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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신도시 꼴찌'였던 군포, 리모델링·GTX로 집값 폭발

    입력 : 2020.03.23 05:44

    [발품리포트] 꿈쩍않던 군포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땅집고] 2월, 경기 군포 아파트 거래량 1위를 기록한 '충무주공2단지아파트'. /이나영 인턴기자

    [땅집고] '충무주공2단지아파트' 전용면적 51.66㎡ 매매가 변동 추이. /국토교통부

    [땅집고]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지하철 4호선 산본역을 빠져나오자, 1990년대 초반 준공한 지상 15층 규모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 지 30년 가까이 돼가는 낡은 아파트들이지만 요즘 몸값이 뛰고 있다. 산본역에 바로 붙은 충무주공 아파트가 대표적. 이 아파트 51.6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월 29일 3억5000만원에 팔렸다. 불과 두 달만에 1억원 오른 가격이다. 산본역 인근 Y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12·16대책, 올해 2·20대책이 연달아 나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이 계속 상승세”라고 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군포시 산본신도시 주택 시장이 심상치 않다. 작년 말 이후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3월 첫째주 군포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1.2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거래량은 작년 12월~올 2월 2706건으로 1년 전(460건)에 비해 6배 가까이 폭증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과 GTX-C노선 발표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 리모델링·GTX가 집값 쌍끌이

    [땅집고] 2월 군포 아파트 거래량 상위 4곳 중 3곳의 위치. / 이나영 인턴기자

    [땅집고] '율곡주공3단지' 아파트에 리모델링 추진위의 공식 출범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이나영 인턴기자

    산본을 포함한 군포 아파트는 1기 신도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낮았다.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 아파트가 많고, 전형적인 배드타운이어서 자족 기능이 부족한 탓이다. 서울 강남이나 도심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군포 아파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금정동 ‘충무주공 아파트’는 지난 2월 한 달만에 83건이나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바로 옆 율곡 주공아파트 59㎡ 역시 3억 7000만원에 팔리면서 3개월 전보다 6200만원 올랐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리모델링 사업이 집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한다. 올 2월 군포 아파트 거래량 2위를 기록했던 율곡주공아파트 단지 내부에는 리모델링 추진위 설립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금정동 H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산본신도시 아파트는 중층 아파트가 많아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사업성이 좋다”며 “리모델링을 마치면 다른 지역 못지않게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GTX-C 노선이 또 다른 메가톤급 호재로 꼽힌다. 이 노선은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에 2026년 개통할 예정이다. 수원에서 시작해 금정역을 지나 삼성동 등 서울 주요지역으로 이어진다. 개통하면 삼성역~금정역이 기존 45분에서 14분으로 30분 이상 줄어든다.

    ■ 주거 여건 좋은 산본역 일대 아파트값 상승세

    [땅집고] 지하철 1호선, 4호선 환승역 금정역에는 GTX-C노선이 들어설 예정이다. / 이나영 인턴기자

    최근 군포시 아파트값 상승은 GTX를 탈 수 있는 금정역 대신 산본역 일대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금정역 인근 삼성미도 아파트 84㎡는 2018년 9월 3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현재 시세도 그대로다. 이유는 금정역 인근에는 200~3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가 많아 주거 선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정역은 군포시 구도심인데 대부분 공단 지역이고 학군 선호도도 떨어진다.

    반면, 1기 신도시로 개발된 산본역 일대는 공원, 관공서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롯데피트인·이마트 등 편의시설도 가깝고 단지 안에 학군이 조성해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산본역과 붙어 있어 GTX를 타고 금정역에 내려 한 정거장을 이동해도 소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런 면에서 GTX역인 금정역보다 생활 여건이 좋은 산본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땅집고] 관공서 등 생활 편의시설이 산본역 출구를 나가면서부터 펼쳐진다. /이나영 인턴기자

    서울 등 외지에서 유입된 ‘법인 투자자’들이 몰린 것도 산본 아파트 가격 상승 이유로 꼽는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갭(gap) 투자를 겨냥한 법인을 세워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산본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12월 이후 법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입 후 단타로 4000만~5000만원 이익을 보고 다시 파는 것도 봤다”고 했다.

    ■ “리모델링까지 10년은 더 걸릴 것…신축 대비 메리트 있을까”

    군포시 아파트값은 장기적으로 리모델링 사업 성패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산본 아파트 역시 다른 1기 신도시들처럼 준공 5~27년 정도의 중층(15층 내외) 아파트다.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높다. 산본의 한 공인중개사는 “산본 일대 아파트는 직접 거주하는 주인들보다 외지 투자자가 많아 리모델링 추진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지하철이 바로 옆이고 수직 증축 시 일조권 침해 우려도 없어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사업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1기 신도시의 많은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로 착수된 곳은 없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도 이후 1·2차 안전진단, 건축·도시계획심의, 사업계획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리모델링 착공까지는 최소 10년쯤 걸린다는 의견이 다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군포는 같은 경기 남부권의 수원이나 안양·과천 아파트값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변동할 것”이라며 “리모델링 후 경기 남부권 신축 아파트에 비해 얼마나 가격 메리트가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이나영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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