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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2배는 거뜬" 정치1번지 광화문·종로, 주거1번지로 급부상

    입력 : 2020.04.12 03:21


    [땅집고] 서울 광화문 업무지구 한복판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지어지는 '덕수궁 디팰리스' 단지.

    [땅집고]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로 나와 10분쯤 걸으니 검은색·회색 등 고급스러운 무채색 위주로 외관을 장식한 건물이 보였다. 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로, 아파트 58가구와 오피스텔 170실로 짓는 종로구 ‘덕수궁 디팰리스’다. 단지 바로 옆에 덕수궁이 있고, 길 건너에 경희궁이 있다. 오는 8월 입주를 목표로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종로구·중구에 걸쳐 있는 세운지구도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 50~60년 동안 낡은 공구상과 노포들이 몰려 있던 지역이다. 총 152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세운3구역 일대로 ‘힐스테이트 세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 509가구, 도시형생활주택 489가구로 짓는다. 올해 5월 분양을 목표로 현재 국토부 산하 아파트 분양가 통제 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치열한 분양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땅집고]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의 전망대 카페에서 바라본 덕수궁 전경. /조선DB

    주거지역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했던 광화문·종로 곳곳에서 주택 개발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광화문·종로는 일대는 과거부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지다.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가 종로에 있고, 여당과 야당의 대권 후보가 승부를 벌이는 곳도 ‘정치 1번지’ 종로다. 게다가 광화·종로 일대는 강남역 일대와 여의도와 더불어 서울의 3대 업무 중심지로 SK, 한화, 신한금융 등이 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러나 강남과 여의도는 업무 중심지 바로 옆에 대규모 주거지가 발달한 반면, 유독 광화문·종로 주변에는 주거지가 형성되지 않았다. 건설회사들이 광화문 일대가 업무 중심지로는 최고의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주거지로는 ‘별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땅 자체가 부족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2017년 입주한 ‘경희궁 자이’가 들어 선 이후 광화문·종로 일대가 주거지역으로써 재평가 받기 시작했고, 주택사업이 곳곳에서 시작되는 분위기다. 교남동 돈의문뉴타운 1구역을 재개발한 ‘경희궁자이1~4단지’는 2014년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가 3.3㎡(1평)당 2280만원으로, 84㎡가 7억8500만원 정도였다. 같은 크기의 강남권 새 아파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양가였지만, 당시 강북권에 분양한 민간아파트 중에서는 역대 최고가였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3단지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이 아파트의 분양 성적은 그저 그랬다. 미분양도 발생했다. 그러나 입주 이후 이 아파트 가격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이 아파트 3단지 84㎡는 지난해 12월 16억6500만원(4층), 올해 3월 16억4000만원(18층)에 실거래됐다. 현재 실거래 가격이 분양가의 2배가 넘는다. 분양 대행사 더감의 이기성 대표는 “5~6년 전만 해도 광화문 일대는 업무지구가 발달하고, 교통 인프라가 좋기는 해도 주거지로는 별로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경희궁 자이 입주 이후 건설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광화문·종로 일대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주거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나홀로 단지’도 광화문·종로 일대에선 인기다. 주거용 건물 공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 업체 ‘부동산지인’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종로구에 분양한 아파트·오피스텔은 ▲2015년 252가구 ▲2016년 377가구 ▲2017년 2844가구 ▲2018년 0가구 ▲2019년 832가구였다. 이 시기 서울 곳곳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됐고, 바로 옆 서대문구·성북구·마포구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종로구는 주택 공급이 늘 부족한 지역이다. 올해 입주물량은 342가구, 2021년 입주 예정 물량은 현재까지 제로(0)다.

    [땅집고] 최근 5년간 종로구 아파트 및 오피스텔 입주 물량 추이. /부동산지인


    이런 이유로 종로 일대에 새로 공급하는 주택에는 소비자들이 몰린다. 종로구 충신동에 짓는 1개동(棟) 규모 ‘힐스테이트 창경궁(181가구)’는 지난해 말 94가구 청약을 받았는데, 5698명이 몰렸다. 평균경쟁률이 60.6대 1, 최고경쟁률은 96대 1(64㎡주택형)이었다. 신문로2가에 대림산업이 짓는 ‘덕수궁 디팰리스’(지하 7층~지상 18층)도 올해 8월 입주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관심이 높다. 이 아파트 분양회사 관계자는 “광화문 도심 주변은 고급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는 곳인데 워낙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광화문·종로 일대에선 주택산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강북 도심은 대형오피스·상업시설만 주로 들어섰지만, 이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많아지면서 아파트와 주거형 오피스텔 분양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종로구는 우리나라에서 연령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통행하고, 생활하고, 일하면서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유일한 지역”이라며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 풍부한 직장인 수요로 인해 매매가와 임대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주거지로써 종로구의 가치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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