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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이나 떨어졌다고?"…충격 안긴 '아리팍 폭락설' 진실은

    입력 : 2020.04.16 05:37

    [땅집고] “강남권에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은 것이 맞고, 5월 안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반나절 만에 거래가 이뤄졌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지난 7일 26억8000만원에 매매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전용면적 84㎡(옛 34평형)가 최고 34억원에 거래돼 ‘평당 1억’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거래된 주택은 같은 면적 최고가보다 7억원 정도 낮다. 강남권 대표 고가 아파트 가격이 7억원 급락하면서 본격적인 가격 하락의 신호탄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근 7억원 가까이 하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선DB

    ■ ‘아리팍’ 7억원 급락설? ”실제로는 2억원 정도 하락”

    땅집고는 이 아파트를 중개한 반포동의 A공인중개사무소를 취재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해당 거래에 대해 “정상 거래는 맞는데,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크로리버파크는 집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7억원이 떨어진 게 아니라 2억원 정도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가격 자체가 워낙 고가여서 1억원 정도는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 5억원짜리 아파트는 1억원 낮게 거래되면 엄청난 하락 폭이지만, 34억원짜리 아파트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도 1억원 정도 하락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강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는 동(棟)이나 층수에 따른 가격 차이가 워낙 크다.

    해당 매물을 중개한 A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26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 주택은 101동 4층이다. 위치상 한강 조망이 어렵고 선호도가 떨어지는 저층이다. ‘아크로리버파크’ 단지에서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비슷한 조건의 매물 중에서는 지난해 11월 거래된 최고가 29억5000만원(4층)과 비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평가다. 이 아파트의 고층 한강 조망 주택은 현재 최고가와 비슷한 호가 34억원을 웃도는 금액에 매물로 나와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강남권 다주택자 발등에 불…2억원 낮춘 급매도 등장

    아크로리버파크 가격이 7억원 떨어진 것은 다소 과장돼 알려진 측면이 있지만,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한 매물이 수시로 거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2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같은 주택형의 매매가가 2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떨어졌다. 전용 84㎡ 매매가격이 20억원대 수준이었던 잠실 리센츠도 최근 17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땅집고] 강남 3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주택 소유자들도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는 이모(56)씨는 지난달 집 한채를 팔려고 내놓았다. 이씨는 올 6월 말 이전에 집을 팔아야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가격을 1억 원 정도 내려서 내놨는데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조바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며 “중개업소에선 가격을 살짝 더 내리는게 어떠냐고 하던데, 안팔리면 세금 내면서 버티는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보유세 부담이 현실로 닥치기 때문이다. “강남 2주택자는 대기업 연봉 수준”, “강남 3주택 이상인 경우 1억원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을 대입하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소유한 2주택자의 경우 보유세가 3818만원에서 6324만원으로 2500만원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담은 개정안까지 총선 후 국회에서 통과되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강남권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40% 안팎 상승함에 따라 급등한 보유세를 내지 않으려면 보유세 기준일(6월1일) 이전인 5월 말까지 매도해야 한다.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올 6월말까지 매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아크로리버파크 거래도 계약상 5월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땅집고] 올해 공시가격 인상 이후 1주택자 및 다주택자의 보유세 변화 시뮬레이션. A는 은마아파트, B는 래미안대치팰리스, C는 개포주공1단지, D는 반포아크로리버파크, E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국토교통부

    세금 부담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외 경기 침체도 강남권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주요 경제 지표는 이미 바닥권이다. 경제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불과 3~4개월 전만해도 “경제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던 정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침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크로리버파크의 ‘7억 하락설’이 관심을 받은 것은 주택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에 대해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며 “상승 추세가 꺾인만큼 강남권 주택시장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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