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4.15 05:36
[발품리포트] 지역번호도 '02' 쓰는 '서울 옆세권' 최대 약점은 교통
이달 6일 땅집고 취재팀은 경기도 고양 향동지구를 찾았다.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공항철도선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마을버스 075A번을 타고 향동지구에 진입하기까지 10분 정도 걸렸다. 지구에 진입한 뒤 버스로 10분 정도 더 가자 ‘DMC중흥S클래스더센트럴(951가구)’ 단지가 보였다. 향동지구의 마지막 민간아파트다. 지난달 27일 입주를 시작했다. 단지 곳곳에 ‘입주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각 동(棟) 출입구마다 이삿짐을 실은 대형 트럭이 주차돼있다.
수도권 택지지구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향동지구. 행정구역상 고양에 속하지만 서울 서북권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및 마포구 상암동과 맞붙어있다. 주민들과 부동산 카페 등에선 향동지구를 두고 ‘서울 옆세권’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과천처럼 유선 전화 지역번호도 서울과 같은 02를 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서울 생활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동지구가 올해 입주를 마무리한다. 2008년 지구 지정된 지 약 12년 만이다. 오는 9월 입주하는 A4블록 LH행복주택과 10월 공공분양하는 ‘고양향동두산아파트’만 남긴 상태다. 향동지구는 총 9809가구 규모로 인근 고양 삼송지구(2만4000가구) 등에 비하면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까지 10분 정도 걸릴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유독 높은 택지지구다.
■‘서울 옆세권’이긴 하지만 체감거리는 더 멀어
향동지구는 방송사·엔터테인먼트사가 몰려 있는 마포구 상암동 일대와 직선거리로 2㎞ 정도 떨어져 있다. 마곡지구까지는 6㎞, 서울시청과 여의도까지는 각각 8㎞ 내외다. 서울 대부분 주요업무지구가 가깝다. 당초 서울 서북권 주거 수요를 흡수하는 대체주거지로 개발된 곳이라서다.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입주가 마무리되는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향동지구와 서울 도심 사이의 체감 거리는 훨씬 멀다. 대중 교통이 부족해서다. 그중에서도 향동지구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버스를 타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수색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10~20분 걸린다. 현재 지구 안에서 운행하는 버스 노선이 단 3개(마을버스 075A, 지선버스 7013A·7013B) 뿐이다. 더군다나 각 노선 배차간격이 20~30분 정도로 비교적 길다.
앞으로 전철·철도 교통은 개선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먼 얘기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계획으로는 2~3년 뒤 개통 예정인데, 실제 이 시기에 개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는 3기신도시로 인근 창릉신도시를 지정하면서 서울 서부선 연장선(가칭 고양선) 역을 개통하기로 했는데, 향동지구 부지 중앙에도 향동지구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향동지구역은 기존 6호선 새절역과 연결하며 2023년 개통이 목표다. 또 불과 3~4일 전인 지난 10일 국토부가 향동지구 부지 남쪽을 지나는 기존 경의중앙선 노선에 향동역 신설을 승인했다. 지구의 남쪽 끝자락이라서 ‘역세권’ 이용자 수는 극소수 일 것으로 예상된다. 총 사업비 147억원은 고양시가 전액 부담하며, 2024년 상반기 개통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두 노선이 아직 기본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런 경우 실제 개통까지 아무리 빨라야 5~6년, 통상적으로는 거의 8~9년 걸린다고 본다. 따라서 향동지구의 전철·철도 교통은 여전히 불편할 것이며,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만 믿고 투자하거나 이사를 해서는 안된다.
■서울 시세 60~70% 정도면 내집마련 가능하지만…투자용으로는 ‘글쎄’
향동지구에선 인접 서울 아파트 시세의 60~70% 정도 금액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KB시세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향동지구가 있는 고양 덕양구 향동동 아파트 시세는 3.3㎡(1평)당 2151만원. 인근 마포구 상암동(2831만원)의 75%에 그친다. ‘가성비’가 높은 셈이다. 향동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암으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자들이 향동지구 아파트를 주로 찾는 편”이라며 “전세의 경우 새 아파트인데도 3억~4억원대면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 젊은 부부 수요가 많다”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입주한 ‘DMC리슈빌더포레스트(969가구)’ 84㎡가 올해 2월 7억9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4단지’ 84㎡가 10억4500만원에 팔린 것보다는 2억5000만원, 수색동 ‘DMC롯데캐슬더퍼스트(2020년 6월 입주)’ 84㎡ 분양권이 12억230만원에 팔린 것보다는 4억1000만원 정도 낮은 금액이다.
향동지구 아파트를 투자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앞으로 이 곳 집값이 10분 거리인 상암동이나 수색동 집값과 ‘키맞추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라며 “현재 각 단지별 시세는 분양가 대비 1억5000만~2억원 웃돈이 붙어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동지구가 서울 최근접 입지라고 해서 집값도 서울만큼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지구에 들어서는 10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4곳이 임대주택이다. 실제 매매거래가 가능한 아파트는 총 6곳 5126가구로, 향동지구 전체 가구 수(9809가구)의 52%에 그친다. 또 향동지구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당초 택지지구 규모 자체가 작은 탓에 앞으로 이 곳에 들어설 생활 인프라의 수준이나 규모가 서울과는 격차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거주 측면에서 봤을때 향동지구는 수도권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이지만, 투자 가치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며 “서울 서부 지역에 직장이 있는 경우 실수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주거지로 추천할 만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