나간 지역에서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에서 갭투자가 금지되고 땅을 사려면 앞으로 1년간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살 수 있다. 반면, 이 지역과 길 하나를 두고 규제를 피한 송파구 신천동, 가락동과 강남구 도곡동, 역삼동, 개포동 일대에서는 반사이익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규제가 풍선효과를 만들고, 풍선효과가 규제를 낳고, 여기에 따른 규제가 또다른 풍선효과를 만드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동(棟)별 핀셋규제…길 하나 두고 희비 엇갈려
잠실역 일대는 송파대로를 놓고 희비가 엇갈렸다. 송파대로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잠실 대표 주거단지인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모두 규제를 적용 받게 됐다. 반면, 동쪽에 위치한 파크리오 아파트와 진주, 미성 크로바 아파트 등은 규제를 피했다. 각각 행정동 기준으로 잠실4동, 잠실6동이지만 부동산 규제의 기준이 되는 법정동으로는 신천동이기 때문이다. 파크리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보이면 추가 규제를 받을까봐 거래신고기한(30일)에 맞춰 실거래를 신고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반면, 리센츠 인근 공인중개사 정모씨는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엔 밤 늦게까지 문의가 쏟아지고 실거래도 활발했는데 23일 이후엔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대치동과 맞닿아 있는 개포동과 도곡동·역삼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는 지난 10일 22억7000만원에 팔렸지만, 현재 평균 26~27억원에 거래가 가능하다.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24억~27억원에 시세가 형성 중이다. 지난 13일 19억2000만원에 팔린 도곡삼성래미안 전용 84㎡는 현재 21억원에 호가가 형성돼있다.
■허점 노린 투기 세력…초소형 아파트가 뜬다
규제의 빈틈으로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와 삼성동 힐스테이이트 초소형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잠실리센츠 전용 27.7㎡와 삼성 힐스테이트 전용 31㎡는 대지지분이 각각 13㎡, 14.5㎡로 토지거래허가제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아파트 전용·공급면적이 아닌 대지지분 18㎡ 이상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 다른 평형대가 모두 규제를 받지만 해당 주택은 규제를 피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8억5000만원~10억원대에 거래된 리센츠 전용 27㎡는 지난 24일 11억1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의 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11억원에 호가를 내놨던 집주인들도 가격을 더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31㎡도 대책 전 10억원대였던 매도 호가가 대책 후 11억원대 중후반으로 뛰었다. 잠실동 잠실미원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규제가 시행된 직후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는 모두 초소형 아파트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며 “집주인들도 잠실동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거래되는 집이라는 걸 알고 있어 호가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번엔 토지거래허가제 풍선효과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21번 내놓으면서 규제지역 지정 후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업계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아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지거래허가지역의 집값이 상승한다고 정부가 공언해준 셈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풍선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법정동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 아파트를 지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동 전체를 추가로 규제했다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국가처럼 온 국토를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일대는 대기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규제로 묶으면 주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건 예견된 일”이라며 “규제로 묶인 지역 내에서도 대지 지분 18㎡ 이하인 다세대주택 등은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