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18 05:03
땅집고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분양 광고가 말하지 않는 사실과 정보’만을 모아 집중 분석하는 ‘디스(This) 아파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분양 상품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땅집고 디스아파트]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고덕강일8·14단지
[땅집고 디스아파트]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고덕강일8·14단지
이달 19일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고덕강일8단지’와 ‘고덕강일14단지’ 등 공공분양 아파트 두 곳이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지난 3월 강서구 마곡지구에 분양한 ‘마곡9단지’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풀리는 서울 공공분양 물량이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전용 59㎡ 주택형을 기준으로 평균 분양가가 5억원을 넘지 않는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 4억8565만원(KB주택가격동향 자료)과 비슷한 수준이다.
8단지는 강동구 강일동 66 일대에 지하 2층~지상 22층 12개동 946가구가 들어선다. 이 중 52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14단지는 강동구 상일동 28 일대에 짓는 943가구 중 41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책정됐다. 오는 2021년 2월 같이 입주한다.
두 아파트는 청약 당첨되면 최소 3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이고, 단지 근처에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신설역이 개통할 예정이라 생활 편의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짓고 분양가를 통제하는 공공 분양 아파트여서 가격 경쟁력은 확실하다. 하지만 두 단지 모두 입지 측면에서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데다 내부 구조 역시 1990년대 아파트 수준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땅집고가 두 단지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지하철 뚫려도 걸어서 이용하기는 불가능
두 아파트 단지 모두 서울 동쪽 끝자락에 있다. 도심에서 멀어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통도 다소 불편하다. 두 단지 모두 걸어서 전철역을 이용할 수 없다.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환승해야 한다. 강동과 경기 하남에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심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출퇴근 시간 지금보다 더 혼잡할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 지하철 5호선이나 9호선 연장역이 개통할 예정이지만, 입주민들이 신설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두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올해 12월 개통할 5호선 강일역이다. 8단지까지는 걸어서 35분, 14단지까지 20분쯤 걸린다. 걸어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8단지 입주민들은 9호선 4단계(보훈병원역~샘터공원역) 연장선 샘터공원역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8단지에서 샘터공원역까지 거리는 약 2.5km로 역시 걸어서 이용하긴 어렵다. 이 역은 당초 2027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아직 예비타당성조사조차 받지 못했다.
8단지는 걸어서 통학 할 수 있는 학교가 많아 아이를 키우기에는 좋은 단지가 될 전망이다. 망월초·강일초·강동중·은가람중·강일고 등 초·중·고를 골고루 끼고 있다. 단지 남쪽 망월천과 근처에 조성한 근린공원도 이용할 수 있다.
14단지는 8단지에 비해 강일역이 가깝긴 하지만 대로변에 있는 것이 약점이다. 하남대로~천호대로와 상일IC가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끼고 있는데 출퇴근 시간마다 차량 통행량이 폭발하는 도로들이라 입주민들이 소음이나 먼지 공해를 피할 수 없다.
■ “49㎡는 2베이에 복도식…90년대 아파트 같다”
아파트 내부 구조는 1990년대 수준이다. 누가 봐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라지만 평면이 너무 후지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단지 모두 주택형은 49㎡와 59㎡ 두 개 뿐이다. 자녀가 1명이라도 있는 가구라면 비좁다고 느낄 수 있다.
49㎡는 복도식 아파트다. 침실이 2개인 2베이 구조다. 최근에는 소형 주택도 최소 3베이로 짓는 것과는 차이난다. 아무래도 복도식이라 발코니 면적이 작아 평면 확장에 제약이 있는 탓이다. 59㎡는 각 단지 A타입이 3베이 판상형, B타입이 2베이 타워형이다.
주차장이 부족해 입주 이후 주차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가구당 주차 대수가 1대에 못 미친다. 8단지(946가구) 주차대수는 총 896대로 1가구당 0.94대, 14단지(943가구)는 823대로 0.87대다.
■25평 분양가 5억원 안넘어…전매 제한은 10년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메리트는 확실하다. SH공사에 따르면 3.3㎡(1평)당 분양가는 8단지 59㎡·84㎡ 각각 1670만~1800만원, 14단지 49㎡ 1800만원 59㎡ 1800만~1900만원이다. 이달 기준 서울(2979만원)이나 강동구(2913만원) 평균 집값의 60% 수준이다. 강일지구 서쪽에 붙어있는 강동구 고덕동(3801만원)의 47%, 동쪽 하남 미사신도시 망월동(2501만원)의 70%에 그친다.
주택형별로 분양가를 보면 8단지는 ▲49㎡ 3억6990만~4억920만원 ▲59㎡ 4억3510만~4억9410만원, 14단지는 ▲49㎡ 3억9980만~4억1600만원 ▲59㎡ 4억7540만~5억1070만원이다. 지하철 5호선 연장 강일역과 좀 더 가까운 14단지 분양가가 5~7% 정도 비싸게 책정됐다. 청약 당첨자들은 9월 16일까지 계약금(20%)으로 최소 7380만원에서 최대 1억118만원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현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예비청약자들은 두 단지를 분양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최소 3억원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각 단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강일리버파크3단지’ 59㎡가 올해 5월 7억3500만원(12층)에 실거래된 것 등과 비교한 금액이다. 일부 청약자들은 집값이 10억원을 돌파한 강동구 고덕동 대장주 ‘고덕 그라시움’이나 ‘고덕 아르테온’도 함께 언급하고 있지만, 비교 대상이 터무니 없다는 말이 나온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강일동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때문에 도심과 단절돼 있어 사실상 하남 미사 생활권인 것을 감안하면, 고덕강일 8단지와 14단지 집값이 고덕동 수준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주의무기간이 5년, 전매제한기간이 입주자 선정일로부터 10년이다. 10년 뒤 이 아파트 값이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SH공사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따르면 두 단지에 동시 청약할 경우 중복청약으로 간주, 신청 무효가 되니 주의해야 한다. 올해 3월 공공 분양한 ‘마곡9단지’(252가구)는 평균 경쟁률 146.8대 1을 기록했다. 강일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입지는 좋지 않지만 최근 청약시장 쏠림 현상을 보면 각 단지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실투자금이 부족한 서민층에게는 도전해 볼만한 아파트”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