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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대목 다 날렸다" 코로나 폭탄에 쓰러지는 대학가 상권

    입력 : 2020.03.12 03:09

    [땅집고] 젊은이들로 항상 붐비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광장이 한산하다. /이나영 인턴기자

    [땅집고] 지난 9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광장. 매일같이 길거리 공연이나 각종 행사가 열려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쯤이면 인근 연세대·이화여대 등에 다니는 대학생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끌며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길거리 공연자도, 약속을 기다리는 대학생 모습도 모두 보이지 않았다. 늘 여성 손님들로 화장품 매장은 썰렁했고, 스터디 모임 등을 위해 대학생으로 넘쳐나던 카페도 자리가 남아돌았다. 카페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일주일에 3개씩 스터디 모임을 갖는데 전부 취소됐다”면서 “오늘 모임도 안 나올까 고민하다가 겨우 나왔다”고 했다.

    [땅집고] 각종 이벤트로 활기 넘치던 연세대 인근 '차 없는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이나영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한파가 대학가 상권도 덮치고 있다. 전국 모든 대학이 4월초 이후로 개강을 연기했고, 도서관 등 학내 시설 이용을 금지했거나 단축 운영하면서 대학생 발길이 묶여버린 것. 이미 졸업식과 입학식 취소로 2월 대목이 날아간 대학 상권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벌써부터 장기 침체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강 전면 연기에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

    [땅집고] 매년 3월 개강 성수기를 맞았던 신촌 일대 대학가 상권에 손님 발길이 끊어졌다. /이나영 인턴기자

    대학 상권을 지탱하는 주요 손님은 대학생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이 개강을 늦추면서 대학생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신촌 상권을 먹여살렸던 연세대학교는 개강을 2주 연기했다. 그 이후 2주는 동영상 강의를 계획해 오는 30일부터 강의실에서 대면 강의를 진행한다. 기숙사 오픈 시기도 1차는 오는 14~15일, 2차는 28~29일로 연기했다. 이화여대도 마찬가지다. 기숙사 입사일을 오는 28일로 연기하고, 학내 도서관은 무기한 폐쇄한 상태다.

    [땅집고] 개강 시즌이면 밤마더 대학생들로 넘쳐나던 경희대 정문 앞 거리가 텅 비었다. /이나영 인턴기자

    신촌 일대에서 예정된 거리 공연이나 이벤트도 줄줄이 무산됐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3번 출구부터 연세대 정문 앞 독수리 약국까지 이어지는 차 없는 거리와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중앙 광장, 그 맞은편 명물거리 등은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거리 공연과 이벤트가 쉴새없이 펼쳐졌었다. 그러나 관할 서대문구청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행사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당부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 학생들 사라진 대학가 직격탄 맞아

    대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자 주변 상권도 자연스럽게 침체를 맞고 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중 최대 성수기인 1분기 개강 시즌 전체 수입이 통째로 날아갈 것이란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20~30대 단골이 많은 신촌의 한 미용실 직원 B씨는 “그나마 1년 간 미리 예약해 둔 지정 손님들이 있어 피해가 덜한 편인데도, 매출이 30~40% 가량 떨어지고 있다”며 “보통 3월에 개강하면 그 다음주가 가장 붐비는데, 지금은 예약 손님만 온다”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 상권 중 하나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정문 앞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작년같으면 신입생 환영회와 개강 총회를 하는 학생들로 거리가 북새통을 이뤘지만 올해는 인적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땅집고] 경희대 인근 회기동 골목가 음식점 거리에 저녁 시간에 인적을 찾기 힘들다. /이나영 인턴기자

    한 상인은 “경희대나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학생들을 제외하면 일반 직장인이나 외부 유입 손님이 거의 없어서 다른 대학 상권보다 피해가 크다”고 했다. 경희대 앞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매년 3월 이맘때쯤엔 빈 테이블이 없었는데 요즘엔 동네 단골 손님들만 겨우 오고 있다”며 “4인용 테이블 10개 중 다섯자리도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로나19 기세가 꺾인 후에도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 유행했던 감염병인 사스(SARS)나 메르스보다 전파력이 강한데,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불안심리가 더 큰 것이 문제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에도 일시적으로 내수 경기가 침체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는 비교 불가능하다”며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화된 이후에도 불안 심리가 이어져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나영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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