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4.08 14:21 | 수정 : 2020.04.08 14:29
[땅집고] 반(半) 지하에 거주하는 가구의 95.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주거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주거 비용이 저렴한 반 지하 주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국토연구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국토이슈리포트 제15호에 기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 거주 가구가 총 36만3896가구(68만8999명)로 집계됐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지하 거주’ 항목에서 집계했다. 우리나라에 완전한 지하층 주택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하 거주’ 가구들 대부분이 반지하 거주자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반지하 주택 수가 크게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새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나온다.
2015년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지하 거주 가구(36만3896가구)는 고시원·고시텔 15만1553가구나 옥상 5만3832가구보다 많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2만8467가구(62.8%) ▲경기 9만9291가구(27.3%) ▲인천 2만124가구(5.8%) 등이다. 수도권에만 95.8%(34만8782가구)가 몰려 있다.
전국 시·군·구 기준으로는 ▲경기 성남 2만5683가구 ▲서울 관악구 1만9121가구 ▲중랑구 1만7839가구 ▲광진구 1만5630가구 ▲은평구 1만4059가구 등 순으로 지하 거주 가구 수가 많았다. 비율로 보면 중랑구가 11.3%로 1위다. 이어 광진구(10.6%), 경기도 과천시(10.0%), 서울 강북구(9.5%), 관악구(8.4%) 등 순이다.
우리나라에 반지하가 생긴 것은 1970년대다. 학계에서는 6·25전쟁 후 심리적 대치상태가 지속하던 1970년, 혹시 모를 북한의 공습에 대비해 주택 지하에 방공호를 설치하라고 의무화한 것이 반지하 탄생의 시초라고 본다. 이때 지은 반지하는 지금처럼 사람이 거주할 목적이 아니었다. 따로 화장실·부엌이 없는 구조며 창고 등으로만 쓰였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주택 부족 현상과 맞물려 반지하가 주거용으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9년 지하층 의무 설치규정이 폐지된 데다가, 대폭 강화된 주택 주차 기준으로 필로티 구조 주택이 등장하면서 반지하 수가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영화 ‘기생충’으로 반지하 주택이 조명받자 전국 반지하 거주 가구 실태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은영 소장은 “반지하는 주거비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특유의 현상”이라며 “지하 거주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하 거주 가구의 주택 구조, 채광, 환기, 누수 등 주거 상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지하 주택은 임대를 금지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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