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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0%대라더니…왜 내 주담대 금리는 안 내려?

    입력 : 2020.04.03 03:27

    [땅집고] 서울 여의도 한 시중은행의 대출상담 창구. /조선DB

    [땅집고] 지난 1월 집을 사려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A씨. 그는 변동형으로 연 금리 3.5%짜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는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은행에서 주담대 금리를 내려주겠다는 얘기가 없었다. 은행에 문의해 보니 “한국은행 금리가 내려도 바로 고객님 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는 답을 들었다.

    금융당국이 국내 경기 부양책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사상 최초로 ‘제로(0) 금리’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주담대 금리 인하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리인하 발표 후 KB국민은행 등의 정기 예금 금리는 곧바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동금리 대출이라도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디다. 왜 그럴까. 땅집고가 주담대 금리가 늦게 내려가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기준금리 낮아졌는데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되려 높아져

    [땅집고]주택담보대출 종류별 연계 금리./전현희 인턴기자

    최근 시중 은행에선 주택담보 대출 주력 상품으로 혼합형(고정+변동금리) 대출과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대출 상품을 많이 팔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을 할 때 어디에서 자금을 조달하느냐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데,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금융채(하루 단위로 고시)’와 변동형 상품의 금리는 ‘코픽스(매달 고시)’와 각각 연동되는 상품이 많다. 여기에 고객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고, 신용카드 이용실적, 급여통장 이체 등의 실적에 따라 금리를 내려주는 구조로 대출상품의 최종 금리가 결정된다.

    이런 가운데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되레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적용 기준 신한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2.72~3.73%로 지난 16일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은 0.30%포인트 오른 2.44~3.94%, 우리은행은 0.16%포인트 오른 2.59~3.59% 등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가 지난 9일 1.312%에서 19일 1.672%로 오르는 등 상승세라서 대출 금리도 오른다고 말한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이는데, 금융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경제 위기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금융채까지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이 결과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미국이 기준 금리를 한국보다 앞서 내리면서 채권 금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변동형 대출금리 인하 다음달부터 시작할 듯

    혼합형 대출의 금리는 올랐지만, 변동형 주담대는 한국은행 금리 인하와 함께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코픽스는 전월대비 0.03%p~0.11%p 하락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수신상품 금리를 토대로 산정하는데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들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렸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적용된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를 0.11%포인트 내렸다. 신(新)잔액기준 코픽스는 1.44%로 0.03%포인트 하락했고, 기존 잔액기준 코픽스(1.72%) 역시 0.03%포인트 내려 11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의 본격적인 효과는 4월 17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변동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이번달 코픽스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폭(0.5%포인트)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상품별 약정이율이나 판매량이 달라 인하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여서, 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은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장기 고정금리 가입자들 변동형 갈아타기 시작되나

    [땅집고]지난 3월 11일 한 부동산 카페 이용자들이 변동금리로 갈아탈 것을 고려하고 있다./전현희 인턴기자

    한편 주택 구매자들 중 상당수는 정부가 장기 고정 금리를 보장하는 대출 상품에 가입한 상태여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이보다 떨어지면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가계부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주담대 고객들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고정금리 상품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최고 2.2% 금리로 30년간 변동하지 않는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기존 고정금리 상품에서 변동형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강승원 NH 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에 대응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소비자들이 1차 안심전환대출을 대거 해지하고 변동형 상품에 가입하는 사태가 발생한 적 있는데,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상황을 보면 신규 가입자들의 경우 매매나 장기 계약이라면 변동 금리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금리가 내리면 상환할 이자가 줄어들 것이고, 경기가 호전돼 금리가 다시 오르면 이 이상으로 호가가 올라갈테니 어떤 케이스라도 변동금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리인하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고정금리 가입자가 변동금리로 갈아탈 경우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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