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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에 폭삭, LH가 확인사살...텅텅 빈 삼송지구 상가

    입력 : 2020.06.26 04:25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전국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곳곳에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는 ‘벼랑 끝 상권’ 시리즈를 통해 몰락하는 내수 경기의 현실과 자영업자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열 세번째 현장으로 고양 삼송지구를 찾았다.

    [벼랑 끝 상권] 삼송지구, 스타필드 폭탄에 초토화…그런데 상가를 또 짓겠다고?

    지난 4일 찾은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지하철 3호선 삼송역 6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삼송역현대썬앤빌 더트리니티(2018년 입주)’ 오피스텔이 보였다. 최고 29층 총 638실 규모 건물로, 지하 1층~지상 2층에는 상가 46실이 있다. 오피스텔 입주한지 2년을 넘겼지만, 이 곳 1층 상가 21실 중 17곳은 텅 빈 채로 버려져 있다. 보통 상가에서 얼굴이라고 불리는 1층 공실률이 80%가 넘는다. 지하 1층 점포도 총 9곳 중 4곳이 비어있다.

    [땅집고] 삼송지구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은 'e편한세상시티삼송' 단지 내 상가 '월드에비뉴'도 줄줄이 공실 상태다. /이지은 기자

    이 단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e편한세상시티삼송(1~3단지 총 2930가구)’ 단지 내 상가 ‘월드 에비뉴’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로변을 끼고 스트리트형 상가로 지어졌는데, 도로를 접한 상가들에는 그나마 공인중개사사무소·카페·편의점 등이 입점해있는 반면 안쪽 상가는 빈 점포로 방치돼 있다. 빈 상가마다 세입자를 찾는 ‘임대’ 전단이 붙어 있다. 일부 상가에는 지난 겨울에 붙였을 법한 ‘빈상가 동결·동파 예방’ 안내문이 붙어있다.

    삼송지구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산·삼송·신원·원흥동 일대에 조성한 2만2128가구 규모 택지지구다. 2012년 말 첫 단지가 입주한 후 현재 지구 조성은 거의 끝났다. 당초 이 곳에 상가를 분양한 회사들은 “삼송지구 전체가 하나의 상권으로 북적거릴 것”이라고 홍보했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을 이용해 광화문·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인구가 이 곳 상권의 배후수요가 되는 데다가,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들어서면서 지역 유동인구가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스타필드를 제외한 삼송지구 전역의 아파트·오피스텔·꼬마빌딩 상가들이 심각한 공실에 몸살을 앓고 있다.

    ■ “스타필드 오면 낙수효과로 주변 상가도 뜬다더니…”

    [땅집고] 삼송지구 상인들은 스타필드가 지구 내 유동인구를 다 흡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지은 기자

    삼송지구 공인중개사들과 임차인들은 이 책임을 ‘스타필드’와 삼송지구 개발 계획을 세웠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원망하고 있다. 2017년 8월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점은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36만4000㎡로 축구장 50배 크기에 달하는 수도권 서북부 최대규모 쇼핑몰이다. 당초 삼송지구에 스타필드가 들어서면 이 일대 상권까지 수혜를 보는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상가 분양회사들도 분양 당시 이 같은 내용으로 선전했고, 투자자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삼송지구 단지 내 상가 분양 전단에는 “스타필드 수요 흡수하는 ‘몰세권’ 상가”, “1년 365일 배후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권” 등의 문구가 빼곡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스타필드는 영업 실적이 괜찮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스타필드 고양의 매출은 ▲2017년 375억5400만원 ▲2018년 905억7200만원 ▲2019년 919억1500만원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주변 상가는 초토화 상태다. 삼송지구에 들린 방문객들이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스타필드 매장 안에서만 머무르는 데다가 주변 상가의 손님까지 흡수해 버린 것이다. 낙수 효과가 아니라 주변 지역의 유동인구를 스타필드가 모두 끌어들이는 ‘빨대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땅집고] 삼송지구 상가 임대료는 점점 하락조정 되고 있는 추세다. /이지은 기자

    임차인을 못 찾은 이 곳 상가들 임대료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삼송역현대썬앤빌 더트리니티’ 1층 14평짜리 상가는 입주 당해년도인 2018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350만원 선이었는데, 2년여만인 지금은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월세 100만~150만원 정도로 임대료가 반토막 났다. 매매가가 분양가를 밑도는 상가도 수두룩하다. ‘e편한세상시티삼송’ 단지 내 상가 ‘월드에비뉴’에선 2015년 최초분양가가 10억5000만원이었던 1층 56㎡ 상가가 8억8000만원에, 분양가 21억원짜리 111㎡ 상가가 17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삼송지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결국 상가를 분양받았던 투자자들이 잘못 판단한 것이어서 누구를 원망해 봐야 소용이 없겠지만, 이들이 ‘스타필드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가 넘쳐나는 삼송에, 추가로 상가 공급 예정

    [땅집고] 고양 삼송지구 개발계획 평면도. /LH

    애초에 LH가 삼송지구를 조성할 때 상업용지 비율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요즘에는 상업용지 뿐 아니라 근린생활시설용지나 주상복합용지·주차장용지 등 다른 용지에 들어서는 건물들도 대부분 상가를 끼고 건축을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상업용지 비율을 정하는 바람에 공급 과잉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LH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LH고양직할사업단 관계자는 “삼송지구 상업용지 비율만 따지면 2.5%지만, 근린생활시설용지까지 합하면 4%까지 늘어난다”라며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다른 용지 면적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삼송지구에 상가가 더 공급된다는 점이다. 삼송에선 ‘e편한세상시티삼송4차(2020년 9월)’, ‘삼송더샵(2021년 7월)’, ‘힐스테이트 삼송역 스칸센(2021년 12월)’이 입주할 예정인데, 이 아파트 단지들이 모두 상가를 끼고 있다. F&B(식음료)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공간기획 전문 기업인 ‘쉐어드닷’ 성시정 대표는 “앞으로 아파트·오피스텔 단지나 상가주택 등에서 상업시설 공급이 더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삼송의 상가 공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양 삼송=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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