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부산? 대구? 한물 갔지" 서울 투자자들 강원도서 '부동산 쇼핑'

    입력 : 2020.03.31 05:41

    [땅집고] 강원 속초시 조양동 동해 바다 앞에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속초양우내안애 오션스카이’ 아파트. 분양 당시인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효과를 보면서 당시 강원도 아파트 역대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251가구 모집에 7284명이 몰려 경쟁률이 평균 29대1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 112㎡(이하 전용면적) 분양가는 3억6000만원이었는데 지난 2월 1억5220만원 오른 5억1220만원(35층)에 거래됐다.

    [땅집고]2017년 '속초양우내안애 오션스카이'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들. / 양우건설

    이곳에서 약 1㎞ 떨어진 속초항 인근 ‘힐스테이트 속초센트럴’. 2021년 11월 입주할 이 아파트 84㎡는 올 3월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4억900만원)보다 7000만원 올랐다. 조양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속초항 주변으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한다는 호재 때문에 서울에서 오는 원정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투자자들이 강원도로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감정원의 ‘2019년 아파트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투자자들이 사들인 강원도 아파트는 2372건이었다. 지난해 서울 거주자들이 수도권을 제외하고 투자를 가장 많이 지역이 부산, 대구, 대전이 아닌 강원도다. 전문가들은 강원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규제지역도 아니어서 최근 비수도권에 불어닥친 풍선효과가 강원도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땅집고] 자견ㄴ, 서울 거주자 지방 아파트 거래 현황. / 한국감정원

    ■ 서울 사람들, 왜 강원도로 몰려갔나?

    서울 투자자들의 강원도 아파트 매입은 대부분 투자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거주자의 강원도 아파트 매입은 지난해 12·16대책 이후 급증세다. 작년 1~11월까지 월 평균 거래 건수는 176건이었다. 작년 12월에는 432건, 올 1월에는 322건, 2월에는 474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땅집고]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서울 거주자의 강원도 내 아파트 매입건수. / 한국감정원

    강원도가 규제를 덜 받는 지역이라는 점도 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2018년)을 계기로 서울 강원도간 교통망이 대거 확충되고 있는 영향도 크다. 2017년 6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수도권과 강원도 간 소요 시간이 90분대로 줄었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2026년 완공 예정), 제2경춘국도(춘천∼남양주) 건설 사업 등도 탄력을 받고 있다. 경강선 복선 전철은 판교∼여주와 원주∼강릉 구간이 개통해 운행 중이고, 여주∼원주를 잇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땅집고]강원도 춘천~속초간 동서고속철 노선도. /조선DB

    지난해 서울 거주자들은 강원도 18개 시·군 중 혁신도시가 있는 원주시 630건(26.5%), 속초항 개발이 진행 중인 속초시 459건(19.3%), 춘천시 355건(14.9%) 순으로 투자했다. 속초는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세권 개발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KTX 속초역(예정)이 개통하면 속초에서 서울 용산역까지 1시간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통해서도 접근이 수월하다보니 투자 목적 외에도 서울 사는 은퇴자들이 산이나 바다가 인접한 곳에 세컨드하우스를 목적으로 구입한 사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 작년 집값 하락률 1위 강원도, 새 아파트만 상승

    서울 투자자들이 강원도에 집을 많이 사기는 했지만, 성공한 투자였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강원도 아파트 가격 누적 변동률은 -6.59%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같은기간 전국 평균은 -1.42%, 8개도 평균 변동률이 -4.73%였다. 지난해 강원도 다음으로 서울 거주자의 투자가 많았던 충남(0.17%), 부산(0.82%)이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볼 때 실패한 투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강원도에선 속초·원주 등지의 일부 신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기존 아파트는 대체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속초시 조양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서울 투자자들이 급증하긴 했지만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신축 아파트는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기존 아파트는 수요가 없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강원도에 인구 수 대비 과도하게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높다는 것. 강원도 전체 가구수는 2020년 2월 현재 72만여 가구. 경기 수원시(50만 가구)와 안양시(22만 가구)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강원도에 공급된 새 아파트는 4만4357가구에 달해 수원·안양에 같은기간 공급된 2만7000여가구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땅집고]강원도와 수원+안양시 가구수 규모가 동일한데, 강원도가 수원과안양시에 최근 3년간 공급가구수의 두배 가량 많다. / 통계청, 부동산114

    ■ 입주·분양 물량 많아 공급 과잉 우려

    앞으로 1년 간 강원도에는 95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둔 가운데 신규 분양 예정 물량도 많다. GS건설은 속초항 일대에 최고 43층짜리 ‘속초 디오션자이(454가구)’를 분양한다. 올 4월에는 롯데건설이 ‘롯데캐슬인더스카이’(568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조양동에 ‘속초 2차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속초항이 있는 중앙동·조양동 일대에는 올 상반기 ‘속초자이’(874가구), ‘속초조양휴먼빌’(379가구), ‘속초서희스타힐스더베이’(232가구) 등이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땅집고] 강원도 속초시 속초항 일대. / 네이버 거리뷰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원도는 새 아파트라고 해도 가격이 저렴해 기존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이주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다. 새 아파트 미분양보다 기존 아파트 가격 하락 우려가 더 크다”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어 개발 호재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