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12 04:14
[땅집고] “금번 신혼희망타운 청약 접수 결과를 안내합니다. 146가구를 모집하는 55A㎡ 주택형, 청약자 ‘0명’.”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북 완주에 분양한 ‘삼봉 A2 블록 신혼희망타운’. 총 546가구를 모집하는 이 신혼희망타운에 39명만 청약해 92.8%가 미분양됐다. 청약자 수가 한 명도 없는 주택형도 있었다. 총 4개 주택형 중 55A㎡ 물량이 147가구인데, 청약한 신혼부부가 한 명도 없어 전량 미달이었다. 나머지 주택형 청약자 수도 ▲59B㎡(101가구) 2명 ▲59C㎡(138가구) 1명 등으로 청약 경쟁률이 바닥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북 완주에 분양한 ‘삼봉 A2 블록 신혼희망타운’. 총 546가구를 모집하는 이 신혼희망타운에 39명만 청약해 92.8%가 미분양됐다. 청약자 수가 한 명도 없는 주택형도 있었다. 총 4개 주택형 중 55A㎡ 물량이 147가구인데, 청약한 신혼부부가 한 명도 없어 전량 미달이었다. 나머지 주택형 청약자 수도 ▲59B㎡(101가구) 2명 ▲59C㎡(138가구) 1명 등으로 청약 경쟁률이 바닥 수준이었다.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다.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부부나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이라면 신혼희망타운에 청약할 수 있다. 정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라는 말만 믿고 청약했다가는 신혼 때부터 재테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한다.
정부는 전국 곳곳의 택지지구에 계획됐던 기존 공공분양물량을 신혼희망타운물량으로 전환해 2022년까지 총 1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며 신혼희망타운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공급한 신혼희망타운 총 17개 단지 중 절반이 넘는 9곳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완주 삼봉, 양산 사송, 부산 기장, 의정부 고산 등 6곳에선 평균 경쟁률이 1대1에 미치지 못해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왜 신혼부부들은 주변 집값보다 싸다는 신혼부부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을까.
■ “집값 싼 곳에 무더기 공급하더니…”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비자들의 수요에 따라 적절한 입지에 집을 공급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값이 싼 곳에 대규모로 분양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단지 이름은 신혼‘희망’타운이지만, 입지는 ‘절망적’인 경우가 많다.
총 546가구를 모집하는 데 신혼부부 39명만 청약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0.07대 1로 가장 낮았던 ‘완주 삼봉 A2블록 신혼희망타운’이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 옆 봉동에는 현대자동차·KCC·LS엠트론·하이트진로 등 공장지대가 자리잡고 있어 주거지역으로는 부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주변 지역에는 원룸촌이 대부분이다. 지역 주민들은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생활 인프라가 좋은 전주에 집을 구할 수 있는데, 구태여 공단 옆 아파트에 살 이유가 없다”며 완주 삼봉 신혼희망타운을 외면했다.
‘양산 사송 A1블록(792가구)’도 마찬가지다. 단지가 들어서는 사송지구는 최근 조성되고 있는 대규모 택지지구이지만, 양산 도심이나 부산에 진입하려면 차로 각각 20~30분 정도 가야해 ‘입지가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792가구를 모집하는 데 117명만 청약해 86%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다.
문제는 입지가 나쁜 지역일수록 단지 규모가 크다는 점. 실제로 지난해 분양한 17개 단지의 평균 가구 수는 473가구다. 모든 주택형이 청약 미달된 양산 사송(792가구)를 비롯해, 의정부 고산(587가구), 완주 삼봉(546가구), 부산 기장(486가구) 등이 모두 평균 가구 수 이상이었다. 반면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양원 269가구, 위례 340가구, 수서역세권 349가구 등은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 주변 시세보다 가격 경쟁력 없는 단지도 있어
원래 집값이 싼 곳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주변 단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시세의 70% 수준으로 공급한다지만, 땅값이 저렴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있는 신혼희망타운일수록 주변 일반 아파트 집값과 별 차이 없다. 예를 들면 양산 사송 신혼희망타운 59㎡ 분양가는 2억1552만원(5층 이상 기준)이었는데, 올해 국토교통부에 실거래 신고된 연식 5년 이하(2015~2020년)인 양산 59㎡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72건·2억2684만원)보다 단 1132만원 저렴했다. 부산 기장 신혼희망타운도 마찬가지다. 59㎡ 분양가가 2억2505만원인데, 올해 실거래 신고된 기장군 55~60㎡ 신축 아파트 평균 금액(1억9150만원)보다 되려 비쌌다.
신혼희망타운은 공공 주택인 만큼 각종 규제를 받기도 한다. 단지에 따라 실거주 의무기간 3~5년, 전매제한기간 5~10년을 채워야 한다. 또 단지에 따라 시세차익이 나면 금액 일부는 정부와 나눠가져야 한다. 청약자격이 있는 수요자들이 “정부가 신혼부부에게만 공급하는 공공 아파트이니 여러모로 혜택일 것”이라고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젊은층의 수요에 맞는 지역에 신혼희망타운을 지어야 정책 효과가 있다”며 “비(非)인기지역에 대규모 신혼희망타운을 지어 봐야 청년층의 주택난에 해결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