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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던 지하주차장 왜 없나 했더니 "어머, 오타를 냈네요"

    입력 : 2020.06.06 05:48

    [땅집고] 강원 고성군에 지은 '봉포 스위트엠 오션파크' 아파트 조감도. /코리콘건설

    지난달 27일 준공한 강원도 고성군 ‘봉포 스위트엠 오션파크’. 이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은 지난 4월 입주자 사전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가 눈을 의심했다. 단지 내에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하주차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예비 입주자들은 입주자모집공고문과 계약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지하 주차장’이 분명히 표기돼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시행사인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를 만나서 더욱 황당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대한토지신탁 측은 “주택건설사업계획서 도면에 따라 ‘지상’ 주차장을 건설한 것”이라며 “입주자모집공고문의 ‘지하’ 주차장 표기는 오타·오기였다”고 했다.

    ‘봉포 스위트엠 오션파크’는 2017년 12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123 일대에 분양한 지상 20층 184가구 아파트다. 3.3㎡(1평)당 600만원대 저렴한 분양가로 100% 분양이 끝났다. 그러나 완공을 앞두고 이처럼 약속한 지하 주차장이 사라졌다며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는 입주자들과 지하 주차장은 오타였을 뿐이라는 시행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 “명백한 사기분양” vs. “오타·오기였다”

    입주예정자들은 모집공고문에서 10회, 공급계약서에 1회 ‘지하 주차장’을 짓는다는 문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분양소장 명의 공문에도 지하주차장을 지을 것처럼 표기했다고 한다. 입주자들은 이를 근거로 “분양 후 3년이 지난 입주 시점에 갑자기 지하주차장이 오타·오기였다는 것은 명백한 사기 분양”이라고 주장했다.

    [땅집고] 봉포 스위트엠 오션파크 아파트 입주예정자가 청와대에 올린 청원. /청와대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시행사 측은 “지상 주차장의 오타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도면에도 지상 주차장으로 계획했고 지난달 27일 준공 승인까지 받았다”며 “지상 주차장으로도 충분히 주차 수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사기 분양이 아니고 손해배상 의무도 없다”고 했다. 다만 시행사 측은 “도의적 측면에서 입주자 공용 공간을 특화하는 방식으로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시행사 측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지하주차장 설치'가 오타·오기였다고 해명한다. /봉포스위트엠오션파크 홈페이지

    ■ “허위·과장 광고 처벌 가능…사기죄 성립은 어려워”

    이런 경우 시행사는 사기 분양에 해당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선 이 아파트 분양 광고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위 과대광고로 인정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지하 주차장이 명백히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정다은 변호사는 “입주자모집공고문은 유일하게 청약자나 분양권 전매자들이 볼 수 있는 공인된 문서이고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모집공고문 내용을 믿고 아파트를 계약할 수밖에 없다”며 “공고문에 나온 주차장 표시가 허위로 판명된 이상 표시광고법상 허위과장광고 또는 기만적인 광고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위·과장 광고라고 해서 그것만으로 계약 취소나 손해배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계약자들이 시행사 상대로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려면 계약서 내용이 중요하다. 법조계에서는 계약서상 지하주차장 건설이 명확히 표기돼 있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계약서에 ‘건설 과정 중 아파트 및 지하주차장의 기존 구조는 변동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단서 조항으로 달렸고, 이 아파트의 규모와 구조를 따져 봤을 때 지하 주차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근거가 부족해 손해배상 청구시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땅집고]'봉포 스위트엠 오션파크' 입주자모집공고문에 표기된 '지하주차장'. /대한토지신탁

    시행사가 주장하는대로 사업승인 설계도면을 확인하지 않은 것을 입주자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자들은 일반적으로 사업 주체가 제시한 모집공고문, 공급계약서, 견본주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내용을 판단하며, 사업계획승인 도면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사업승인도면은 사업주체가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승인권자에게 제출하는 기본설계도서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것이 아니므로 수분양자가 사업승인 도면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없다(대법원 2012다18762)”고 했다.

    최광석 로티스 변호사는 “사기죄에 해당하려면 시행사가 처음부터 주차장을 짓지 않을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며 “이미 준공 승인까지 받아 계약 취소도 어렵기 때문에 입주자는 계약 내용을 토대로 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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