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11 10:41 | 수정 : 2020.03.11 10:51
[땅집고] 경찰이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나 조경 관리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이 각종 부가 업무를 떠맡고 있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비 인건비 부담에 오히려 경비원 고용이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11일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겅찰은 작년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청소나 조경작업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계도기간을 거친 법 적용 시기는 올해 5월 31일부터였지만, 최근 다시 공문을 보내 아파트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제도 정착을 위해 사전 계도 기간을 올해 12월 31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계도기간 동안 주택관리업자들이 경비업 허가 등 법 적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하는 한편, 관계인들의 의견 또한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협업하여 관계 법령 개정 등 공동주택 경비업무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관리 업계는 계도기간 이후에는 경찰이 해당 아파트의 경비 운영이 경비업법을 준수하는지를 단속할 것이란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는 은행이나 오피스 경비와 같이 '시설 경비원'으로 분류돼 법에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비원이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나 청소·제초작업·조경·택배처리·주차대행 등 각종 부가적인 일을 떠맡고 있다.
주택관리 업계는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시키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고령 경비원의 퇴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존 경비원을 해고하면서 이를 전자경비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경비원들이 해 온 나머지 다른 일은 별도의 용역을 고용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경찰청 해석대로 원칙대로 하면 고령 경비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젊은 경비를 들이거나 전자경비로 대신하고 다른 일을 맡을 관리원을 채용하면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행법 위반 사안임에도 지금까지 현실을 감안해 개입을 보류해 왔지만, 앞으론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8년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1월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고 아파트에 경비원 5명을 배치한 주택관리 업체 대표 등에 대해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비원들이 맡고 있는 부가 업무 중 ‘주차 관리 업무’는 경비업 영역에 속한다. 불법주차 단속은 주차장 안전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택배의 경우도 택배 보관이 각 주민의 집까지 단순 배달하는 것이 아닌, 도난 방지를 위한 행위로 판단되면 허용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나영 땅집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