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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가 9억…단숨에 '은평구 대장' 등극했지만 학군은 꽝

    입력 : 2020.05.29 05:13

    [입주단지 분석] 지난 20일 주인 맞이 들어간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땅집고]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지하철 3호선 녹번역에서 나와 3분쯤 걸어가자 3~4층 높이의 다가구 주택들 사이로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지난 20일 입주를 시작한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이다. 아파트 입구로부터 경사를 타고 걷거나 중간 중간 엘리베이터를 타며 단지 끝까지 이동하는데 10분 정도 걸렸다.
    [땅집고]'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정문./전현희 기자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최고 23층 32동 2569가구 규모로 지난 20일 입주했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주변에 들어선 신축 4개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녹번역에서 3호선을 타면 광화문·종로나 강남(신사역) 등 업무지구까지 3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다. 2017년 1차 분양 당시 분양가는 59㎡(전용면적) 4억5000만 원, 84㎡ 5억6000만 원이었는데 현재 시세는 분양가의 딱 2배로 올라 ‘은평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됐다. 전철을 타면 출퇴근이 편리한 대단지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 광화문·종로·강남까지 30분 거리, 2500가구 대단지

    서울 은평구 녹번역 일대는 서울의 외곽지역 중 하나로, 전철, 버스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유명하다. 골짜기에 형성된 주거지로 한계가 있는 지역이지만, 그만큼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으로 꼽히고, 개발도 뒤늦게 진행 되고 있어 최근 강북에 직장을 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백련산, 인왕산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주변에 산이 많아 집값이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서울 은평구 녹번역 일대는 응암1·2구역, 녹번1-1, 2·3구역 등으로 나뉘어 재개발 중이다. 녹번1-1,2·3 구역 아파트는 지난해 모두 입주 완료했고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응암2구역)이 4번째로 들어섰다. 특히 ‘녹번e편한세상캐슬’은 가까운 동 기준으로 3호선 녹번역에서 정문까지 걸어서 3분 거리(400m)로 가까워 지하철을 타면 종로3가까지 12분, 신사역까지 27분 정도 걸린다. 출퇴근 시간 통일로는 늘 혼잡하다. 그래도 버스를 타기만 하면 종로·광화문 등 업무지구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어 직장을 다니는 신혼부부에게 특히 인기다. 녹번동 ‘이편한세상부동산’ 대표는 “전세 계약하러 오는 10명 중 9명이 30대 초·중반이다”고 말했다.

    [땅집고]녹번역에서 종로·광화문까지 지하철로 20분 이내 거리다./땅집고

    2569가구의 대단지라 어린이집, 경로당, 라운지카페(작은도서관), 피트니스, 실내 골프연습장 등 커뮤니티 시설을 다양하게 갖췄다. 부지가 넓고 아파트가 북한산·백련산으로 둘러싸인 점을 이용해 조경을 특화했다. ‘이편한세상’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 때문에 은퇴한 장년층들도 이 아파트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땅집고]일부 동에서는 숲을 조망할 수 있다./롯데건설
    [땅집고]아파트 단지 내 조경./전현희 기자

    이날까지 전용 면적별 매매 최고 실거래가는 59㎡가 9억원(올해 3월), 84㎡가 11억5000만원(4월)이며, 현재 호가는 각각 8억~9억 원, 10억5000만~11억5000만 원 선이다. 주변에 들어선 3개 단지(‘북한산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녹번’, ‘래미안 베라힐즈’)의 실거래가와 시세도 거의 같다.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기준으로는 분양가에 비해 2배 정도 높아진 가격이라 일각에서는 은평구 아파트 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평가도 있다.

    은평구 은평뉴타운에서 가장 비싼 ‘상림12단지 롯데캐슬(진관동)’의 84㎡ 4월 실거래가는 7억5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은평구라고 해도 은평뉴타운은 서울까지 출근 시간이 최소 20분 정도 더 걸린다는 점에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세는 주택형과 지하철 접근성에 따라 4억 원 대부터 8억 원대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

    ■ 학군 없고,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지역

    하지만 이 단지는 단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학군이다. 아파트 건너편에 은평초교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중·고등학교가 멀다. 가장 가까운 영락중이 직선 거리로 약 1㎞ 떨어져 있고 고등학교(동명여고)는 2.2㎞ 거리여서 걸어서는 30분 이상 걸린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 교수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중·고등학교가 없으면 자녀들이 학교에 갈 시기가 되면 소득수준이 높은 중년 가구가 빠져 나가는 경향이 있어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외에도 대형마트나 식당 등 상권와 기반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가까운 녹번역에도 3~4층의 오래된 저층 빌라만 들어서 있을 뿐 이렇다할 상가 지역이 없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는 “녹번동 인근 아파트 주변으로 노후한 빌라를 중심의 주거지역이 넓게 형성해 있고 음식점, 카페 등이 띄엄띄엄 있어 상권이 크게 발달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땅집고]아파트 주변을 노후 빌라들이 둘러싸고 있다./전현희 기자

    하지만, 이 아파트는 강남·종로 등으로 30분대에 출근할 수 있는 신축 단지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젊은 맞벌이 부부 등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교통·이나 상권, 주거 환경 면에서 더 나아질 점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라는 의견도 많다. 다만 내년 4월 녹번역 바로 앞에 ‘녹번역 힐스테이트’가 입주하면 이 아파트까지 진입로와 환경은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녹번동 옆 역촌동과 불광동 재개발 사업이 진행하면서 녹번역의 상권도 함께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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