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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명이나 사는데…헬리오시티 상가는 왜 텅텅 비었지?

    입력 : 2020.05.20 04:53

    [땅집고] 지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지하철 8호선 송파역 4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헬리오시티’ 아파트 정문 옆으로 지상 5층 규모 대형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중 가장 규모가 큰 메인 상가다. 하지만 대부분 점포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점령했다. 1층 점포 123곳 중 부동산 중개업소만 48곳에 달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빈 점포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3~4층에는 병원이 절반 정도 영업하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공실이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 메인 상가. /전현희 기자

    [땅집고]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에 가장 많이 입점한 업종은 부동산 중개업소다./전현희 기자

    상가 지하로 내려가 봤다. 입주민 커뮤니티센터와 지하철역을 잇는 통로 주변 점포는 모두 공실이었다. ‘사진관 입점 확정’ 현수막이 내걸린 점포가 있었지만 문은 닫혀 있었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수막은 1년4개월 넘게 붙어있는데 정작 누가 들어와서 영업한 적은 없다”고 했다.

    [땅집고] 입주민 커뮤니티센터에서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위치한 점포는 모두 비어있다. /전현희 기자


    헬리오시티는 옛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총 84개 동, 9510가구로 입주한 국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다. 지난해 1월 입주하면서 612개 점포로 구성된 단지 내 상가 5곳도 일제히 문을 열었다. 상주 인구만 웬만한 지방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3만명 안팎에 달하는데, 입주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전체의 절반 정도가 비어있는 이유가 뭘까.

    ■ 평당 월세 60만~70만원에 과잉 공급 겹쳐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공실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10평 규모인 1층 점포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0만원, 2·3층은 전용면적 30~35평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0만~400만원이었다. 1층 월세는 현재 600만~700만원으로 입주 초기보다 200만~300만원쯤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전용면적 기준 1평당 월세가 60만~70만원이다. 이는 서울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곳 중 하나인 테헤란로 대로변 1층과 맞먹는 것이다.

    하지만 점포 주인들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버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를 낮추면 상가 매매가도 떨어질까봐 걱정한다”면서 “조합원 소유 상가는 공실로 방치해도 월세가 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악착같이 버틴다”고 했다.

    [땅집고]헬리오시티 단지 내 메인 상가 3층은 절반 이상이 공실이다. /전현희 기자

    전문가들은 헬리오시티 상주 인구에 비해 점포 수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아파트 거주자가 단지 인근 상권에서 소비하는 비중은 30%쯤 된다”고 했다. 그는 “헬리오시티 입주 가구 당 월 평균 300만원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약 100억원을 단지 내 상가에서 소비하는 셈”이라며 “점포 한 곳당 3000만원 정도 월 매출이 나와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데 결국 적정 점포는 300개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헬리오시티는 점포 수가 617개로 적정 수준의 두 배를 넘는다.

    ■ 학교 없고 잠실·가락시장 등 대형 상권 가까워

    단지 근처에 학교가 없는 것도 큰 약점이다. 학교가 있어야 학원이나 식당, 카페가 생기면서 상권이 확장할 수 있다. 헬리오시티에서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학교는 중학교 한 곳과 여고 두 곳 뿐이다. 요식업·학원 등 학생과 학부모를 겨냥한 업종은 들어오기 어렵다. 그나마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의원이나 전문직 사무실이 상가의 주축을 이루게 되는데 이로 인해 유동인구 유입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땅집고]헬리오시티 단지 내 메인 상가 1층에 붙어있는 층별 입점점포 안내판. /전현희 기자

    설상가상으로 헬리오시티 주변으로 경쟁 상권도 많다. 전국구 상권인 잠실이 지하철 두정거장 거리이고, 물가가 저렴한 전통시장(석촌시장과 가락시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굳이 단지 내 상가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가락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연휴에도 단지 내 상가를 찾는 고객이 거의 전무했다”며 “상가 안에 그 흔한 키즈카페 하나 없으니 (입주민들이) 가까운 잠실 롯데월드 발길을 돌린다”고 했다.

    [땅집고]헬리오시티 주변에 포진한 전통시장. /전현희 기자

    ■ “외부 유동인구 유입할 업종 재편 필요”

    일부 투자자들은 고객 유치 효과가 큰 중·대형 마트가 들어오면 사정이 조금 더 나아지리라고 예상한다. 현재 헬리오시티는 조합 내부 갈등으로 아파트와 상가 등기가 나지 않아 SSM(기업형슈퍼마켓) 등이 입점을 꺼린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한 SSM이 ‘등기 완료 후’ 입점하기로 계약했다”며 “우선 등기가 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헬리오시티 상권이 회복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임대료가 높고, 배후 인구가 부족한 상권에서는 점포주들이 버티다 못해 임대료를 대폭 내려 공실을 메워야만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갑 교수는 “동대문 쇼핑센터들도 망한 상태로 10년을 버텼다”며 “최악의 경우 완전히 슬럼화한 후 재편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상가와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대치동 학원가나 홍대 상권처럼 독특한 콘텐츠를 통해 외지인을 유인할 대책이 있어야 동네 주민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갑 교수는 “상가 전반을 통합 관리해 경쟁력 있는 업종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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