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4.03 04:24
[땅집고] 지난 3월24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서울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 출구를 빠져나오자 사방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들려왔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신정뉴타운 ‘목동래미안아델리체’ 아파트(1497가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부 동(棟)은 골조가 모두 올라갔다. 공사장 너머로는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인 신정뉴타운 4구역 일대 노후 빌라들이 보였다.
4구역을 가로질러 언덕을 넘어가니 이번에는 거의 완성된 대규모 새 아파트 공사 현장이 나왔다. 총 17만4801㎡ 면적에 35개동 3045가구 규모인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였다. 지난 3월 31일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마무리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바로 옆 신정뉴타운에 새 아파트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신흥 주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지구 지정된 신정뉴타운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551일대 63만9847㎡로 2027년까지 아파트 1만여가구가 들어서는 도심 속 미니 신도시로 개발 중이다. 현재 사업 진척률은 70% 정도다. 이미 아파트 3개 단지, 4200여가구가 입주했다.
원래 신정뉴타운 일대는 낡고 오래된 빌라가 밀집한 곳으로 목동신기가지와 비교하면 생활 환경에 차이가 컸다다. 신월동 집값은 목동이나 신정동뿐만 아니라 강서구 화곡동 평균 가격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신정뉴타운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내년에 준공할 새 아파트 입주권(84㎡, 이하 전용면적)에 프리미엄(웃돈)만 6억원 정도 붙을만큼 인기가 높다. 정부가 재건축을 강도높게 규제하면서 목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사업 추진이 몇 년 째 지지부진해 신월·신정동에도 대단지 새 아파트가 희소해진 것이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다.
■ 신월동에 1만가구 미니 신도시 조성
현재 신정뉴타운은 전체 50% 이상이 아파트로 개발돼 입주가 완료됐다. 규모가 가장 큰 1-1구역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는 올 3월말, 그 다음으로 가구 수가 많은 2-1구역 ‘목동래미안아델리체’는 내년 1월 각각 입주한다.
2-2구역에 들어설 ‘호반써밋목동’(407가구)은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1-3구역(211가구)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이며, 신정3구역과 4구역은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이 구역들의 개발이 모두 끝나면 신정·신월동 일대에 1만가구 규모 새 아파트촌이 들어선다. 3기신도시로 지정된 과천(7000가구)지구보다 더 크다.
유재경 목동119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의 다른 뉴타운은 존치 구역과 재개발 구역이 뒤섞여 사업을 마쳐도 재정비 효과가 신도시만큼 좋지 못하다”면서 “신정뉴타운은 개발이 끝나면 신정네거리역부터 신월6동 주민센터까지 통째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해 마치 신도시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 목동신시가지 집값 빠르게 추격
신정뉴타운 아파트 입주권은 84㎡ 기준으로 10억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2호선 신정네거리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고 신정동에 속해 뉴타운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래미안목동아델리체’는 지난 2월 84㎡가 13억1500만원(24층)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6억원대였던 분양가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으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이 단지와 가장 가까운 ‘신시가지10단지’ 집값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신시가지10단지 70㎡는 올 3월 13억2500만원에 팔렸다.
이미 입주한지 5년 이상된 1-4구역 롯데캐슬(930가구) 84㎡는 이달 9억원(11층)에, 1-2구역 두산위브(357가구)는 같은 달 7억7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모두 분양가보다 웃돈이 1억~2억원씩 붙은 상태다.
뉴타운 지분가격도 강세다. 4구역의 경우 대지지분 약 33㎡(10평)이면서 조합원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는 단독주택 매물이 6억원에 나와있다.
그러나 새 아파트라는 점을 빼면 입지나 학군 등에서 기존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가격을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정네거리역이 가까운 ‘목동래미안아델리체’를 제외하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해야 하고 마트나 백화점도 목동에 몰려있어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같은 신정동 내에서도 신정네거리역이 있는 중앙로를 끼고 학군도 달라진다. 목동은 학군 수요가 많아 학교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신축 단지에 속하는 ‘목동 힐스테이트’는 목동신시가지10단지와 똑같이 양명초등학교와 신서중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신정동임에도 신정뉴타운에 속한 ‘목동래미안아델리체’는 남명초등학교와 신남중학교에 배정된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양명초등학교와 신서중학교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신월동 두산위브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정뉴타운 수요자들은 학군보다 오로지 새 아파트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신정·신월동으로 보내고 고등학교만 목동 명문고로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 “목동에 새 아파트 없어 당분간 더 오를 것”
전문가들은 서울에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목동 바로 옆에 들어서는 재개발단지인만큼 신정뉴타운 수요는 꾸준하고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목동 재건축 사업은 오랫동안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고, 진행되더라도 입주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그동안 양천구는 목동 학군 수요와 재건축 투자 수요가 많이 몰리는 편이었는데, 신정뉴타운은 마곡지구나 여의도 배후지로 실수요가 탄탄한 편”이라며 “지금까지는 목동과 비교해 집값이 낮았지만 개발이 진행될수록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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