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커피만 팔던 시대는 끝났다…유튜버 성지가 된 홍대 카페

    입력 : 2020.06.08 04:58

    [땅집고] 카페 '크리에이티브' 안에서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 한 유튜버. /쉐어드닷 제공

    올해 5월 서울 홍대앞 카페 골목에서 영업을 시작한 ‘크리에이티브(cre8ive)’. 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증축해 만든 이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이 카페는 외관상으로 주변의 다른 카페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최근 홍대에서 ‘유튜버들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인 다른 카페와는 달리 내부에 카메라와 조명, 음향시설을 갖춘 스튜디오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콘텐츠가 있는 유튜버들이 이 카페에 오면 장비를 대여해 손쉽게 영상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cre8ive) 관계자는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안됐는데도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유튜버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이벤트 대관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달 7일에는 연예인 토니안의 생일파티가, 7월에는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대관 예약이 잡혀 있다.
    [땅집고] 지난 4월 홍대 카페 '리쏘네'에서 걸그룹 마마무 멤버 휘인의 생일 이벤트가 열렸다. /큐블릭 블로그

    먹고·마시는 것으로만 승부하던 홍대 앞 카페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일반적인 ‘맛집’ 류의 카페들이 익선동과 금호동, 망원동 등 주변 골목 상권으로 옮겨가면서 홍대 앞은 카페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 한 것이다. 지난 4월 홍대 앞 카페 ‘크리스가든’, ‘칼디커피’, ‘톤앤매너’, ‘보이드’ 등 십수여 곳의 카페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아이돌 그룹 ‘마마무’ 멤버 한명인 ‘휘인’의 생일 이벤트가 열렸다.

    특정 아이돌의 팬클럽 회원들이 홍대 곳곳의 카페를 1~2일 정도 통으로 임대해 팬클럽 마다 생일 파티를 하는 게 최근 홍대의 새로운 문화다. 인기가 좋은 연예인인 경우 열 곳이 넘는 카페에서 2~3일 동안 팬들의 생일 파티가 진행된다. 실제로 휘인의 생일 파티 기간 동안에는 홍대 카페마다 휘인의 활동 사진 수십 장으로 꾸민 포토존이 만들어 졌다. 팬들은 생일 파티가 열리는 카페를 순례하듯 돌아 다닌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가수의 사진이 인쇄된 컵홀더를 끼워준다. 인기가 있는 연예인 생일 파티 카페에는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이날 카페를 방문한 한 팬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낮 12시쯤 돌아다녔는데, 생일파티 카페에 들어가는 데만 15분 넘게 걸렸다”고 후기를 남겼다.

    포화상권에선 식음료 판매만으로 임대료 감당 못해…문화콘텐츠 장착하는 매장들

    [땅집고] 포화상태로 접어든 홍대상권 점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존 식음료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 관련 콘텐츠를 발굴하는 추세다. /상가의신

    먹고 마시던 홍대의 점포들이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은 점주들이 문화 콘텐츠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데다, 새로운 수익원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식음 매장의 일부를 스튜디오·사진전시관·플리마켓 등으로 꾸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방식이다. 홍대 카페들이 이처럼 변신하는 것은 비슷비슷한 업종의 매장 수백개가 모여 들어 포화상태가 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홍대 앞은 임대료도 비싼 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홍대·합정 일대 상가 임대료는 3.3㎡(1평)당 24만5850원이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18만2490원)보다 월세가 비싼 것은 물론이고, 서울 시내 유명대학 상권 중 유일하게 평당 임대료 20만원대를 넘겼다. 신촌(18만8760원), 성신여대(15만9720원), 경희대(14만3880원), 숙명여대(12만3420원) 등과 비교해도 훨씬 비싸다.

    [땅집고] 서울 주요 대학가 상권 평당 월 임대료. /한국감정원

    게다가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홍대 앞에서 다른 점포와 경쟁하기 위해 음식 값을 낮추는 것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브랜드 공간기획 전문 기업 ‘쉐어드닷’의 성시정 대표는 “홍대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점주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하기도 했지만, 임대료가 워낙 비싸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은 점주들이 먹거리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객단가’가 높은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순한 먹거리 외에도 추가로 문화적인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추세다.

    홍대 점포들 사이에서 최근 자리잡고 있는 영업 방식 중 하나가 ‘대관서비스’다. 점포 전체 혹은 일부를 일정 시간 동안 대여해주고 비용을 받거나, 임대 비용을 받지 않고 매출만 추가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유튜버를 주요 고객으로 대관서비스를 하는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전체 매장 35평 중 8평 정도 공간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로 꾸며 수익을 내고 있다. 대관료는 한 시간에 3만원 정도 된다. 이 공간을 꾸민 성 대표는 “요즘은 유명 유튜버의 인기는 TV 연예인을 능가하기 때문에 이들이 촬영을 하는 날이면 팬들도 찾아와 구경하기 때문에 카페 매출이 확 올라간다”고 말했다.

    홍대의 또다른 카페 ‘공상온도’는 저녁시간 매장을 신진예술가들의 전시회나 영화상영화, 음악가들의 공연장 등으로 대관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입소문을 탄 곳들 중 하나다.

    [땅집고] 홍대 카페 '크리에이티브'는 전체 매장 중 일부를 대관용 스튜디오로 인테리어했다. /이지은 기자

    식·음료와 문화콘텐츠, 팬클럽 문화를 연결한 카페 형태는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카페 광고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회사 ‘카페에이전시’ 관계자는 “최근 이런 이벤트를 유치해달라는 카페 점주들의 수요가 많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매출이 평소 대비 적어도 2~3배 이상 뛰는 편”이라며 “앞으로 문화 이벤트와 식음 매출을 연결하는 카페 문화가 홍대 외 다른 지역으로도 활발하게 전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