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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폭탄'에 무너진 신촌, 오피스텔 우후죽순

    입력 : 2020.05.17 05:56

    [땅집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근처에 '신촌리브하임' 오피스텔 공사 현장이 보인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도 학교 주변 오피스텔 공사 소음 때문에 오전 7시면 눈이 떠져요. 최근 2~3년 동안 공사 하나 끝나면 바로 옆에 또 새 오피스텔 공사를 시작하는데…. 특히 시험기간에는 미칠 지경이에요.”(이화여대 4학년 정모씨·23)

    지난 8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1번 출구 방면 대로변으로 나오자마자 파란색 천막을 두른 오피스텔 공사 현장이 보였다. 오는 8월 완공을 앞둔 18층 규모 ‘파라타워’ 오피스텔이다. 대로변 이면도로로 들어가봤다. 동네호프집 ‘맥촌’과 ‘하루’, 수선집 ‘모아수선’이 입점했던 낡은 2층짜리 상가는 사라지고 ‘신촌리브하임’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하 2층~지상 17층 규모로 현재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신촌 리브하임 관계자는 “최근 이대 인근에 오피스텔 공급이 많지만, 수요도 그만큼 많아 투자자들도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작년 하반기 분양이 생각보다 쉽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외관이 깨끗한 ‘MJ더퍼스트’, ‘한빛슈테리움’ 등 신축 오피스텔도 보였다. 그 옆에는 아직 공사가 한창인 ‘이대파크준’, ‘연세아리움2’ 등 오피스텔 공사 현장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오피스텔·상가 분양 상담’ 전단이 곳곳에 걸려 있다.

    [땅집고] 최근 3년간 이대신촌 일대 입주한 신축 오피스텔 목록. /이지은 기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이었던 이대·신촌 일대가 ‘오피스텔촌(村)’으로 변신 중이다. 한때 이대 앞 근린생활 빌딩과 저층 상가에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식당가와 옷가게, 소품숍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많은 업종이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2017년 이후 이대역 근처에 입주한 오피스텔만 총 21곳에 달한다. 현재 공사 중인 단지도 9곳이다. 오피스텔 공사현장 관계자는 “요즘 이 일대에 공사만 했다하면 죄다 오피스텔”이라며 “기존 2~5층짜리 꼬마상가를 허물고 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한령으로 상권 직격탄…상가 허물고 오피스텔 신축

    [땅집고] 최근 3년간 신촌 상가 공실률 추이. /한국감정원

    이대·신촌 일대에 오피스텔 신축 바람이 본격 불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쯤이다. 2017년 사드(THAAD) 문제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일대 상권은 명동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혔는데, 한한령 영향으로 관광객이 대폭 줄면서 상가가 일제히 ‘공실 폭탄’을 맞게 된 것. 이후 경기불황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권 침체가 점점 더 심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신촌 상가 공실률은 2017년 1분기 평균 5.5%에서 지난해 4분기 11.4%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공실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연예인 하정우씨가 74억원에 매입한 이대 앞 상가 1층 화장품가게 ‘이니스프리’도 임대료 2500만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폐점했다.

    [땅집고] 신촌이대 상권을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상가 공실률이 치솟자 건물주들이 기존 2~5층 규모 상가를 허물고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사진은 '연세아리움2' 오피스텔 신축 현장. /이지은 기자

    상권이 침체하면서 임대료 수입이 줄어든 건물주들이 선택한 대안은 오피스텔 신축. 연대·이대·서강대 등 대학교를 끼고 있고 여의도·광화문 업무지구가 가까워 배후수요가 풍부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일대가 대부분 상업지역이어서 기존 2~5층짜리 낡은 상가를 허물면 용적률 800%, 최고 20층 이내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수익률을 높이는 요소다. 2018년 입주한 ‘MJ더퍼스트(34실, 15층)’ 용적률이 728%, ‘UCU이대(128실, 18층)’가 797% 등이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가 임대 시장이 경기를 많이 타는 반면 오피스텔 임대는 비교적 공실 리스크가 덜한 편이니 건물주들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나 다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공급 많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아

    오피스텔 공급은 많지만, 임대료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신촌스타게이트’ 18㎡ 임대료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현대캠퍼빌(2001년)’ 28㎡ 월세가 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임대료가 30만원 높다.

    [땅집고] 지하철 2호선 이대역 근처에 짓는 오피스텔 세 단지가 딱 붙어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대현동파라타워', 'MJ더퍼스트', '이대포레스트'. /이지은 기자

    오피스텔을 워낙 많이 짓다보니 ‘딱 붙은 오피스텔’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경우 창문을 열어도 햇빛이 잘 들지 않고 옆 건물 콘크리트벽만 보이는 등 일조권 침해가 심각할 수 있다. 현행 건축법상 일반상업지역과 중심상업지역에서는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단 50㎝만 띄워서 지으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신촌로 대로변에선 ‘대현동파라타워’, ‘MJ더퍼스트’, ‘이대포레스트’ 등 오피스텔 3곳이 나란히 붙어있다.

    [땅집고] 입주한지 2년 가까이 된 A오피스텔에 잔여가구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오피스텔 물량이 쏟아지다보면 미분양·공실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단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8년 6월 입주를 시작한 48실 규모 A오피스텔과 지난해 11월 입주한 B오피스텔은 아직도 건물 외벽에 ‘상가 및 잔여세대 분양’, ‘최저가분양’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분양 중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대·신촌 오피스텔은 대학가에 위치한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공급과잉 심각성이 덜할 것”이라면서도 “단지별로 입지가 비슷해보여도 오피스텔 상품성에 따라 분양·임대 결과가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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