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31 04:49
[땅집고] “약속대로 하남 감일지구에 지하철 3호선 감일역 만들어주세요. 3호선 타고 출퇴근하려고 감일지구 아파트 분양받았는데, 이제와서 무산이라니 억울합니다.”
지난 21일 국토교통부가 ‘교산신도시·과천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발표한 이후 경기 하남 감일지구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초 국토부가 발표했던 3호선 감일역 신설 계획이 이번 대책에선 감쪽같이 사라져서다. 국토부는 2018년 하남 교산지구를 3기신도시로 지정하면서 지하철 3호선 오금역 연장선을 만들기로 했다. 2023년 착공해 2028년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남 교산신도시에 2개역, 감일지구에 1개역을 각각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번 광역교통개선대책에는 3호선 연장선이 ‘송파~하남간도시철도’라는 새 노선으로 바뀐 것. 종착역은 5호선 하남시청역으로 확정됐지만 출발역은 아직 미정이다. 감일역 신설 여부도 나와있지 않다. 감일지구 입주민과 예비입주자들은 “지금까지 3호선 감일역 개통을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선 계획 자체가 변경됐다니 당황스럽다”라며 “정부가 ‘감일패싱’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감일지구는 행정구역상 하남에 속하지만 서울 송파구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다. 택지지구로 지정될 당시에는 마땅한 교통대책이 없어 서울과 직선거리는 가까워도 실제 접근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8년 지하철 3호선 감일역 신설 방안이 발표되면서 ‘대박 호재’를 입게 됐다. 실제로 2017년 평균 분양가가 5억1816만원이던 ‘하남감일스윗시티14단지’ 전용 84㎡는 올 5월 기준 호가가 10억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감일지구에 짓는 아파트는 총 19개 단지, 1만3000여가구다. 오는 6월 3일 1순위 청약을 받는 ‘하남감일한양수자인’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분양이 모두 끝난다. 감일지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부분 수분양자들이 감일역 신설을 철석같이 믿고 분양받았다”면서 “감일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나 상가 홍보 전단에도 감일역 신설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데 만일 역이 생기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사기 분양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감일지구 입주민들은 설사 감일역이 생기더라도 2028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현재 감일지구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노선은 총 2개뿐인데다 배차간격도 20~30분에 달한다. 입주민들은 이 같은 교통 불편을 적어도 10년 이상 겪어야 할 상황이다.
감일역이 3호선이 아닌 다른 노선과 연결되는 것도 주민들 입장에선 불만이다. 업계에선 송파~하남도시철도 출발역 후보지로 ▲잠실역(2·8호선 환승) ▲석촌역(8·9호선 환승) ▲올림픽공원역(5·9호선 환승)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당초 3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할 목적으로 분양받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금역이 아닌 다른 역으로 연결되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승범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기존 하남 미사강변도시 입주자들 중에 (오금이 아닌) 송파·잠실 출퇴근자가 많았다”면서 “교산지구 입주자들의 교통 패턴을 분석해서 노선을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감일지구 입주민들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정부가 감일지구를 교산신도시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 완전 ‘감일패싱’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감일지구 주민들은 하남시청과 국토부에 ‘감일지구 3호선 연장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해달라’라고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김인규 국토부 광역교통정책과 사무관은 “2018년에 발표한 3호선 감일역 신설 방안은 구체적인 행정계획이 아닌 방향성을 제기한 것뿐이었다”며 “3호선이든 다른 노선이든 실제 사업을 진행하려면 각종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뭐 하나 진행된 상황이 아니어서 실제로 감일역이 생긴다, 안생긴다 확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향후 지자체가 부담할 운영비 등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기 시작하면 송파~하남간도시철도가 지하철이 아닌 수용률이 떨어지는 경전철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