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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막심"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 역전, 따져보니

    입력 : 2020.05.10 04:37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해 새 아파트 2990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중 2588가구는 조합원 몫이고 나머지 255가구는 일반 수요자에게 분양한다. 반포동 일대는 3.3㎡(1평)당 매매가격이 최고 1억원에 육박할만큼 비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경남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3차. /조선DB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격이 턱없이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분양가 통제권을 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일반 분양가를 크게 낮춰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높은 이른바 ‘가격 역전’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래미안 원베일리의 조합원 분양가는 3.3 ㎡당 평균 5560만원. 반면 HUG가 요구하는 일반 분양가는 이보다 600만원 낮은 3.3㎡당 4900만원 수준이다.

    그동안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분양가 대비 10~20% 이상 낮았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굳이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일반분양을 받으면 더 싸게 새 집을 살 수 있는데, 굳이 더 비싼 분양가를 내고 조합원이 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화하면 이 같은 현상이 더 확산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합원 분양가의 의미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재건축에 관심없는 일반 주택 수요자들은 ‘조합원 분양가’의 의미를 몰라도 아파트 투자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재건축 지분에 투자한다면 ‘조합원 분양가’나 ‘비례율’ ‘추가 분담금’ 등의 용어를 알아야 정확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과연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역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 ‘조합원 분양가’는 단순한 장부상 금액

    조합은 기존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지으면서 일반분양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공사비 등 사업비를 충당한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은 사업비가 부족하면 분담금을 내고, 사업비가 남으면 이익을 돌려받는다. 그래서 일반 분양가가 떨어지면 조합원들이 얻을 것으로 예상했던 이익이 줄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일반 분양 물량이 100% 팔린다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일반 분양가가 높을수록 좋고, 낮을수록 불리하다.

    ‘분양가 역전’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우선 조합원 분양가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조합원 분양가는 아파트 완공 시점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가격을 예상한 금액이다. 일반분양보다 1~2년 앞선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에 결정된다. 일반분양가가 실제 현금 가치인 것과 비교하면 조합원 분양가는 ‘장부상 금액’이다. 권리가액에 조합원 분담금을 더한 것이다.

    조합원 분양가에는 우선 조합원이 보유한 기존 주택의 완공시점 가치(권리가액)가 포함된다. 조합원은 헌 아파트를 현물로 출자하고 새 아파트를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성 요소는 ‘분담금’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에서 정한 ‘분담금’은 ‘예상 일반 분양가’를 기반으로 산정한다. 일반 분양가는 입주자 모집공고 직전에 HUG나 지방자치단체 허락을 받아 확정한다. 이 때 분담금 액수도 조정한다. 일반분양가가 하락하면 분담금이 늘어나며 이것을 ‘추가 분담금’이라고 한다. ‘추가 분담금’이란 재건축 과정에서 기존에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늘거나 사업 수익이 줄면서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이다.

    [땅집고] 조합원 분양가를 산출하는 계산식. /전현희 기자

    ■ 일반 분양가 낮아지면 추가 분담금 발생

    지금까지 조합원 분양가는 대개 일반 분양가보다 10~20% 정도 저렴하게 책정돼 왔다. 최근 일부 아파트에서 나타난 가격 역전은 정부가 분양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일반분양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단지는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원 부담이 크고, 그만큼 사업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높아졌다는 이유로 조합원 부담이 일반 분양자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조합원 분양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주택의 가치(권리가액)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는 것을 ‘비례율 하락’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비례율’이란 재건축 사업의 예상 수익률 이다. 조합원이 부담하는 아파트의 완공시점 가치, 즉 ‘권리가액’은 기존 주택 감정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 계산한다.

    따라서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비례율이 하락하고, 비례율이 낮아지면 조합원 분양가를 구성하는 ‘권리가액’도 떨어져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

    [땅집고] 재건축 아파트 비례율 계산식./전현희 기자

    결과적으로 래미안 원베일리처럼 일반 분양가가 하락하는 단지에서는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것이 예상돼 분명히 손해다. 하지만 단순히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의 가격이 역전됐다고 조합원들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 손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둔촌주공 아파트처럼 일반 분양분의 비중이 큰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 크다”며 “그러나 기존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변화하면서 얻는 재산상의 이득은 더 크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상혁·전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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