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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간 2000만명 실직…그래도 버티는 미국 집값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0.05.23 05:43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부동산도 ‘뉴 노멀’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정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We're not going back to normal)”.

    영원히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뀔거라는 무서운 전망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편집국장인 기드온 리치필드의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다. 5월부터 미국 몇몇 주에서 조금씩 비즈니스를 재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텍사스도 마찬가지다. 소매점과 식당, 쇼핑몰, 도서관, 박물관 등이 문을 다시 열지만, 최대 수용 인원의 25%만 들어갈 수 있다.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줄을 서야 한다. 당분간 이런 생활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뉴 노멀’(new normal)이다.

    부동산도 ‘뉴 노멀’을 피할 수 없다. 벌써 부동산 산업의 트렌드가 코로나 팬더믹(대유행) 이후 어떻게 바뀔지 눈과 귀를 곤두세운 사람들이 많다. 현 상태를 분석하고 전망을 내놓는 부동산 리서치 회사의 리포트가 넘쳐난다. 공통된 의견은 현재가 ‘위기’라는 것, 그리고 이후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럼 미국 부동산 시장에 현재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지 살펴보자.

    ■집 값은 버티기 중

    [땅집고]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롭게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이 50% 가까이 줄었다. /레드핀

    우선 모두가 가장 관심을 갖는 주택시장부터 들여다보자. 집값은 아직 버티는 중이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회사인 레드핀에 따르면 4월 13~19일 신규로 시장에 매물로 올라온 주택의 호가 중간값(median asking price)은 30만7000달러다. 지난해 동기 대비 3% 높다. 이를 보고 하락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3월 초 32만8000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새 2만 달러 떨어졌다. 그래도 주택 가격이 아직 버티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 팬더믹이다. 신규 리스팅이 너무 없다. 사람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지금 집을 내놓은 사람은 죽어도 지금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다. 같은 기간 신규 리스팅은 4만8965건으로 전년대비 50%나 줄었다. 수요도 줄긴 했지만, 이보단 덜하다.

    하지만 문제는 팬더믹 이후다. 지난 한 달 동안 2000 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그만큼 주택 구매 능력이 떨어졌다. 수요 감소. 언제나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다.

    ■시골 집에 눈 돌린 소비자들

    흥미로운 변화도 읽힌다. 지난 10여 년간 사람들은 도심으로 몰렸다. 뉴욕, 댈러스, 시애틀, LA 등 예외는 없었다. 내가 사는 댈러스도 다운타운 인구가 지난 10년간 3배 이상 늘었다. 근데 이런 트렌드가 코로나 사태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인구 집적도가 높아 감염 위험이 큰 도심보다 외곽 지역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것이다.

    [땅집고] 센트럴파크와 고층 빌딩,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한 뉴욕 시내 중심가. /조선DB

    벌써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레드핀에 따르면 올 3월 23일 도심 주택에 대한 페이지뷰는 전년대비 10% 감소한 것에 비해 시골지역(rural area)은115%, 인구 1만~5만명대 소도시(small town)는 88% 증가했다. 아직 실제 거래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래 취소 건은 훨씬 적다. 대도시의 거래 취소는 26%로 급증한 반면 소도시는 11% 밖에 늘지 않았다. 레드핀의 선임 경제학자 테일러 마알은 “미국의 어반시티들은 지난 수십 년 간 밀집된 편의시설, 오락시설, 혁신, 일자리로 붐을 이뤘지만 이번 팬더믹이 이런 혜택을 끌어내렸다”며 “밀집의 역사적 단점인 질병 확산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주택 수요 감소가 일시적일지, 지속될지 아직 지켜볼 일이다.

    ■온라인 가상 투어(Virtual Tour)

    부동산 거래 형태도 변하고 있다. 요즘 미국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는 ‘줌’(zoom)이다. 아이들 온라인 클래스, 어른들의 회의도 모두 화상회의 툴인 줌으로 하고 있다. 이제 부동산에도 적용된다. 실시간 화상으로 부동산 물건을 보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땅집고]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상회의 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줌. /줌 홈페이지 캡쳐

    레드핀에 따르면 올 4월 중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한 주택 화상 투어가 한 달 전보다 350% 늘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 레드핀 투어의 0.5%를 차지했던 가상 투어가 현재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화상으로 물건을 본 후, 가격 제안도 온라인으로 한다. 매매뿐 아니라 아파트(multifamily) 임대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 올려놓은 영상과 3D사진 등을 통해 온라인 투어를 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최근 코로나 팬더믹 영향 관련 온라인 컨퍼런스가 만난 한 아파트 운영회사 임원은 “실제로 아파트 유닛을 방문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오는 사람이 많아 방문 대비 계약률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에서 ‘테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유리한 공간

    [땅집고] 임대로 나온 미국의 전형적인 단독주택. /RPM

    주택 임대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단독주택 임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집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제 사무실, 학교, 여가 공간의 다른 이름이 집이다. 그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들끼리 접촉을 피하면서, 유닛이 다닥다닥 붙어있거나 공동공간이 많은 주거지를 꺼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연히 단독주택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 유리하다.

    임대아파트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단지 내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청소는 물론 방역, 조경 관리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체육관이나 클럽 하우스, 로비 등 공용 공간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입주민들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등 터치리스(touchless) 기술 접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까지 배달하는 일이 급증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관리하는 것이 관리 사무소의 중요 역할이 됐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 패키지 메일룸(mailroom)이 더 늘어날 것이다.

    뉴 노멀, 사전적 의미는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표준을 뜻한다. 이제 우리 모두 팬더믹이 가져온 뉴 노멀에 우리의 몸을 맞춰야 하는 때가 왔다. 맞추지 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이고, 대낮에 뒤통수 맞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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