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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다 망할 것" 빗나갔다…더 잘나가는 공유 주방·오피스

    입력 : 2020.05.09 05:4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지 두 달째.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전례 없던 전염병 사태가 장기 경기 침체뿐 아니라 탈 세계화·비 대면의 확산 등으로 인류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땅집고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부동산 시장을 미리 들여다 봤다.

    [땅집고] 22일 오후 9시 찾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공유주방 ‘이유있는 주방’. 오븐·제빙기·대형냉장고 등 요리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주방을 여러 명이 함께 쓰는 공유주방이다. 주방에는 조리사 4명이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공유주방에 입점해있는 음식점에 연신 배달 주문전화가 울렸다. ‘이유있는 주방’ 관리자는 “최근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휴·폐업하는 것과는 달리, 현재 공유주방에 입점해있는 매장들 매출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외출이 줄면서 주말 매출은 늘어났다”고 했다.

    [땅집고]왕십리 공유주방 '이유있는 주방'./전현희 기자

    공유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도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전보다 신규 입점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782건에서 3월 1960건으로 10% 정도 증가했다는 것. 같은 기간 매출액도 46억원에서 49억원으로 3억원 불어났다.

    그동안 ‘소유’가 기본값이었던 부동산을 ‘공유’의 개념으로 전환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부동산 공유경제 기업들. 업계에선 올해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공유경제 업체들이 치명타를 맞고 몰락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공간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2개월이 지난 현재 이 같은 전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예측’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공유경제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긴 했지만 이는 다른 산업군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며, 같은 공유 시스템을 기반으로 삼고 있더라도 소비자와 생산자 간 대면접촉 여부에 따라 업체별로 성적이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오피스·공유주방 웃지만…공유숙박업은 운다

    ‘공유주방’은 코로나 사태로 성장하는 대표적인 공유 부동산 사업이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면서 사업 확장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공유주방에 입점한 외식업체가 주문을 받으면 각 가정까지 음식을 배달해주는 식으로 운영한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사람들이 외식을 꺼리다보니 배달 음식을 주로 찾으면서 배달 전문 요식업이 늘어나는데 공유주방이 최대 수혜 사업”이라며 “최근 동탄2 같은 신도시에서도 공유주방 사업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코로나 전후 패스트파이브 성장 지표. /패스트파이브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 업체의 경우에는 코로나 사태 기간 중 재택근무가 늘면서 단기 입점 수요가 소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제약·금융·식품 등 일부 대기업 계열사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로 생긴 업무 공백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본사에 있던 주요 부서들을 공유오피스로 분산시키면서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전 지점 이용자가 코로나 이전인 1월 1만2814명에서 3월 1만4522명으로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땅집고 취재진 지난 16일 찾은 ‘위워크’ 을지로점 16층에도 4~6인용 사무실 12개 중 빈 사무실이 3곳 뿐이었다. 종로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하는A씨는 “소규모 사무공간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라 ‘물리적 거리두기’에 효과적”이라며 “어느 한 쪽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업무 마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유오피스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 공유 오피스의 장점을 경험해 본 기업들이 공유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땅집고]에어비앤비 주인들이 코로나 여파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전현희 기자

    반면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업계는 불황이다. 코로나 여파로 여행업계가 위축하면서 공유숙박업체 이용률도 따라서 급감한 것. 특히 에어비앤비는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전에 숙박 예약했던 고객들이 잇달아 환불을 요구하자 에어비앤비 측은 2억5000만달러를 들여 집주인들에게 5월 말까지 예약한 건에 한해 환불금의 25%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손실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주택을 매입·임대해서 에어비앤비 용도로 쓰면서 임대료 수익을 누리던 사람들이 집을 하나 둘 매물로 내놓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집주인들이 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에어비앤비용 주택을 양도하겠다’는 게시물이 지난해 1~3월 46개에서 올해 같은 기간 217개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코로나 영향’이라고 써진 게시물은 83개로 전체의 40% 정도에 달한다.

    ■코로나 때문에 부동산 공유 시스템 몰락할 일은 없어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공유경제 시장 동향이 업계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부동산 공유 시스템이 완전 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공유 경제 부동산의 형태가 숙박업, 오피스 상가, 외식업 등 다양하기 때문에 업계 전망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 오히려 코로나가 시장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1인 기업이 늘어나면서 한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공유오피스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였다”며 “공유오피스 업계 성장세가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공유 오피스 시장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 측은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 트렌드가 국내 여행으로 바뀌는 중이니 수용 가능 고객을 외국인에 한정해놓은 일부 규제를 푸는 것이 코로나에 대응하는 임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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