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11 11:33 | 수정 : 2020.06.11 11:43
[땅집고]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매각 절차가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 방침에 따라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지 매입에 따른 효용이 없다는 판단에 잠재적 매수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대응키 위해 내놓은 자금 마련 방안에 빨간불이 켜지자 대한항공 노조는 박원순 시장 규탄 시위에 나섰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매수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개 기업이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기는 했지만 정작 마감까지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송현동 부지의 입지적 장점을 앞세워 매입을 검토하려 했으나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 계획 발표 후 투자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입찰 단계인 만큼 LOI를 내지 않아도 본 입찰에 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본 입찰에도 선뜻 나서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고 공개매각 무산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는 수의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서울시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는 최근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부지 보상비를 4671억원에 책정해 공고하는 등 공원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대금을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유동성 자금 확보가 필요한 대한항공 입장은 난감한 상황이다.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고 했으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이 땅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밟으면서 대한항공은 자금 확보에 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강행에 대한항공 노조도 반발했다. 노조는 서울시는 자유경제시장 논리에 따른 정당한 경쟁 입찰로 합리적인 가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