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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새 50% 폭등…'갭투자 성지'로 떠오른 화성 병점

    입력 : 2020.03.25 05:31

    [땅집고]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전철 병점역에서 시내버스에 올라 15분쯤 지나 병점동 대표 대단지 아파트 ‘신창1차힐’에 도착했다. 입주 15년차인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연초만해도 2억3500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이달 초엔 3억 5000만원에 매매됐다. 두달여 만에 1억1500만원, 약 50% 치솟은 것이다. 가격만이 아니다. 이 주택형은 올 1~2월에만 68건이 거래됐다. 작년 1년 전체 거래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병점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간 영업하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땅집고]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늘벗마을신창미션힐1차 아파트./전현희 인턴기자

    화성시 병점동엔 아파트 1만3000여 가구가 모여 있다. 비교적 큰 주거타운임에도 노후 아파트가 많은데다 바로 옆에 10만가구를 넘는 동탄신도시가 있어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 2017~2019년 3년 연속으로 매매·전세가 모두 하락했다.

    그랬던 이곳에 올 초부터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외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른바 갭(gap) 투자의 새로운 성지(聖地)로 떠올랐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이 80%를 넘고 집값이 저렴해 자기 돈 2000만~3000만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 동탄은 병점 집값에 양날의 검

    병점동은 인근 동탄 1신도시와 비교하면 교통이 불편할 뿐더러 생활기반시설과 환경도 뒤떨어진다. 이 때문에 2017년 동탄신도시가 입주하면서 병점동 집을 팔고 동탄신도시로 이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동탄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고 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까지 겹쳐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반면 병점동 일대 집값은 계속 떨어졌다. 2017~2019년 동탄신도시 가격이 오르는데도 동탄을 포함하는 화성시 아파트값이 집값이 보합세를 보인 것은 병점동의 매매가격 하락이 불러온 착시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땅집고] 화성시 아파트값 상승률 대비 동탄신도시 아파트값 상승률. /전현희 인턴기자

    병점동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인덕원과 동탄을 잇는 전철 능동역(예정)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안화동마을주공5단지’ 84㎡가 2억3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6000만원 올랐다. 이웃한 ‘안화동마을주공7단지’ 59㎡도 6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 외지인 갭투자 대부분은 법인 활용

    병점동에 투자 수요가 급격히 몰린 이유는 먼저 오랫동안 집값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창1차아파트의 경우 지난 1월 매매가격 2억 5000만원에, 전세금 2억2000만원이어서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갭)가 30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는 정부가 12·16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한 때다. 게다가 1주택이라도 보유한 사람이라면 기존 주택을 팔지 않을 경우 아예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 투자처를 찾던 투자자들에게 내돈 2000만원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한 곳은 병점 말고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땅집고] 전철 능동역 예정지와 병점동 내 올해 집값이 급등한 주요 아파트. /전현희 인턴기자

    때마침 동탄역 GTX 사업이 착공하는 등 개발 호재도 생겼다. 투자자들은 GTX 동탄역과 한 정거장 거리인 동탄1신도시 능동역과 가까운 아파트에 관심을 가졌다. 능동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병점동 일대 아파트는 능동역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절세를 노리고 부동산 법인을 활용한 투자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으로 매입한 부동산을 매각하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양도소득세가 아닌 법인세(세율 10~22%)와 비사업용부동산 중과세율10%포인트만을 적용받아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올 1월 이런 투자자들이 전세 끼고 사들인 아파트 중에는 이미 수천만원 차익을 실현하고 되판 것이 많다. 병점동 한신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외지 투자자들 절반 이상이 다시 집을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개발 호재 많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

    동탄신도시 내 각종 인프라가 확충되면 병점동도 이른바 곁불쬐기 효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내년에 동탄신도시 내 아파트의 경우 전세 재계약이 집중적으로 나오는데 지난 2년간 전세금이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점으로 일부 수요가 옮겨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화동주공9단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는 이 같은 전망으로 장기 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땅집고] 화성시 병점동 안화동마을9단지 아파트. /전현희 인턴기자

    교통 호재도 있다. 앞으로 6년 후 인덕원~동탄 전철이 뚫리면 화성시 병점역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역까지 40분이면 도착한다. 이렇게 되면 슬럼화된 병점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김장미 신창월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올 들어 집값이 급하게 오르긴 했지만 그동안 저평가됐던데 대한 키맞추기 같은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잠깐 (상승세가) 주춤하긴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지금 가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소형 평형 중심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계적으로 갭(gap)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병점동 집값 상승은 일종의 기계적인 키맞추기 성격인데, 코로나 같은 대형 악재가 지속되면 조정받을 여지가 크다”며 “부동산 법인을 활용한 갭 투자를 막는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어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는 위험하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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