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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폭탄' 부동산 시장에도…"상상 이상의 타격 입을 수도"

    입력 : 2020.03.18 05:38


    [땅집고] “부동산도 안전 지대가 아니다” “상상 이상으로 주택 시장이 꺼질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면서 1997년, 2008년에 이은 ‘10년 주기 경제 위기설’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땅집고]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우려 등으로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43% 내린 1771.44에 장을 마감했다. /남강호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도 주택 매매·전세 거래가 급감하고, 신규 분양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여기에 대출·세금 규제까지 더해진 상황이어서 주택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예기치 못한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땅집고가 국내 부동산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사태에 따른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부동산도 안전지대 아니다…전국 4~5% 하락할 수도”
    [땅집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전문가 8인의 부동산 시장 전망. /이지은 기자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금융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글로벌 수출 경기마저 영향을 받는다면 국내총생산(GDP)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 시장이 일정기간 안 좋아지면 6개월 후 실물 경기도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 위기 등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주택 시장은 전국 기준으로 올 하반기 4~5% 떨어지고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은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3~6개월을 넘어 장기화하면 부동산도 결코 안전 지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임대료 하락과 공실 증가로 구분 상가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주택 시장에서는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재건축과 재개발에 이어 일반아파트, 상가, 토지 순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한산해진 서울 명동 거리./조선DB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0㎡가 현재 19억원 중반대인데, 금융 당시에 7억원대까지 떨어졌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금융위기로 번진다면 한껏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상상 이상으로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부채 건전성 높다…지표상 위축은 없을 것”

    그동안 오른 집값에 정부 규제가 겹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사이클에 코로나 위기까지 겹치면서 집값은 앞으로 2~3년간 오르기 어렵다”며 “1주택자가 가진 집을 팔 필요까지는 없지만 대출을 많이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반면 과거 금융위기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위기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2008년 당시에는 금융위기와 함께 국내 대출과 신용 순환 문제가 함께 터지며 부동산 위기가 찾아왔는데, 지금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을 꽉 막아 가계부채 건전성이 높아진 상태”라며 “코로나 발(發) 위기가 온다 해도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1997년, 2008년 위기 당시보다 작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에서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미국 경제가 휘청이는 일일 텐데, 이런 공포감이 가장 문제”라며 “아직까지 실제 지표상으로 거래가 위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 “지금은 전시나 마찬가지…경기 추락 막을 대응책 필요”

    [땅집고] 올 3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하루 평균 458건으로 급감했다. /조선DB

    코로나 사태로 인한 단기적 주택 거래 절벽 현상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공급 감소를 부추겨 가격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코로나로 인해 주택 건설 현장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건설 자재 유통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분양 일정이 늦춰지거나 물량이 줄어 2~3년 내 공급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실물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종완 원장은 "부동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적어도 무주택자의 경우 집을 살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는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등 기존 정책을 미세 조정해야 한다”며 “경기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출 규제 같은 수요 억제책을 전반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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