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4.18 04:28 | 수정 : 2020.04.20 15:22
[땅집고]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가 좋다고 해도 ‘진짜 부자’들은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대체로 집값 상승률이 낮고 환금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부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집은 재산 증식보다 사생활 보호를 더 원한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들은 대부분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는 용산구 한남동 일대가, 경기에서는 서판교 남서울파크힐 일대가 ‘회장님’들이 선호하는 고급 단독주택촌으로 꼽힌다.
이런 진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기도 성남시 서판교 남서울파크힐이다. 이 단지는 어떻게 소위 ‘회장님 마을’이 됐을까.
남서울파크힐 내 단독주택 부지는 총 110필지, 4만5000여평으로 필지당 평균 400평쯤 된다. 현재 50여가구 정도 입주해 있다. 단지 입구부터 보안이 철저해 외부인은 출입이 불가능하며 지대가 높아 조망권도 뛰어나다. 1976년 5월부터 남서울파크힐 주변은 ‘남단녹지’로 지정됐다가 분당신도시 개발로 1992년 11월 남단녹지에서 해제될 때까지 개발을 철저하게 막아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근처 남서울CC(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이 VVIP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골프장 부지 내 보전녹지에 대한 개발허가를 받아 땅을 한 필지씩 나눠줬던 것이 이 곳에 최고급 단독주택이 줄줄이 들어서게 된 계기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남서울파크힐에 살고 있는 재벌 총수나 CEO(최고경영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건영 대한제분 부회장, 심영섭 우림건설 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이 있다.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어 신흥 재벌 반열에 오른 김범수(55) 카카오이사회 의장 겸 카카오임팩트 대표이사도 최근 서판교 남서울파크힐 단독주택에 입성해 화제가 됐다. 김 의장이 이 곳을 택한 이유는 자연환경이 쾌적한데다 주변에 별다른 시설이 없어 사생활 보호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가 이끌고 있는 카카오 판교 사옥이 차로 15~20분 거리로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의장은 2015년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남서울파크힐 주택단지에 남아있던 땅 4필지(4425㎡, 약 1338평)를 118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3.3㎡(1평)당 매입가는 880만원 정도다.
김 의장은 2층짜리 단독주택 2개동(棟)을 신축했다. 1동은 지하 2층~지상 2층(3893.5㎡, 1177평), 2동은 지하 1층~지상 2층(289.42㎡, 87평) 규모다. 대지가 넓어 차량 20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다고 한다. 집 안에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설치됐다. 2018년 11월 완공했고, 김 의장은 지난해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구청에 따르면 김 의장이 보유한 남서울파크힐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2019년 기준 147억원. 그동안 분당에서 가장 비싼 집이었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백현동 단독주택 공시가격(144억원)을 넘어섰다.
남서울파크힐은 남서울컨트리클럽 바로 밑에 있다. 판교테크노밸리까지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학교는 운중고·낙생고·성남외고 등이 가깝다. 용인~서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분당~내곡고속화도로, 분당~수서고속화도로, 서울외관순환도로 등 도로망이 좋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