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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 점포가 1000만원, 월세는 공짜" 헐값에도 텅빈 집합상가

    입력 : 2020.03.09 04:01

    [땅집고] 신도림테크노마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나붙은 매물 안내문. /김리영 기자

    [땅집고] “지하1층 패션잡화 매장은 1구좌(약 3평)에 1000만~2000만원, 임대료는 공짜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테크노마트. 올해 개점 13년을 맞은 이 상가는 한때 서울 서남부권의 유일한 전자상가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찾은 이 상가는 매장 곳곳에서 임차인과 점포주의 한숨소리만 터져나왔다. 장사가 안 돼 점포 매매가는 분양가(2억~3억원대)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세입자가 없어 이른바 ‘렌트프리’(월세 공짜) 매물도 넘쳐난다. 테크노마트 인근에서 만난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0년 전만해도 3평짜리 점포가 2억원 이상에 팔렸다”며 “5년 전부터 3000만~4000만원대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1000만원대까지 추락했다”고 했다.

    [땅집고] 지하에 이마트가 있고, 지하철역이 연결돼 유동인구가 많지만, 1층 의류상가에는 빈 점포와 점포 정리에 나선 가게들이 보였다. / 김리영 기자

    [땅집고] 신도림테크노마트 1층 상가 내부에 3개 점포가 나란히 공실이다. / 김리영 기자

    실제 테크노마트 1층과 지하 1층 패션 매장 500여 개 중 10곳 중 1곳 꼴로 텅텅 비어 있었다. ‘점포정리’ 간판을 내건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1일에는 감정가가 2억여원에 경매로 나왔던 테크노마트 1층 243호 점포(10.4㎡)가 2017년부터 2년간 14번이나 유찰되다가 감정가의 5% 수준인 1088만1000원에 겨우 낙찰됐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점포가 비면 점포 주인들이 한달 25만원 정도 관리비를 자비로 내야 한다”면서 “세입자에게 월세를 안 받고 관리비만 내도록 하는 점포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 구석부터 텅텅 빈 리테일 집합상가

    [땅집고] 신도림 테크노마트 외부. / 김리영 기자

    테크노마트처럼 점포마다 소유권이 따로 있는 상가를 집합상가라고 부른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대문 두산타워와 밀리오레를 시작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가 확산하고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리테일 집합상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깊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집합상가 중에서도 중구 명동이나 서초구처럼 장사가 잘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주로 의류나 패션잡화를 파는 점포가 많은 테크노마트나 동대문의류상가가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했다.

    테크노마트가 대표적이다. 1998년 광진구 구의동에 이어 2007년 신도림에도 문을 연 테크노마트는 휴대폰과 전자제품을 주로 팔면서 영화관, 웨딩홀, 패션몰 등 다양한 업종이 입점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신도림역과 강변역이 상가와 곧장 연결돼 개점 초기엔 주말마다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땅집고]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 내 카메라, 음향기기 등 전자제품을 파는 3층은 엘리베이터 앞부터 텅 비어있다. / 김리영 기자

    하지만 최근 의류매장 중심으로 침체가 심각하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6개 점포를 임대하는 황모씨는 “전자제품이나 이동통신 매장은 그나마 매출이 잘 나오는데, 지하1층과 지상 1층 패션몰은 장사가 어렵다”고 했다. 강변 테크노마트는 전자제품 매장도 공실이 심각한 상태다. 1층에 입점한 패션 쇼핑몰 엔터식스를 제외하며 3층부터 텅텅 빈 점포가 많다.

    [땅집고] 동대문밀리오레 2층 내부 구석진 매장은 대부분 공실이다. / 김리영 기자

    2000년 전후 젊음과 패션 메카로 전성기를 누렸던 동대문 ‘밀리오레’도 최근 구석 점포부터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은 전 층이 의류매장인데, 출입구쪽을 제외하고 내부로 들어가면 빈 점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밀리오레 1~2층 점포 매매가격은 약 7000만원, 월 임대료는 50만원 정도”라고 했다. 호황이었을 때는 점포당 매매가격이 평균 3억~4억원, 권리금은 수억원을 호가하던 곳이다.

    ■ 경매 시장서도 주인 못찾고 헐값에 팔려

    리테일 집합상가는 경매 시장에서도 2~3년전부터 찬밥 신세다.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이 넘쳐난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은 5%대에, 유찰만 10회를 훌쩍 넘긴 매물이 수두룩하다.

    [땅집고] 2018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강변테크노마트와 신도림테크노마트에서 10회 이상 유찰 후 낙찰된 점포. / 지지옥션

    지난달 16일 경매에 나온 동대문 밀리오레 3층 점포(3.8㎡)는 12회 유찰 끝에 감정가 6700만원의 7% 수준인 487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상가 지하 2층 점포 2곳도 각각 최초 감정가의 11%, 14% 수준인 820만원, 1122만원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밀리오레와 한 블록 떨어진 패션몰 굿모닝시티 1층 점포(7.1㎡)는 4회 유찰된 이후 최초 감정가 1억7800만원의 42%인 7527만원에 낙찰됐다. 이곳 1층 점포는 분양가가 2억5000만원이었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오래 비어있던 점포는 그동안 체납한 관리비 중 공용 관리비는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탓에 경매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다”고 했다.

    ■ 업종 전환도 어려워 침체 극복 쉽지 않아

    [땅집고] 의류 집합상가가 몰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 / 김리영 기자

    전문가들은 침체에 빠진 복합상가는 업종이나 건물 용도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살아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문제는 집합상가는 업종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 개별 점포마다 소유자가 달라 상가 전체로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소유자의 합의없이는 업종 전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엔 두타와 밀리오레가 동대문 의류 상권을 양분했는데 최근 현대아웃렛, 롯데몰 등 비슷한 의류 집합상가가 급증했다”며 “상가 공급 과잉에 온라인 패션에 치이다보니 기존 집합상가는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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