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한 달에 5000만원 뛰어" 집값상승 거리 멀던 송도의 반격

    입력 : 2020.03.13 05:12

    “GTX-B 노선 들어선다고 했을 때부터 송도 집값이 슬슬 상승세를 타긴 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말 정부가 서울 부동산 규제를 더 강화하면서부터 이 곳 집값이 심상치 않아졌습니다.(인천 연수구 송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땅집고]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 상가에 중개업소들이 줄줄이 입점해있다. /전현희 인턴기자

    지난 9일 찾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요즘 송도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라며 “외지 투자자들이 송도에 몰려오면서 올해 들어 단지마다 한 달만에 5000만원씩은 기본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2003년 개발이 시작된 송도국제신도시는 제조·연구·서비스 등 각종 기업 690여곳(인천경제자유구역 추산)이 입주해있는 등 자족 기능을 갖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조성한 도시다. 송도는 분양과 동시에 인천의 부촌(富村)으로 떠올랐다. 초고층 업무용 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송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송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서울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 송도에서 서울에 가려면 보통 1시간 30분은 걸린다. 송도 주민들은 “현실적으로 송도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땅집고] 수도권 고속 광역급행철도망 노선도. 이 중 B노선은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인천 송도~부평~서울 여의도~서울역~청량리~남양주를 잇는다. /이지은 기자

    하지만 지난해 8월 상황이 바뀌었다. 희망사항으로만 있던 GTX B노선 건설 계획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확정된 것. GTX-B노선은 송도에서 부평~서울 여의도~서울역~청량리~남양주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만약 GTX 가 개통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이 기존 82분에서 27분으로 단축된다.

    GTX 사업이 확정되자 송도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약 2년 8개월 동안 대체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지난해 8월 4주 보합(0%)으로 전환했다. 이후 9월부터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2월에는 주간 상승률 0.36%를 기록했다. 통상 주간 상승률 0.5%가 되면 급등세로 본다.

    [땅집고] 2019~2020년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한국감정원

    송도가 속한 연수구 아파트 값 상승세는 2월 들어서는 상승세가 더 강해졌다. 2월 3주에는 0.66%, 4주에는 1.06%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이다. 특히 마지막주에 기록한 1.06% 상승률은 한국감정원이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송도 집값이 ‘수직 상승’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GTX 호재에 ‘풍선 효과’까지 겹친 송도…낡은 아파트도 1억원 올라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값 규제의 ‘풍선 효과’가 송도에서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 인기 지역에 규제를 쏟아내자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 대상을 찾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일부 지역으로 몰리고 있는데, 그동안 인프라에 비해 집값이 저평가됐던 송도에도 이런 투자 수요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송도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박’으로 여겨지는 GTX-B노선 호재까지 끼고 있어 ‘풍선 효과’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

    [땅집고] 송도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송도에선 새 아파트는 물론 지은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도 강세다. 우선 신축 중에서는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을 끼고 있는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2015년 입주)’ 84.92㎡가 올해 2월 8억9000만원(28층)에 팔렸다. 직전 1월 거래(8억3000만원·35층)와 비교하면 한 달만에 집값이 5000만원, 지난해 9월(6억7000만원·35층)보다는 2억2000만원 올랐다. 인천대입구역 근처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2017년 입주)’ 84.9㎡ 집값도 강세다. 지난해 등록된 실거래 8건 평균이 7억7600만원인데, 올해 2월에는 최고가인 8억8500만원(32층)에 거래됐다. 지은 지 10년이 넘은 캠퍼스타운역 근처 ‘송도금호어울림(2005년 입주)’ 84㎡는 지난해 실거래 23건 평균이 3억7650만원이었는데, 올해 2월 4억9000만원에 팔렸다.

    ■집값 상승세 타고 분양도 ‘청신호’

    [땅집고] 2019년 인천 송도에 분양한 아파트들 청약 성적. 사진은 지난해 10월 분양해 최고 경쟁률 166대 1을 기록한 '대방 디엠시티 시그니처뷰' 공사 현장. /이지은 기자

    송도 분양 시장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송도에 분양한 아파트 5개 단지(총 2842가구, 특별공급 제외)에 13만6742명이 청약했다. 비 규제지역이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고, 대출한도도 LTV 70%, DTI 60%로 수도권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LTVㆍDTI 40%)보다 높기 때문이다. 청약 통장 가입기간 1년만 채우면 세대주·세대원 상관 없이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도 청약 장벽을 낮추는 요소다.

    지난해 9월 분양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3차’는 258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5만318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06.13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국 청약 경쟁률 2위다. 10월 분양한 ‘대방 디엠시티 시그니처뷰’ 역시 1순위 청약에서 578가구를 모집하는 데 2만436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평균 50.7대 1을 기록했다.

    [땅집고] 현대건설이 3월 중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개요. /현대건설, 조선DB

    올해 들어서도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송도 1공구 B2블록에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아파트 1205가구, 오피스텔 320실 총 1525가구)’를 분양한다. 인천지하철 1호선 국제업무지구역이 단지 지하 2층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아파트다. 또 ‘리버뷰’가 가능해 송도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워터프론트 호수변에 지어지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2027년까지 이 워터프론트에 교량·인공해변·수상터미널·해양스포츠 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 6215억원을 투입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송도 주택 시장 자체가 워낙 강세여서, 소비자들의 분양 전부터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며 “이달 13일 사이버 견본주택을 연다”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송도를 수도권 비규제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이겠다는 계획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부작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지은 땅집고 기자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