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25 05:30
“‘파리바게뜨’는 항상 횡단보도 앞에 있고, ‘아딸’은 항상 ‘파리바게뜨’ 옆에 있으며, ‘설빙’은 항상 2층 이상에 자리잡는대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각 프랜차이즈 별 매장 입지에서 공통점이 보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SPC그룹이 소유한 베이커리 전문 매장 ‘파리바게뜨’는 항상 횡단보도나 정류장을 끼고 있고, 빙수 전문점 ‘설빙’은 상가 건물 2층 이상에 들어서며, CJ그룹의 생활용품 쇼핑몰 ‘올리브영’은 커피숍 ‘스타벅스’ 옆에 매장을 낸다는 식이다. 해당 글은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정말 우리 동네에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봐온 매장들이 거의 그런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이게 사실일까.
일단 결론부터 소개하자면 각 회사 담당자들은 “‘공식적’으로 횡단보도·2층·스타벅스 옆 등에 매장을 내자는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집객 효과가 좋은 곳을 찾는 전략은 있다. 이 전략에 따라 출점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이런 모양새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위 글에 적혀있는 ‘법칙’이 각 프랜차이즈 매장에 100%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마다 점포 개발 관련 부서를 갖추고 출점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분식집 ‘아딸’을 창업한 이경수 대표는 한 책에서 “체인점을 낼 때 매장 입지 조건 중 하나가 ‘파리바게뜨 옆’”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땅집고가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출점 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봤다.
■유동인구 잡아라…‘빠바’는 횡단보도 근처에, ‘스벅’은 중심업무지구에
먼저 탄탄한 고정수요를 갖춘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횡단보도·지하철역·버스정류장 근처 등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을 사수하고 있다. ‘항상 횡단보도 앞에 매장을 낸다’는 말을 듣고 있는 ‘파리바게뜨’가 대표적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반드시 횡단보도나 신호등 근처에 입점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아 가시성·집객력이 높은 곳을 골라 출점하다 보니 이런 특성이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SPC는 횡단보도가 없어도,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고객들이 퇴근길에 빵을 사가기 편한 위치거나, 병원·관공서 등 배후수요를 끼고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출점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유동인구를 잡기 위해 더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치는 기업이다. 시도별 중심 지역에 매장 수를 집중시키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으로 핵심 상권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전략 때문에 기존 매장에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새 매장이 문을 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강남업무지구의 중심인 강남대로·테헤란로에선 ‘아크플레이스점’과 ‘역삼포스코점’, ‘강남GT타워점’과 ‘몬테소리점’이 직선거리로 각각 100m 내외에 위치하고 있다.
■임대료 저렴하고 쾌적한 2층 선호하는 ‘설빙’, ‘맘스터치’
가시성·접근성이 좋아 상가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1층 대신 2층 매장을 고집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있다. ‘인절미 빙수’로 인기를 끈 디저트 전문점 ‘설빙’이다. 설빙 측은 “창업을 문의하는 가맹 희망자들에게 상가 2층 이상에 비교적 큰 평수의 매장을 내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1층보다 임대료가 20~30% 이상 저렴해 고정비용을 낮출 수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빙 가맹영업본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2층 50평 이상이 개점 기준이었는데, 현재는 32평으로 평수 기준을 조금 낮췄다. 부득이하게 1층에 매장을 내는 경우 20평 후반대라야 허용한다”라며 “각 매장별로 임대료가 전체 매출의 10% 정도만 차지하게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 ‘맘스터치’도 최근 ‘2층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바탕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한 브랜드인 만큼 2층에 점포를 내도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거란 판단에서다. 다만 상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이동 방향을 전환하는 계단참(계단 도중 폭이 넓어지는 부분)이 두 개 이상 설치돼 고객 접근성·편의가 낮은 건물들에는 되도록이면 2층 출점을 제한한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 있는 것처럼 맘스터치가 대부분 2층에만 입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2층에 들어선 맘스터치 점포는 전체 매장 수의 13.9%(171개)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1층 점포가 더 6.5배 가량 많다.
■ ‘형만 한 아우 없다’…기존 유명 프랜차이즈 입지 따라하는 업체들도
기존 유명 프랜차이즈가 선정한 ‘황금 입지’를 참고하는 업체로는 분식집 ‘아딸(현 감탄떡볶이)’이 유명하다. 이경수 아딸 전 대표는 “‘파리바게뜨’ 바로 옆에 아딸 매장을 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전국에 2000여곳 있는데, 포장 매출을 겨냥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아파트나 동네 입구, 횡단보도 앞 등에 있는 점포가 대부분”이라며 “‘아딸’ 역시 포장 매출이 주 목표기 때문에 ‘파리바게뜨 옆’을 체인점 입지 조건으로 내걸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커피숍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가성비를 내세우는 ‘이디야’가 비싼 ‘스타벅스’ 옆에 매장을 내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속설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디야 관계자는 “모든 커피숍 프랜차이즈들이 출점할 만한 입지기 때문에 (매장 위치가) 겹친 것이지, ‘스타벅스’의 옆에 짓자는 구체적인 지침 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현재 매장 수도 이디야가 2800여개로 스타벅스의 2배가 넘는다”며 스타벅스 옆 속설을 부정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기업이 세간에 출점 전략을 전부 다 공개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패턴이 관찰될 수 밖에 없고, 대학가 등 ‘전형적인 상권’일수록 이런 입지 패턴이 강력하다”며 “최근 골목 상권이나 2층 이상 점포 등이 주목받는 것처럼, 앞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브랜드별 입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