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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전화 1000통씩 폭주"…전매금지에 분양권 몸값 폭등

    입력 : 2020.05.21 04:19

    [땅집고] 이달 26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울산 지웰시티 자이’. 한동안 집값 하락과 분양 경기 침체가 이어지던 울산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분양에 나선 아파트다. 총 2687가구로 울산에선 30년 만에 공급하는 최대 규모 단지다. 울산 주택 시장 분위기가 살아났다지만 워낙 큰 단지인데다 시장 분위기도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어서 건설사 측도 초기에는 ‘조심조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갑자기 아파트 분양 상담실에 전화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갑자기 분양 문의가 늘어나면서 하루에 평균 1000통 정도 전화가 걸려 온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시행사인 신영 관계자는 “정부가 수도권·지방 광역시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후 갑자기 문의 전화가 폭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울산도 분양권 전매 규제 대상인 ‘광역시’여서 올 8월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는 입주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전까지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8월 이전에 분양해 규제를 피한 것. 신영 관계자는 “울산은 규제가 없는 지역이었는데, 분양권 전매 제한이라는 강력한 규제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새 아파트 수요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땅집고] 지난 13일 문을 연 '울산 지웰시티 자이'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신영 제공

    정부가 지난 11일 수도권 비 규제지역과 지방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규제 풍선효과’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규제를 피해 거래가 가능한 분양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8월 이전 분양하는 아파트다. 이미 분양이 진행된 기존 아파트 분양권에도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주택시장에선 정부가 사실상 21번째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는 바람에 주택 시장이 또 한번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분양권 거래 문의 급증…8월까지 가격 오르나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A공인중개사는 “분양권 전매 규제 발표 이후 분양권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중개사무소에선 지난 4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의 매물을 주로 중개한다. 이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은 6개월이어서 오는 10월 이후 전매가 가능하다. 현재 매매 거래는 불법이다. 하지만 송도 일대 중개업소들은 암암리에 분양권에 3000만~1억원까지 웃돈을 얹어 매매 계약을 중개하고 있다. A씨는 “앞으로 분양권을 사고 싶어도 못 사게 되니 수요자들이 무리해서라도 분양권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땅집고] 수도권 한 공인중개업소에 분양가보다 싸게 분양권을 거래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조선DB

    실제 분양권 전매제한 발표 이후 인천 송도·경기 시흥·대전·대구 등 최근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인기 지역 분양권 시장이 이상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구에 사는 30대 최모씨는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도 어려운데 전매 제한으로 분양권까지 묶여 버리면 주택 매입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기존 분양권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권 가격도 상승 조짐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 발표 이후 경기 시흥과 대전 등지에서 거래된 분양권의 경우, 기존 가격보다 3000만~5000만원 안팎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 시흥 장현지구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전용 84㎡ 분양권은 7억18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분양가보다 3억원, 직전 실거래가와 비교해도 3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프리미엄은 최대 5000만원까지 올랐고, 분양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매물을 거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올 3월까지 전국 분양권 거래량은 3만3147건으로 월 평균 1만1049건이다. 지난해 월 평균 거래량 8403건보다 31.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전매가 자유로운 기존 분양권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한동안 분양권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 8월 이전 밀어내기 분양…비규제 지역엔 풍선효과

    건설사들은8월 이전에 밀어내기 분양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지면 투자 수요가 줄어 분양 성적에 약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 전매제한 기간 6개월만 지나면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다. 수요자들 역시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땅집고]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 /직방 제공

    실제로 지난 12일 화성 구도심 반월지구에서 공급하는 ‘신동탄포레자이’에는 청약통장이 5만여 개가 몰렸다. 이는 동탄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보다 4~5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전매가 가능한 분양물량을 잡기 위해 수요자와 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5~8월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13만7698가구다. 올해 12월까지 공급예정 물량 23만7730가구 중 58%에 해당한다.

    정부 발표 이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번질 우려도 있다. 특히 지방 광역시 못지않게 청약 인기가 높은 충북 청주·충남 천안·전북 전주 등지에 투자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특성상 투자자는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옮겨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땅집고]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한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조선DB

    결국 대규모 공급 대책으로 기대 심리를 꺾지 않는 이상 같은 실패가 반복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4년 전 서울에서 분양권 전매를 막았지만 ‘새집’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수도권 전반으로 투기 수요가 옮겨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면 무주택자들은 환호하지만 집값은 올라 내집 마련 기회는 멀어지고, 그래서 불만이 쌓이면 정부가 또 규제를 쏟아내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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