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16 04:47
[땅집고] “지난 10년 동안 꿈쩍도 않던 집값이 요즘 조금 올랐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규제 지역이 됐어요. 집값 오른게 수요자 탓만 있나요. 핀셋 정책이라며 사실상 ‘풍선 효과’를 자극한 정부 책임도 큰 거 아닙니까.”
지난 9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서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만안구가 느닷없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하루 평균 10건 안팎이던 아파트 매매 거래가 1~2건으로 줄고, 전화 문의는 아예 끊어졌다”고 한숨을 토했다. 안양7동의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실수요자가 많았던 신축 아파트조차 문의가 끊겼다”면서 “2·20대책 발표 후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전용면적 84㎡)는 8억원대 초반에 형성됐던 실거래가가 7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서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만안구가 느닷없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하루 평균 10건 안팎이던 아파트 매매 거래가 1~2건으로 줄고, 전화 문의는 아예 끊어졌다”고 한숨을 토했다. 안양7동의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실수요자가 많았던 신축 아파트조차 문의가 끊겼다”면서 “2·20대책 발표 후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전용면적 84㎡)는 8억원대 초반에 형성됐던 실거래가가 7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떨어졌다”고 했다.
의왕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의왕 삼동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매물 가격이 2000만원 정도 급락했다. 의왕시 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몇몇 새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개발도 안된 낙후 지역까지 통째로 규제에 묶여 안 그래도 죽은 시장이 더 활기를 잃었다”고 했다.
‘2·20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경기도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 부동산 시장이 불과 1주일여만에 규제 직격탄을 맞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두 지역은 작년 말 이후 이른바 ‘풍선 효과’로 집값이 반짝 올랐지만 오랫동안 개발이 낙후된 지역인데다 투기 세력도 없었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기간 집값이 더 치솟은 용인 수지와 구리가 빠졌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볼멘소리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 “집값, 10년간 안 올랐는데…”
국토교통부는 2·20대책 발표 당시 최근 급등한 가격을 근거로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했다. 국토부는 “12·16 대책 이후 2020년 2월 둘째주까지 2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수도권 누적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2·16대책 발표 이후 2개월간 안양 만안구의 집값 상승률은 2.4%, 의왕시는 1.9%였다. 이 기간만 보면 ‘수도권 평균 상승률(1.12%)의 1.5배 이상’이라는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한다.
이에 대해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 주민들은 통계에만 의존한 나머지 정확한 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한다.
안양시 만안구는 2010년대 이후 입주한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는데다 오래된 빌라촌과 공장이 많아 수도권 남부의 대표적인 집값 저평가 지역이었다. 만안구 일대 아파트값은 10년 넘게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같은 안양인데도 평촌신도시와 비교하면 집값이 3분의 2 수준이다.
실제 만안구 안양동 아파트의 경우 3.3㎡(1평)당 평균 1570만원, 동안구 평촌동은 1954만원이다. 만안구를 통틀어 84㎡ 주택형 실거래가가 9억원을 넘긴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안양동의 대장주로 꼽히는 안양삼성래미안(1998가구)도 2002년 입주 이후 79㎡(이하 전용면적) 매매가격이 작년 초까지 4억원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런데 작년 말 12·16대책 발표 이후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79㎡는 올 2월엔 6억2500만원(16층)에 팔리면서 작년 초 대비 1억원쯤 올랐다. 인접한 주공뜨란채(2004년 입주) 아파트도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되다가 작년 12월 갑자기 6억3000만원(15층), 올 2월 초 6억9900만원(19층)으로 1억원 이상 뛰었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풍선 효과를 원인으로 꼽는다. 안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2·16대책으로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대출이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에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그나마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실제 최근 집값이 오른 곳은 대부분 지하철역과 가까운 신축 단지들이다. 2016년 입주한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4250가구)를 비롯해 ‘안양역한양수자인리버파크(2019년 1월 입주)’, ‘안양예술공원두산위브(2022년 7월 입주)’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지하철역에서 먼 만안구 석수동 ‘석수e편한세상’ 84㎡는 실거래가가 작년 말 2000만원 하락했고, 안양대 주변 ‘수리산성원상떼빌 2차’도 18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의왕시 마찬가지다. 의왕역 주변 삼동이 대표적. 전통시장과 빌라촌이 뒤섞인 이곳은 주택의 90% 이상이 30~40년 넘은 빌라다. 오춘화 양지부동산 대표는 “역과 가깝고 신축 단지가 아니면 대부분 가격이 떨어졌다”며 “이런 아파트 거주자들은 왜 투기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 “지역 개발 효과 무시한 규제 일변도 정책은 안돼”
국토부는 두 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광역교통망 구축 등 개발 호재로 추가 상승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되며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투기 수요 유입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안양시 만안구의 1호선 석수역에는 신안산선이, 안양역에는 월곶판교선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통 개선으로 인한 그동안 낙후됐던 지역 개발 효과를 무시한 채 규제만 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교통망 개선으로 양질의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동력이 됐는데, 일부 투기 수요 때문에 억누르려고만 하면 만안구나 의왕시 같은 수도권 외곽 도시의 개발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만안구에서는 교통 호재를 기대하면서 1호선 석수~안양역 인근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평균 집값 상승률만을 가지고 규제하다보니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흐름과 지역 개발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지역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